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31일, 잔치는 끝났다. 예상한 대로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했다. 광역단체장은 물론이고 각 시군 단체장과 광역의원, 그리고 시군의원까지 몽땅 쓸어 담았다. 개똥이 소똥이도 한나라당 공천만 받아 나오면 다 되었다. 한나라당은 한마디로 대박을 터뜨렸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집안 식구들 모두 책상 아래에 고개를 숙인 채 한 시간 오십 분 동안 땅이 들썩거릴 정도로 웃었다고 한다. 그 바람에 엔도르핀이 얼마나 많이 쏟아졌는지 암 세포를 몸속에 지니고 있었던 몇몇의 사람들이 항암제치료를 받지 않고도 암에서 해방이 될 전 단계에 와 있다고 외신은 전하고 있다.
한쪽이 웃으면 다른 한쪽은 반드시 울게 되어 있다. 열린우리당이다. 아시다시피 열린우리당은 제 일 여당이다. 국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 제 일 여당이다. 그런 당이 이번 잔치에서 가장 큰 손해를 보았다. 심지어 제 삼 당인 민주당이 추월을 하는 수모까지 당해야 했다. 전북 한 곳을 건졌을 뿐 다 잃어버렸다. 서울은 전패였다. 해서 수장인 정동영 의장은 그 다음날 사퇴를 하고 말았다. 지금 집안 분위기가 말이 아니다. 초상집이나 다름없다. 사분오열의 균열의 조짐을 가지고 있는, 비정규직의 신분인 그들의 향후 일정이 안개 속에 갇혀 있다. 이미 태생부터가 전혀 다른 이념의 사람들이 모인 당이었다. 임시방편으로 봉합을 할 단계는 아니다. 가장 확실한 것은 자신들의 길로 가는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야 한다. 노무현, 정동영, 김근태라고 하는 세 이념의 길로. 그러거나 말거나 민주당은 이번 선거를 통해 어느 정도 재기를 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해서 지금 축제분위기에 젖어 있다. 뿐만 아니라 제 일 여당을 향해 이렇게 일침을 놓고 있다.
‘해체될 당, 아무 소리하지 말고 투항을 해라. 지난 허물은 다 용서하겠다. 그러니 백기를 들고 우리 민주당의 품속으로 들어오라.’
개피를 본 당이 또 있다. 쇠망치를 두드리며 땀으로 자갈밭을 일군 민주노동당이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제 3의 당으로 변신을 하리라, 하고 결의를 다지며 전국의 자갈밭을 땀을 흘리며 파고 또 팠지만 그 결과는 열린우리당과 마찬가지로 참패였다. 가지고 있던 두 곳의 자리까지 빼앗긴 수모와 함께 패하고 말았다. 패인의 원인은 안주였다. 개발이 없는 안주는 절대 행진을 계속 하지 못한다. 쇠망치당 역시 혹독한 자기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실로 가슴이 아프다. 다른 당은 몰라도 쇠망치당이 일보 전진을 했으면, 하고 나는 기도 아닌 기도를 많이 했었다. 이 나라가 건전하고, 그리고 투명한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기층민들이 맑고 밝아야 한다. 그래야 상층부의 그들이 부패하지 않는다. 이 사회에 소금과 밀알은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5, 31 잔치를 놓고 말들이 많다. 왜 열린우리당이 패했을까? 왜 한나라당이 전국을 싹쓸이 했을까? 국민신당의 몰락과, 그리고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향후 일정표는? 진단이 잘 안 된다. 소위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을 두고 사람들은 이렇게 말하곤 한다. 열린우리당은 무능당이고, 한나라당은 부패당이라고. 그 말에 나도 동의를 한다. 그래야 이번 잔치를 결산할 수 있을 것이다. 왜 부패당에 국민들이 그렇게 열광을 했으며, 또 몰표를 던졌을까. 반대로 왜 무능당에 국민들은 등을 돌렸을까?
