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6, 10 촛불집회

오주관 2008. 6. 11. 14:02

 

 

 

 

 

 도시를 가로질러 가는 열차. 서울역에서 문산으로 가는 행복열차

 

 

 

 

 분식집. 회사에 다닐 때, 오후에 배가 출출하면 이 집에 와서 라면을 먹곤 했다. 실내가 5평 정도 되는 미니 분식집. 아직 죽지 않고 살고 있었다  

 

 

 

 

종삼이 사라지자 이곳으로 일부 자리를 옮긴 사람들. 서울 한복판에 몸을 파는 여자들이 이곳에 진을 치고 있었다. 대한일보 그 뒤. 오랜만에 그 골목을 가보았다. 골목 뒤에 삼성본관이 있다. 대구에서 올라온 장 형이 생각났다. 점심시간 짜장면을 시키면 국물 하나 안 남기고 그릇을 비우던 그. 퇴근 무렵이면 그의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어 있었다.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전문 경영인이 되어 있을 것이다.  

 

 

 

 

대로를 가로질러 시청 앞 광장으로 갔다. 보수단체에서 온 사람들이 목청을 드높이며 작금의 사태에 대해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저 사람들의 숨가쁜 목소리도 경청을 해야 한다. 그게 민주주의다. 좌우의 날개가 있어야 넘어지지 않는다

  

 

 

 

이런 사연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북도 이제는 우물안에서 나와야 한다. 체제 때문에 문을 못 열면 북의 사람들은 굶어죽을 수밖에 없다. 경제는 자본주의, 정치는 사회주의로 가면 병이 들려나.  

 

 

 

 

이 사람들의 외침도 멀리멀리 퍼져 나가야 한다. 옳소! 만세!  

 

 

 

 

노상토론. 교수들, 민주노총, 시민대표, 전 국회의원과 소설가가 앉아 미국산 쇠고기 문제와 소통 불능에 빠져 있는 이명박 대통령을 성토하고 있다. 옳소! 당신들의 메시지도 접수한다. 애국이다. 국민이다. 그리고 자존이다 

 

 

 

 

아찔하다. 그리고 이런 문구를 보면 갑자기 쓸쓸해진다. 잘 좀 할 수 없습니까? 정말 안 됩니까? 나라와 국민을 위해! 20프로가 아닌 80프로를 위한 정책. 그 길만 가면 만사가 오케이입니다.

 

  

 

 

한낮의 청계광장. 더웠다. 한국은 지금 땀을 흘리고 있다. 지금도 고개가 갸웃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협상이었다. 고등학교 학생에게 맡겨도 그렇게 까지는 하지 않을 것이다. 좋다, 당신들의 나라 쇠고기 수입하겠다. 20개월짜리 살코기만. 당신들도 알다시피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골과 곱창을 말도 못하게 먹는다. 그것 만큼은 우리나라 쇠고기로 먹겠다. 그러니 살코기만 수출해라. 당신들이 먹지 않는 사골과 곱창 등등은 지금까지 그랬듯이 전량 태워버려라. 미국도 명분이 서고 사는 우리도 기분 좋은 것이다. 우리는 우리를 너무 잘 안다. 사골과 곱창까지 들어오면 얼씨구나! 하고 대형음식점과 정육점, 크고 작은 설렁탕과 곰국과 , 그리고 곱창집들이 만세를 부를 것이다. 그래, 돈 한 번 벌어보자! 하늘이 준 이 찬스를 꽉 잡자! 이명박 대통령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세! 

 

 

 

 

종각 뒤의 천오백 원짜리 국밥집. 오랜만에 그곳에 앉아 막걸리를 마셨다. 일하는 아주머니. 대충 10년 정도 되지 않을까. 낮술을 마시면 아버지도 몰라본다 고 했나. 꿀떡꿀떡 잘도 넘어간다. 나는 그 자리에서 꿀떡 아리랑을 두 번이나 불렀다. 옆지기로부터 전화가 왔다. 종각에 와 있다고. 그렇다면 가야지 하고 나는 사내를 뒤로하고 그곳을 나왔다. 아따, 취하네... 

 

 

 

 

취해 있었다. 사물이 흐릿하게 보였다. 정교수는 정신이 맑은데, 나는 취해 있었다. 그러니 대화다운 대화가 오가지 못했다. 정교수, 미안하네. 다음에 정신이 맑을 때 정교수의 답을 듣고 싶다. 어제는 낮에 너무 더위를 먹어서 그만 홀로 술로 홀로 아리랑을 불렀었다. 취하면 고개가 꺾이고, 취하면 그리고 잠을 자야 한다. 어디서 헤어졌는지 기억이 없다. 다음에는 도노강에서 만나 한잔하면서 못다한 이야기를 이어보자. 듣고 싶다, 한국이 앓고 있는 이 몹쓸 병에 대해.  2008611도노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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