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진기술이 엉망이라 그런지 찍었는데 이 모양이다
오늘은 토요일. 그리고 4. 19. 늦은 아침을 먹은 우리 두 사람은 대청소에 들어갔다. 묵은 때를 걷어내고, 그리고 청소기로 온 방안의 먼지를 시원하게 털어냈다. 창문에 달라붙어 있는 먼지까지 닦은 다음, 예 또 그렇다면 이제 뭘 하나? 하고 머리를 굴리다 나가자, 라고 합의를 보았다. 뉴타운을 하기 위해 서울 시장과 협의를 했다, 라고 나발을 분 그 공약과는 거리가 있는 합의였다. 뉴타운 때문에 폭싹 망할 운명에 처해 있는 달동네 사람들. 하나 묻는다. 뉴타운이 건설되면 달동네의 사람들 몇 프로가 햇빛을 볼까. 못 본다. 그 사실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우리 달동네 사람들은 이번에도 엷은 귀 때문에 한나라당에 몰표를 던지고 말았다.
" 이 일을 어쩔꺼나!"
하느님이 아닌 나는 그냥 안타까울 뿐이다. 저 입들을 인두로 지지고 싶지만 이미 기차는 떠나버린 것이다. 띠, 하고 떠난 기차를 돌려 세울 힘이 내게는 없는 것이다.
어디로 갈까?
이 화창한 여름 휴일!
머리를 굴리다 그래 그곳으로 가자, 라고 합의를 보았다. 집을 나가자 햇살이 눈부셨다. 조짐이 하 수상했다. 정말 빙하가 녹아 이 지구가 허연 거품을 입에 무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나라가 아열대로 진입을 하는 것일까? 대통령이 아닌 나는 그러나 짐이 너무 무겁다.
환경이 내 어깨를 누르고 있다.
돌아가는 한국 정치가 내 어깨를 누르고 있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자국의 이익과 패거리 세계 정치에 온통 신경을 쓰고 있는 무뇌의 세계 지도자들을 바라보는 내 어깨가 실로 무겁고 무겁다.
그래, 멀리 갈 것이 아니라 가까운 곳으로 가자. 그래서 그곳에서 골을 헹구자. 마을버스를 타고 우리 두 사람이 내린 곳은 아카데미하우스 앞이었다. 입장료가 없는 산으로 내빼는 발걸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이렇게 나가면 우리나라 금수강산이 개똥밭이 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
아카데미 하우스 뒤로 걸어 올라가는데 땀이 배어 나왔다. 지독하게 더웠다. 계산을 해보니 머지않아 우리나라 여름은 장장 6개월로 접어들 것 같다. 4, 5, 6, 7, 8, 그리고 9월. 봄은 한 달, 가을은 한 달. 겨울은 고작해야 12, 1, 그리고 2월. 그 생각을 하자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더워서 어떻게 사나?
습도가 높은 무더운 여름을 무슨 수로 피하나?
중동은 더워도 습도가 높지 않다. 해서 그늘 속에만 들어가면 늦은 가을 기온이라고 한다.
그늘에 앉아 어떤 주제를 가지고 골을 짜고 있다
생략하고.
아카데미 하우스 뒤 그곳에 도착한 우리 두 사람은 땀을 식히고는 그 주제를 가지고 토론에 들어갔다. 토론의 주제는 위에 올린 명함에 박혀 있는 ' CFT PROJET' 였다.
명함 뒤에 박혀 있는 글을 소개하면 이렇다.
영어공부 5년이면 말문이 터진다
5프로가 아닌 95프로를 끌어안는 획기적인 영어교육
인프라는 어느 정도 구축했다. 문제는 소프트웨어이다. 그것도 내 대가리에서 해결이 되지 싶다. 그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토론했다. 나는 말했다.
나는 영문학자가 아니다.
비 영어권의 사람이다.
해서 내가 이 사업을 성공시키면 졸도를 하거나 사망할 위인들이 분명 나올 것이다.