그 물음에 답을 구하기 위해 나는 노트북이 든 무거운 가방을 메고 북한산으로 들어갔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수유리 아카데미하우스 옆 매표소에서 입장료를 내고 조금 들어가면 허름한 기와집이 하나 있다. 옛날에는 그 집에서 할머니 한 분이 등산객들을 상대로 막걸리와 파전과 도토리묵을 팔았다. 그곳에서 먹은 막걸리와 파전의 맛이 독특했다고 나는 기억하고 있다. 옛날의 기분을 되살리기 위해 그곳을 찾은 나는 파전 하나와 소주 한 병을 시켰다. 주인이 바뀌었는지 할머니는 보이지 않았다. 대신 낯선 남자가 소주와 파전을 날라다 주었는데 맛이 옛날 그 맛이 아니었다. 성의가 안 보였다. 맛의 고향은 정성이다. 그런데 그 정성이 북한산 너머로 외출을 해버렸는지 니 맛도 내 맛도 없었다. 하지만 이왕지사 들어온 것, 마셨다. 소주 맛은 그대로였다. 소주 한 잔을 마시고 젓가락으로 파전을 한 조각 뜯어 먹었다. 내 맞은편에는 하산을 한 등산복 차림의 사람들이 막걸리 파티를 벌리고 있었다. 산행 후에 마시는 막걸리 한잔, 꿀맛일 것이다. 저 맛에 산에 오르는 사람들도 없잖아 있을 것이다. 소주 한잔을 더 따라 마셨다. 카! 목젖이 떨려왔다.
니는 이번 5, 31잔치, 어예 생각하노?
생각한 대로 나왔다고 생각한다.
그래?
응.
그 이유는.
아무래도 부패당보다는 무능당에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무능당이 그만큼 잘못했나.
말도 못하게 잘못했지.
하!
하나만 예를 들게. 정의장이 전국을 돌며 사자후를 토했는데, 듣는 국민들은 안중에 없고 자기 혼자 북치고 장구 치며 뿔나발을 불았다. 그게 되는 소리가. 국민들은 달을 쳐다보고 있는데, 자기 혼자 손가락을 가리키며, 국민 여러분, 부패당을 견제할 수 있게 우리 열린우리당을 지켜주시고 지지해 주십시오, 하고 얼굴을 붉혀대며 헛소리를 해대는데 어느 국민이 쳐다보겠노.
하수가 상수보고 훈계를 한 꼴이네.
그렇지. 그게 말이 되나. 한나랑당이 부패당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하지만 정작 우리 국민이 원하는 것은, 그러니 너거만이라도 좀 정신 바짝 차리고 일해 봐라, 하고 대통령도 뽑아주었고, 그리고 국회의원도 넉넉하게 뽑아주었다. 그랬으면 죽을둥살둥 나라 살림살이에 전념을 해야지. 그런데 허구헌날 한나라당과 시비나 붙고, 그리고 싸움질이나 하며 지랄을 터이, 어느 국민이 좋아하겠노. 안 글라.
그 밥에 그 나물이가.
그렇지. 이왕지사 정치를 하기 위해 국회에 나왔으면 정책을 가지고 코피를 흘려야지, 한나라당과 싸우려고 나왔나.
한나라당이 딴지를 걸면서 시비를 걸어오이 그래 된 거 아이가.
아니, 이 날 이 때까지 시비를 안 걸어온 당이 어디 있었노. 다 걸어왔다. 하지만 길이 아니면 가지 마라고 했다. 그리고, 남이사 전봇대를 뽑아 콧구멍을 쑤시든 말든, 지거는 낡은 정치와 뒤 떨어진 경제에 올인해 그걸 뜯어 고칠 생각을 해야지, 와 허구헌날 이념만 가지고 개 싸움하듯 그렇게 어릉대노 말이다. 이천 육년 오늘이 아직도 80년대의 투사의 시대가?
그래도 순수한 면은 안 있나.
아, 물론 있지. 하지만 순수 이전에, 시대가 변했으면 사람도 덩달아 변해야 되는 기라. 그 변화를 읽을 생각은 안 하고 하나같이 밥그릇만 가지고 싸움질을 해대니, 국민이 뒤로 나자빠질 수밖에. 오죽 답답했으면 부패당에 몰표를 주었겠나. 한번 묻자. 우리 국민들이 정신병자가. 그 사실을 이 무능한 당이 못 알아본 기라.
