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단 돈 2천 원에 구입한 집

오주관 2007. 10. 21. 19:34

  

 

 

정문에서 가장 먼저 맞이하는 궁. 이곳 내 집무실에서 역대 임금님

들이 정사를 보았다. 

 

 

오늘 큰마음 먹고 집을 구입했다. 화장실이 15개 정도 있는 집이다. 누구나 다 한번쯤 살아보았으면 하는 집을 큰마음 먹고 구입했다. 서울에서 아마 제일 큰 집이지 싶다.  

 

 

 

 

왕년에, 그러니까 십 몇 년 전, 경주 불국사 뒤 분교에서 산 일이 있었다. 그때도 화장실이 6개였다. 멀리서 사람들이 찾아오면 제일 먼저 보여주는 장소가 화장실이었다.


‘왕회장님도 화장실 6개는 아닐 것이다.’

‘그럴 겁니다.’

‘이 정도는 해놓고 살아야 되지 않겠나.’

‘하하하.’

‘큰 마음먹고 왔는데, 기념으로 사진 한방 박고 가라.’

‘하하하.’


내 집 한번 구경해 보실래요.  

 

 

 

 

옛날에 정조대왕과 사도세자도 내 집에서 살았었다.

 

 

 

 

아랍의 석유부호들도 이 정도의 집은 어림반푼어치도 없다.

  

 

 

 

사색을 할 때 찾곤 할 연못

 

 

 

 

 

청동오리가 주인을 맞으러 물살을 가르며 오고 있다

 

 

 

 

 

식물원 

 

 

 

 

 햇빛을 쬐고 있는 연못 가의 꽃 

 

 

 

 

 한때 이 연못 위로 케이블카가 다니기도 했다 

 동물원도 있었고. 그래서 궁을 원으로 바꿔 우리의 자존심을 짓밟기도

 했었다, 바다 건너 그들이

  

 

 

 

요즘 국사 대신 내 존재에 대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옆지기도 요즘 존재에 대해 고뇌를 많이 하고 있다 

 

 

 

 

재성충이 닥치면 큰일인데... 

 

 

 

 

누가 던져준 과자를 입에 물고 급해 존재를 숨기는 까치

 

 

 

 

 

초대도 하지 않았는데 시민들이 내 집 구석구석을 산책하고 있다 

 

 

 

 

이곳에서 정조대왕이 날밤을 새우며 개혁의 칼을 빼 들곤 했었다 

 

 

 

뒷이야기- 그날 2천 원에 구입한 집을 한바퀴 돌아보는데 여간 춥지 않았다. 하루종일 돌아다녀도 구경을 다할 수 없을 정도로 정원이 넓었다. 헐값에 구입한 만큼 제약도 좀 있었다. 담배를 피울 수 없었고, 그리고 소주를 마실 수 없었다. 그리고 군불을 넣지 않은 방이라 한기가 들 정도였다. 집도 어리어리하고 화장실도 많고, 그리고 정원과 호수도 마음에 들었지만 몸이 부자연스러웠다. 자유가 없는 화려함! 오슬오슬 몸을 떨며 정원을 산책하다 에라, 추바가 못 살겠다, 가자, 하고는 서울에서 가장 화려한 내 집을 나와버렸다. 20071020도노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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