나는 믿는다. 이 세상의 발전은 몽상가와 꿈을 가지고 있는 자, 그리고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의식과 열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라고. 1960년도, 경상북도 영일군 대송면의 그 허허벌판의 모래땅에 포항제철소가 들어설 때 많은 식자들과 제철에 관계하고 있는 세계 기업가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하지만 제철의 거인 박태준 회장은 불굴의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포항제철소를 완공해 세계의 입들을 쩍 벌어지게 만들었다. 현대그룹의 왕회장도 마찬가지였다. 왕회장의 주제는 세 가지로 압축된다. 도전정신, 열정, 그리고 창조적 발상. 많은 사람들이 안 된다고 손사래를 칠 때, 왕회장은 그들을 행해 이렇게 포문을 열었다.
"해보기나 해봤어?"
CFT PROJET
몇 달 전, 나는 블로그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영어공부 5년이면 말문이 터진다.
그리고 5프로가 아닌 95프로를 끌어안는 획기적인 영어교육이다.
이 사업은 그야말로 50대 50이다. 성공하면 혁명이고, 실패하면 쪽박이다. 그러나 나는 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내 전체를 걸고 있다. 이 기막힌 사업을 알고 있는 사람은 네 사람뿐이다. 나, 옆지기, 정교수, 그리고 서사장. 그 두 사람은 지금 하 목을 길게 내뺀 채 내 복음을 기다리고 있다. 정교수는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고, 사업의 귀재인 서사장은 머릿속을 어지럽히며 입을 축이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이 사업이 성공하면 나는 영신이 되리라. 해서 온 국민이 나를 신으로 떠받드리라. 우리나라에 신이 있나? 없다. 내 무릎에 엎드려 무뇌를 용서해주십시오, 하고 빌고 빌 인간들이 태산을 이룰 것이다. 분명 이 아이템은 복음 중에 복음이다.
어느 날 서사장은 물었다.
"형님, 돈이 목적입니까?"
"아니. 돈은 2번이다. 1번은 우리나라 아이들이 자유롭게 말문을 여는 것이다."
아카데미하우스 뒤 산 속에서 우리 두 사람은 행복했다. 다가올 미래는 분명 밝다. 이 사업이 성공을 해서 큰 돈이 모아지면 멋지게 쓰자, 라고 다시 한번 다짐했다. 빌게이츠처럼 어두운 사회에, 그리고 가나한 이웃을 위해 우리의 모든 것을 주고 가자, 라고.
한편으로 나는 이렇게 말했다.
"병신들!"
"이 땅의 영문학자들, 다 병신들이다."
"영어로 밥을 먹고 있는 사업가들, 병신들이다."
발상의 전환이 무엇인지를 아는 자, 성공한다.
창조적 발상을 하는 자 크게 일어선다.
꿈을 가진 자 희망이 있다.
도전과 열정이 있는 자 세계를 품을 수 있다.
우리 두 사람의 마지막이 될 그 꿈을 가슴에 안고 우리 두 사람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아카데미하우스를 천천히 빠져 나왔다.
지금은 대한민국에서 제일 똥걸비인 우리 두 사람.
5년후에 나는, 한국 아이들을 온몸으로 끌어안을 것이다.
뒷이야기- 그대로 내려올 수는 없지, 하고 들어간 쉼터. 두부 한 모에 막걸리 두 병. 마셨다. 달고 시원했다. 똥걸비. 하지만 나는 삼성의 이건희 회장보다는 부자다. 누가 뭐라고 해도. 그는 초라하고 불쌍하고, 일인칭 삶에 매달리고 있는 똥걸비라고 나는 생각한다. 법정 스님, 진정 부자다. 김수환 추기경, 진정 부자다. 테라스 수녀, 진정 세계의 부자였다. 빌 게이츠, 진정 세계의 부자 중에 탑 부자다. 그들은 부자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자들이다. 부자와 똥걸비는 종이 한장 차이다, 진실로. 2008419도노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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