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한국이 이제 아열대로 접어드나, 요즘 3일에 한 번꼴로 비가 내리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세우가 내리고 있었다. 나는 베란다에 나갔다. 도노강에는 오리와 잉어들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왜가리 한 마리가 한 곳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잠시 후 방에 들어온 나는 신문을 본다. 한나라 참패. 시민단체들이 오만방자한 버시바우를 성토하고 있다. 한국 국민을 물로 아는 버시바우. 혀를 끌끌 차는데 밥상이 들어온다. 오늘 아침도 오조 비빔밥이다. 밥이 3이요, 채소가 7이다. 현미 잡곡밥에 양배추와 양파, 그리고 상추. 된장국과 고추장을 넣어 쓱쓱 비빈다. 금방 침이 고인다. 먹을 때는 조금 섭섭하지만 먹고 나면 위와 머리가 더할 수 없이 깨끗하다. 밥 한 그릇을 비우고 후식으로 사과 반쪽, 그리고 사과식초를 이팔제로 타 마신다. 카! 하고 진저리를 치면서 커피 한잔을 마신다. 끝.
신문을 물리자 옆지기가 본다. “버시바우 미 대사가 우리 국민을 향해 겁도 없이 훈계를 했다 혼쭐이 나네요.” “우리 국민을 보고 뭐 과학을 좀 배울 필요가 있다고? 그 인간이 미쳤네!” 반만 년의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국민에게 3백 년도 안 되는 나라의 대사가 입을 놀리다니! 철학도 예의도 염치도 없는 3등 국가가. 부시와 사촌 격인 버시바우. “타이밍이 정말 중요하네요. 이 사람들 다 떨어졌네.” 재보선를 두고 하는 말이다. “당연하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을 찍으면 그때는 사람이 아니지. 잘 했다.” “ 아니 이 사람은 왜 하필이면 이 때 학교를 갔을까?” 이대를 빛낸 사람에게 주는 상을 받기 위해 이대에 갔다 물의를 일으킨 영부인을 두고 한 말이다. “그러게. 지금 나라가 얼마나 시끄럽노? 날마다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는데, 무슨 정신으로 갔을까. 진짜 얼빵이들이다.”
얼빵이들을 뒤로 하고 집을 나온 우리 두 사람은 지하철을 탔다. 국철에서 4호선으로 갈아탄 우리는 자리에 앉는다. 잠시 후 옆지기가 이어폰 줄을 건넨다. 영어공부. �라�라. ‘오모차베 영어’ 를 완성시키기 위한 워밍업이다. 늘 그렇듯이 이어폰에 신경을 쓰다보면 언제 갔는지 벌써 환승역이다. 내린다. 오늘은 그곳에서 갈라진다. 옆지기는 학원으로, 나는 분당으로.
분당
선릉역에서 분당 행으로 갈아탄다. 나는 지하철을 싫어한다. 더디게 가도 버스가 좋은 것은 가면서 차창 밖으로 바깥풍경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것. 어릴 때 장에 가면 별의별 구경거리가 있다. 원숭이만 있어도 가슴이 뛰곤 했다. 어느 집에 불이 나도 가슴이 뛰곤 했다. 눈이 즐거우면 마음까지 즐거웠다, 그때는. 그 때 그 잔영이 아직 내 가슴 한 곳에 남아 있는 것이다.
갔다. 그리고 보았다, 학원과 도서관을. 학원 앞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의 글도 꼼꼼하게 읽었다. 조기유학을 가지 않고도 영어를 공부할 수 있는 영어공부법. 음, 그렇구나.
5프로였다. 내가 구상하고 있는 오모차베 영어는 5프로가 아닌 95프로를 끌어안는다. 그래서 획기적인 영어공부인 것이다. 하지만 그곳의 어학원은 5프로의 특수 계층을 위한 영어공부였다. 나는 물러났다. 그리고 다시 한 번 다짐을 한다. 이 프로그램을 반드시 완성시켜서 이 땅의 아이들에게 빛을 주자. 저렴한 돈으로 영어공부를 배울 수 있는 획기적인 영어공부. 나는 할 수 있다, 라고 중얼거리면서 분당의 빌딩 숲을 구경했다. 쪼르륵! 배 속에서 소리가 났다. 휴대폰을 열어보니 오후 1시 30분.
길을 걸으면서 그들을 생각했다. 미국의 구글을. 그리고 우리나라 어느 학습지의 사장을. 1995년 봄 스탠포드대학교에서 래리와 세르게이는 만난다. 그 뒤 1998년 여자 친구의 지하 창고에서 구글의 신화는 시작된다. 그리고 국내 어느 학습지의 사장도 작은 옥탑방에서 출발했다. 내가 지금 갈망하는 것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것이다.
