걷는 건 무념무상이고 사색이고 명상이고 참선이다
누가 나에게 띠가 어떻게 됩니까, 하고 물으면 나는 ‘걷띠’입니다 하고 말한다. 나는 걷띠이다. 걸으면 좋은 점이 첫째 산천경계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이곳 제주도는 걸어야 한다. 차를 가지고 다니면 3개월이면 제주의 구석구석을 다 돌아본다. 그 다음은 갈 곳이 없다. 꽃구경도 한두 달이다. 갈 곳이 없으면 시름시름 우울증이 덤비고 몸도 마음도 시랑꼬랑 시들기 시작한다. 한 바퀴가 400Km 정도밖에 안 되는 제주는 차가 있으면 안 된다. 배낭을 메고 걸으면 일 년 열두 달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 제주도에서 건강하게 살려면 차 없이 걸어야 한다.
걸으면 몸이 달라진다. 다리가 튼튼해진다. 척추가 튼튼해진다. 폐가 튼튼해진다. 심혈관이 튼튼해진다. 뇌혈관이 튼튼해진다. 그리고 보너스가 있다. 머릿속이 튼튼해진다. 나쁜 건 나가고 좋은 것이 들어온다.
오늘도 20Km를 걸었다. 아침에 가방을 메고 5일장에 가 무, 시금치, 감자, 양파, 당근을 사 걸어왔다. 더웠다. 갈 때도 걸어가고 올 때도 걸어왔다. 집에 와 정리를 하고 다시 가방을 메고 중산간도로로 걸어 고근산으로 해서 올림픽경기장에 지하에 있는 롯데극장에 가 ‘원드우먼’ 저녁 표를 예매하고 돌아왔다. 오늘 걸은 거리가 총 20Km였다. 어제는 21Km였다.
우울증과 불면증이 있는 사람들에게
우울증과 불면증의 뿌리는 같다. 공통점은 잠이 안 온다는 것이다. 그래서 억지로 자기 위해 수면제를 복용하곤 한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하소연을 한다. ‘잠이라도 한 번 실컷 자봤으면.’ 우울증도 마찬가지다. 잠이 안 와 우울해지고, 우울해서 잠이 안 온다. 그래서 담배를 더 태우고 술을 더 마신다. 술과 담배는 우울증과 불면증을 오래오래 앓으라고 부주를 하는 셈이다.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는 사람에게 돈 한 푼 안 받고 100% 성공할 수 있는 치료 처방전을 주겠다. 아침에 배낭을 메고 집을 나온다.
1. 배낭에 책 한 권, 물 하나, 커피 한 통, 통밀빵 5조각, 사과 하나를 넣는다. 무게가 5Kg이 된다.
2. 하루에 20Km를 걷는다. 중간에 점심을 먹는다. 통밀빵을 먹을 때 커피를 한 모금씩 마시면서 먹으면 씹기 좋다. 다 먹고는 사과를 먹는다. 의자에 누워 10분 정도 휴식을 취한 뒤 다시 걷는다.
3. 걸으면 잡생각이 사라진다. 무념무상이 된다. 그 자체가 사색이고 명상이고 참선이다.
4. 걸으면서 배낭을 멘 사람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건넨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악을 베풀지 말고 선을 베풀어라.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했다.
5. 아마추어는 하루 20Km를 걷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5-6시간 걸리지 싶다.
집에 돌아온다. 피곤이 급 밀려온다. 오늘 안 밀려오면 내일은 곱으로 밀려고 3일째 되는 날은 잠이 쓰나미가 되어 닥칠 것이다. 오는 잠을 이길 장사는 없다. 하품과 함께 눈에서 눈물 한 조각이 나올 것이다. 졸음이 온다고 그냥 거실에서 자면 안 된다. 일단 몸을 씻은 다음 저녁을 먹는다. 뉴스도 본다. 좋은 뉴스에는 박수를 보내고 나쁜 뉴스에는 측은지심의 마음을 갖는다. 잠은 9시 넘어 자야 한다. 자기 전 스트레칭을 해준다. 그리고 눕는다. 어랍쇼 어디서 코고는 소리가 벌써 들려온다. 5분도 안 되었는데 데르렁 데르렁~코를 골면서 백호야 날 살려라~하고 꿈나라로 간다. 우울증과 불면증은 약이 아닌 운동이나 노동으로 얼마든지 다스릴 수 있다.
어제 남원포구에서 보목포구까지 걸었다
코로나19가 지금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 코로나는 인간과 자연, 그리고 동, 식물과의 균형이 깨어져서 찾아온 것이다. 우리 인간이 400년도 안 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자연은 물론이고 동, 식물에게 어마무시하게 갑질을 한 그 결과이다. 수평적인 관계어야 하는데 수직적 관계를 만들어 우리가 마치 하느님이라도 된 것처럼 자연을, 그리고 동, 식물을 마음대로 포식을 했고, 그들의 보금자리를 파괴시켜왔다. 그래서 그 벌을 지금 받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우리 인간이 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이다. 자연은 물론이고 살아 있는 모든 생명체가 이 지구의 주인이다. 문제는 깨어진 균형의 그 틈을 누가 메우나? 종교가 메울 수 있을까?
하느님과 예수가 메울 수 있을까?
부처가 메울 수 있을까?
알라가 메울 수 있을까?
우리 인간은 잠시 사고를 멈추고, 생명과 사고의 출발점이었던 시원 그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곳에서 우리가 걸어온 그 길을 천천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누구이며, 그리고 이 지구의 주인이 누구인지를 매의 눈으로 분석해보아야 한다.
걸으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우리는 될 수 있으면 걸어야 한다. 산천경계를 두루두루 감상하면서 나와 자연, 그리고 살아 있는 생명체와 깊은 교감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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