그렇다고 부패당에 몰표를 주면 누가 견제를 하노. 이것도 시껍할 노릇이다. 나는 우리 국민이 이번만큼은 잘못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자식이 밉다고 하더라도, 어느 정도 틈은 남겨 놓아야지. 몰표를 주면, 반드시 부패하게 되어 있다.
그러면 우리 국민들이 또 가만히 있나. 반드시 심판을 한다. 이런 말이 있다. 위기는 곧 기회라고. 지난번에도 그랬잖아. 어느 한 당에 국회의원을 마이 뽑아주면, 대통령은 다른 당 사람을 뽑아 주잖아.
그럴까.
지금이 위기라고 생각하면 위기다. 하지만 백척간두 그 끝에 오는 절망을 잘 다스리면 반드시 희망이 찾아오게 되어 있다. 그러니까 절망 그 끝은 희망이다.
그러면 무능당에 희망이 있네.
있지. 그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렇다면, 이번 잔치도 우리 국민들이 한 수 높은 정치를 보여주었네.
민도가 낮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절대 안 낮다. 민심은 천심이다, 라는 말은 진리다. 지혜로운 자는 민심과 천심의 높은 파도를 탈 줄 아는 사람이고, 무능한 사람은 그 파도를 타지 못해 파도에 휩쓸리고 만다. 고로, 남의 허물을 볼 때는 자신의 허물부터 먼저 볼 줄 알아야 한다. 나는 허물도 없는, 깨끗한 사람이다, 라고 선을 긋고 출발하면 얼마 가지 않아 파도에 휩쓸리고 만다. 그럴수록 자세를 낮추어야 한다.
하긴 지자보다는 현자가 낫지.
낫고말고. 난 자보다는 된 자가 이 사회와 나라를 다스려야 한다.
된 자가 어디 많이 있나.
찾아보면 있다. 그리고 자신을 최대한 낮추는 자가, 자신을 높이는 자인 것이다. 반대로 자신을 높이는 자가, 자신을 한없이 낮추는 것이고. 그러니까 사람 위에 사람 없고, 사람 밑에 사람이 없다.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는 수평의 관계이지, 절대 수직의 관계는 아니다. 따라서 예수처럼 이 땅의 모든 도덕주의자들은 높은 단에서 내려와 밑의 사람들과 높낮이를 똑같이 맞추어야 한다. 수평의 높이로. 내 말, 어렵나? 안 어렵제?
이해가 간다.
이 땅의 정치꾼들, 신선도가 너무 떨어진다.
벼락을 칠 수 있는 그런 인물이 없나.
정말 고뇌하고, 그리고 진실로 아파하는 그런 인물이 나와야 한다.
흉내나 내는 인물이 아닌…….
그래. 진실로 우리 모두를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큰 바위 얼굴이 나와야 한다.
그러게 말이다.
생략하고, 목도 마른데 한잔하자.
그래.
자, 오늘 우리 두 사람의 삶을 위하여!
위하여!
아따, 좋다. 소주가 사람보다 더 좋네.
꿀맛이다.
정말 좋다. 세상도, 아니, 이 세상 사람들이 다 소주 같으면…….
뒷이야기- 덥다. 6월 초인데 벌써 여름이다. 밖에도 덥고, 안에도 덥다. 우리만 더운 게 아니다. 개똥이 소똥이도 더울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어느 한쪽이 힘을 독차지하면 부패의 씨앗이 싹을 틔운다. 싹이 트면 반드시 꽃을 피우게 되어 있다. 뿐만 아니라 열매를 맺는다. 이번 선거를 통해 느낀 점은, 차별화다. 같으면 안 된다. 우리 국민들은 이제 똑 같은 노래를 원하지 않는다. 한번도 안 들어본 새로운 노래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열린우리당은 정말이지 무능한 당이다. 머리가 안 돌아가도 너무 안 돌아가는 집단이다. 그래서 우리 국민들이 울분을 삼키며 부패당에 몰표를 준 것이다. 결코 좋아서 준 것이 아니다. 부패당을 통해 무능당의 환부를 한번 보라고 두 눈 딱 감고 지지를 보낸 것이다. 묻는다. 이번 5, 31 선거를 통해 썩어 있는 당신들의 그 환부를 보았는가? 200664북한산아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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