이제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오면 진짜 골 아프다. 우리나라 사람들 속여먹는 데는 금메달이다. 그게 문제다. 곱창, 사골, 머리고기를 어떻게 믿고 먹을 수 있단 말인가. 전국의 정육점과 식당들은 속여 먹을 만반의 준비가 끝나 있는 상태다. 이전에도 미국산 쇠고기를 가지고 국산 한우로 둔갑을 시켜 폭리를 취하고 있는데, 이제 문이 열리면 마음 놓고 속여 먹을 것이다. 그런 문제 때문에 재협상을 해야 하는 것이다. 살코기만 들어오면 이런 굿판이 일어나지 않는다.
제발이지 시간을 내어 청계광장에 나가 촛불을 들어라.
운이 좋으면 그냥 돌아올 수 있다.
운이 좀 나쁘면 물대포도 한 번 맛볼 것이고.
운에 옴이 붙는 날이면 전경 군홧발에 머리통도 한번 밝혀볼 것이고.
묻는다, 그대는 어느 나라 백성인가.
돌아가는 길
지하철역에 내려가니 커피를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다가갔다. 공짜라면 한 잔 먹어야지. 그렇지 않아도 입 안이 텁텁했는데. 커피를 드릴까요, 녹차를 드릴까요, 라고 여자가 묻는다. 커피 한잔 주소. 받으면서 보니 구미교회 소속이다. 고맙습니다. 얻어먹어서 그런 게 아니고, 나는 하느님을 믿는다. 예수님도 믿고. 내가 기독교를 온몸으로 싫어하는 것은 탐욕으로 똘똘 뭉쳐져 있는 대형교회 목사들이다. 그들을 제외하고는 좋아한다. 그리고 나는 범신론자다. 커피 한 잔이 내 쓸쓸함을 덜어준다. 벤치에 앉아 조금씩 커피를 마신다. 마시면서 조금 전 그 학원을 떠올린다. 왜, 특수층을 겨냥했을까? 200만 원과 25만 원. 전국의 어린이를 다 끌어안아야지. 그는 교수고 나는 백수다. 그런데 왜 그는 5프로에 초점을 맞추고 나는 95프로에 맞추는 것일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수가 위대한 것은, 다 끌어안았기 때문이다. 가진 자들만 끌어안았다면 그는 세세생생 우리 인간들로부터 존경을 받지 못했을 것이다.
오모차베 영어.
5년만 공부를 하면 영어에서 해방되리라!
5프로가 아닌 95프로를 끌어안는 획기적인 영어공부.
나는 일어났다. 힘이 났다. 나는 당당하게 계단을 내려갔다. 잠시 후 선릉 행 지하철이 다가왔다. 탔다. 자리에 앉은 나는 휴대폰을 열었다. 메시지가 하나 와 있었다. 옆지기로부터 온 메시지.
성공을 위하여!
뒷이야기- 지금 우리에게는 fun이 없다. 있다면 물고 무는 분노와 증오가 난무하고 있다. 웃어야 한다. 웃으면 복이 온다고 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 그리고 양미간를 찌푸리고 지혜를 모으면 얼마든지 해법이 나온다. 미국산 쇠고기는, 국민의 건강을 생각하면 답이 나온다. 불가능은 없다. 그리고 사고를 약간만 돌리면 멋진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정말이지 이명박 대통령이 나에게 도움을 청하면 도와줄 용의가 있다. 오 씨도 좋고, 동생도 좋다. 나를 붙잡고 한번 도와주소, 라고 하면 도와줄 용의가 있다. 세계에서 하나뿐인 1만 미터 오모차베 산. 남이 살고 북이 산다. 그리고 아시아 경제가 살아난다. 뿐만 아니라 그 산은 우리 인류의 평화와 자유와 열정, 그리고 도전의 메카가 될 수 있다. 얼마나 좋은가 말이다. 휴전선 그 비무장지대에 들어서는 1만 미터 오모차베 산. 동과 서와 남과 북에 2천 미터 폭포를 만든다. 그리고 그 네 군데 광장에 이름을 붙인다. 자유, 평화, 도전, 열정. 몸이 떨린다. 세계 사람들이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 내내 오모차베 산을 보기 위해 몰려올 것이다. 먼 훗날 오모차베 산은 세계 불가사의 랭킹 1위가 될 것이다. 그 생각만 하면 엔도르핀이 펑펑 쏟아진다. 200865도노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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