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내가 교육과학부장관이라면

오주관 2008. 6. 28. 01:54

   

  

한국은 지금 뒤죽박죽이다. 국론이 분열된 채 돛배가 산으로 가느냐 강으로 가느냐 갈림길에 서 있다. 참으로 답답하다. 하나의 사물을 놓고 갑론을박이 계속 되고 있다. 한 입으로 두 말을 서슴없이 하고 있는 조중동은 물론이고 어제의 투사들이 오늘은 반대의 편에 서서 핏대를 올리고 있다.

 

다시 한 번 돌아보자. 왜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 분노를 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산 쇠고기 때문일까? 물론 일정 부분 미국산 쇠고기 때문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있다. 그것은 우리 국민들의 자존심을 짓밟은 이명박 대통령 때문이다. 첫째, 정부 출발을 앞두고 이루어진 내각과 청와대 비서진 인선이 그것이다. 둘째, 취임하자마자 미친년 늘 뛰듯 급하게 미국으로 가 떨이 대통령에게 덥석 선물을 안기듯 안긴 미국산 쇠고기 협상이 그것이다. 셋째, 일본 천왕을 만났을 때, 이명박 대통령 부부가 일왕 앞에 머리를 바싹 조아린 그 사실이 또한 그것이다. 그 장면을 본 우리 국민들은 말할 수 없는 비참함과 자괴감, 그리고 절망감에 빠지고 말았다.

 

카는 말했다.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대화다.

 

과거 없는 오늘이 있을까? 오늘은 어제의 현재요 내일이다. 일본과 우리나라는 어떤 관계인가. 한쪽은 피해를 주었고, 한쪽은 말할 수 없는 고통을 받았다. 세월이 흘러도 그 상처는 지워지지 않는다. 36년 간 그들로부터 받은 고통과 치욕이 그것이다. 그 민족의 수장 앞에 가서 국민의 자존심을 깡그리 뭉갠 채 머리를 조아리다니!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타오르고 있는 분노의 촛불 속에는 이런 저런 것들이 들어 있다. 조갑제 바보는 말한다. 미국 같았으면 총으로 진압했을 것이라고. 너무도 당연한 일. 역사가 일천한 미국이 어떤 나라인가? 총으로 일어난 나라다. 총으로 나라를 세운 국가이다. 총으로 일어난 나라이기 때문에 그 권위에 도전을 하면 가차없이 총으로 제압을 한다. 핏대 조갑제의 말을 듣자 갑자기 고부군수 조병갑이가 떠올랐다. 그리고 이대교수로 재직하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에 들어간 조 아무꺼시 교수도. 나는 생각한다.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는 자는 자연 도태될 수밖에 없다. 아날로그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조갑제 같은 콘크리트들은 폐기처분해야 할 쓰레기에 불과하다. 진보란 무엇일까? 파괴다. 내 머릿속의 지적 저장물이 생명이 다한 아날로그면 파괴시켜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디지털을 받아들일 수 있다.

 

미사일보다 더 빠른 것은, 인터넷이다.

클릭 한번이면 내 편지가 미국으로 피리릭 하고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간다.

실시간으로 이 지구상의 뉴스를 올리고 읽을 수 있다.

이제 메이저급 신문의 생명은 그 빛이 다했다.

바야흐로 빛보다 더 빠른 디지털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지금 우리 한국은 파괴의 시대에 서 있다. 역사를 퇴보시키는 잔재들이 하나 둘 파괴되어 가고 있다. 싫든 좋든 엄연한 현실이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우리는 우리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세계는 우리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날이면 날마다 서울 한복판에서 타오르고 있는 촛불을 아주 부럽고 무서운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북한, 그리고 민주주의와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 모든 세계인들이 한국을 주시하고 있다. 한국이야말로 세계의 중심에 우뚝 서 있다. 이 사실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그리고 이 권력을 놓치면 망할까봐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일부 보수 우익 집단들만 보지 못하고 있다.

 

파괴는 창조다!

