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카페열차

오주관 2007. 12. 26. 19:41

  

 

 

오늘 지하철을 타고 겨울 산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어느 식당에서 키우고 있는 백구 세 마리가 으르렁거리며 경계를 하다 금방 무장해제를 하고는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는 뜬금없이 날 좀 안아주십시오, 하며 꼬리를 쳤다. 그래, 그래, 하며 우리 두 사람은 백구들을 쓰다듬었다. 개도 사람을 알아본다.

 

 

 

 

 

 

 

 

 

  

사찰 입구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사라졌던 백구들 중 한 놈이 우리를 향해 다시 다가왔다. 정에 굶주렸나? 백구야, 라고 부르자 꼬리를 흔들며 천천히 다가와 나를 쳐다보았다. '커피 한잔할래?' 눈이 선했다. 니놈도 죄를 짓고는 못 살 놈이구나. 옆지기가 '살이 통통하네요.' 라고 했다. '그런 말 하지 마라, 듣는다.'

 

 

  

 

  

나는 마시던 커피를 백구에게 주었다. 잠시 뜸을 들이던 백구가 우리 두 사람의 인품을 알았는지 커피를 혀로 핥더니 나중에는 컵 속에 혀를 밀어넣고 빨기 시작했다. 아주 달게 먹는 것이었다. 백구도 속세인을 닮아 커피 맛을 알고, 그리고 커피 맛에 길들여져 있었다.

 

 

  

 

돌아오는 천국행 지하철. 보시다시피 한 사내가 기타를 치며 흥을 돋구었다. 나도, 그리고 옆지기도 박수를 쳤다. 사내가, '박수를 치면 혈액순환에 그렇게 좋답니다. 박수 안 치는 사람은 이상하게 중풍으로 슬금슬금 앓더라고요." 라고 하면서 박수를 유도했다.

 

 

 

너의 맘 깊은 곳에
하고 싶은 말 있으면
고개 들어 나를 보고
살며시 얘기하렴
정녕 말을 못하리라
마음 깊이 새겼다면
오고 가는 눈빛으로
나에게 전해 주렴

(간주중)
이 빗속을 걸어 갈까요
둘이서 말없이 갈까요
아무도 없는 여기서
저 돌담 끝까지
다정스런 너와 내가 손 잡고
나~~~나~~ 나~~나

 

 

 

 

삶은 무엇이고 존재는 또 무엇일까? 탱자탱자 살다 가는 게 우리의 전부일까? 산에서 옆지기의 손을 자주 잡았다. '당신을 띄워주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조 씨, 정말 미안하다.

내 능력이 너무 초라해!

왜 저 하늘이 오늘 따라 까마득하게 보일까? 

 

 

뒷이야기- 선거는 끝났다. 네거티브의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올까. 하나는 사라져야 한다. 물론 거짓이다. 그 거짓은 우리 앞에서 사라져야 한다. 내년 초 그 진실이 나오겠지. 지켜볼 것이다. 30091226도노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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