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이 세상 사람들은 제 잘난 맛으로 밥을 먹고 똥을 싸고, 그리고 잠을 잔다. 하지만 그 잘난 세상은 오늘도 시끄럽다. 세상의 반은 배가 너무 불러 탈! 세상의 반은 못 먹어 탈! 그리고 세상의 반은 너무 건강해 탈! 세상의 반은 너무 건강하지 못해 탈!
이북의 인민들이 굶고 있다고 한다. 간단하다. 한국이 도와주면 된다.
아프리카가 굶고 있다고 한다. 간단하다. 석유로 입이 귀에 걸려 있는 중동국가가 도와주면 된다.
아시아가 굶고 있다. 간단하다. 아시아가 도와주면 된다.
중남미가 굶고 있다. 간단하다. 미국이 도와주면 된다.
나는 생각한다. 이 지구상에 살면서 어느 한쪽은 배가 너무 불러 탈이고, 어느 한쪽은 배가 너무 고파 탈이라는 사실에 가끔씩 몸을 떨곤 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들이 나이고, 그들이 우리인 것이다.
세상의 이치는 너무 간단하다. 먹으면 같이 먹고, 굶으면 같이 굶으면 된다.
원래 저 다리를 통과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다리 앞에서 유턴을 했다.
능력이 있어서 잘 사는 것일까? 따지고 보면 어느 한쪽의 불행이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행복한 것이다.
흑싸리 쥐고 싶어 쥘까? 어떻게 보면 복불복이다.
취하면 돌게 되어 있다. 빙글빙글
춘천시 신북 사거리에서 택시를 타고 소양강댐에 갔다. 내리면서 호주머니에 있는 돈을 꺼내 주었더니 기사 양반이 거스름으로 5200원을 주었다. 걸어가는데 옆지기가 '당신, 천 원짜리 주던데요" 라고 했다. 나는 호주머니를 뒤졌다. 만 원짜리 지폐가 나왔다. 아이쿠나! 나는 급히 달려가 택시를 세워 여차저차 설명을 하고는 만 원을 드렸다. 기사, 잠시나마 하늘이 노랬을 것이다. 그때까지 기사는 내가 준 천 원짜리를 쥐고 있었다. 기가 너무 보드러운 기사. 까딱 잘못했으면 이래저래 돈 구천 원이 날아갈 뻔했다. 구천 원이면 소주 한 병에 순대로 배를 채우고도 육천 원 정도 남는다. 그래서 나는 뛰었던 것이다. 내가 가지 않았으면 그 기사는 나를 얼마나 원망했을까. 씨발놈, 눈을 어디다 두고 천 원짜리를 내어 내 가슴을 이렇게 아프게 만드나...
저마치 멀어져 가는 택시를 잡기 위해 혼신을 다했다. 택시가 그냥 소양댐을 빠져 나갔으면 나는 며칠 우울했을 것이다.
밤이 깊다. 지하철도 잠이 와 한쪽 눈을 감으려 하고 있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인생인가.
기차도 가고 나그네도 간다. 강물도 어디론가 흘러가고.
뒷이야기- 우리는 어쨌든 21세기에 살고 있다. 비록 이데올로기, 종교, 민족, 문화, 그리고 삶의 양태는 달라도 삶의 궁극은 같다. 그런데 지구의 반은 풍족해 미치고, 지구의 반은 빈곤해 아사 직전에 있다. 그 위에 신이 자리하고 있다. 안 될까? 같은 꼴로 살 수 없을까? 울타리를 걷을 수 없을까? 나는 있다, 라고 생각한다. 답은 하나다. 앎의 궁극은? 그것 하나면 된다. 앎의 궁극 그 끝은? 그 답만 끄집어 내면 이 세계는 하나로 뭉칠 수 있다. 그리고 웃으며 살 수 있다. 하늘 아래 우리는 똑 같다, 그 무게가. 200861도노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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