 

내가 교육과학부장관이라면 지금까지 바뀌지 않고 있는 영어교육정책을 깡그리 파괴시켜버릴 것이다. 왜 우리는 일본시대 때부터 받아온 영어교육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채 지금까지 빨아먹고 핥아먹고 있는가.

 

기절할 일이다.

졸도할 일이다.

절망할 일이다.

 

 

 

 

이 모든 게 잘못 만난 인간들 때문이다. 얼마 전 머리가 잘려나간 청와대 인사들 면면을 보자. 하나같이 미국에서 학위를 받아온 자들이다. 하바드가 아니면 예일대학교에서 비까번쩍한 박사 학위증을 받아온 인재들 중의 상 인재들이다, 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자들이다. 그런 그들이 왜 대통령 한 사람을 보좌하지 못해 그 모양 그 꼴로 우왕좌왕하다 일시에 쫓겨났을까?

 

경직된 사고 때문이다.

경직된 사고의 편향 때문이다.

 

이 세상의 일은 교과서로 풀지 못한다. 거미줄 같이 얽히고설킨 이 세상의 일은 박사 학위로 풀지 못한다. 그들은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눈 팔지 않고 오로지 한길로만 달려온 자들이다. 산천경계를 두루두루 둘러보지도 못한 채 급행열차만 타고 한 걸음으로 지금까지 좆이 빠지게 달려온 자들이다. 그러니 이 세상을 어떻게 재단을 할 수 있고, 어떻게 거미줄 같은 이 미로를 해쳐나갈 수 단 말인가? 그들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는 곳은 학교다. 농사를 짓는 밭이 아니다.

 

그들을 다 끌어 모아도 강기갑 의원 한 사람보다 못한 연유가 거기에 있다.

그들에게는 국민을 어루만질 열정과 따뜻한 가슴이 없다.

오로지 일인칭 삶에 미친 자들이다.

그리고 3인칭 삶을 경험해보지도 살아보지도 못한 자들이다.

 

생략하고, 내가 교육과학부장관이라면 내일부터 당장 우리나라 영어교육정책을 바꾸겠다. 어떻게?

 

1. 우리나라 중학교와 고등학교 영어교과서에 문법을 추방시킬 것이다.

2. 우리나라 중학교와 고등학교 영어교과서에 소설과 회화만 싣겠다.

3. 그 소설을 읽으면 창의성과 인성교육을 동시에 배울 수 있다.

4. 문법은 대학교에서 배우면 된다.

 

한국을 보라. 한쪽은 촛불집회로 난리굿이다. 다른 한쪽은 영어 때문에 쫄딱굿이다. 내일 아침 날만 밝으면 또 아이들을 실은 비행기가 미국으로, 캐나다로, 호주로, 뉴질랜드로 날아가고 날아갈 것이다. 어머니는 아이와 함께 가고, 남은 아버지는 내일부터 영어교육비를 대기 위해 기러기 아빠로 남아 좆이 빠지게 땀을 흘릴 것이다.

 

한국에 남아 있는 아이들 역시 지금 엉덩이가 들썩들썩하고 있다. 여차하면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캐나다로, 호주로, 뉴질랜드로 날아가기 위해. 이 기막힌 현실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분명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

 

왜 우리만 안 될까? 베트남의 오지마을에서도 영어가 통한다. 중남미 오지에서도 영어가 통하고. 유독 교육열 높기로 소문이 나 있는 한국에서만 영어가 안 통한다. 종로 한복판에 가 보아라. 미국인이 다가와 영어로 길을 모르면 열에 일곱 여덟은 버버버, 하고 벙어리가 되어 버버거리다가 달아난다. 강남 한복판에서도 마찬가지다. 열에 일곱 여덟은 외국인만 만나면 까닭 없이 몸이 떨리면서 갈지자를 걷게 된다. 이게 한국의 현실이다.

 

이제 당달봉사에서 졸업을 하자.

이제 벙어리에서 탈출하자.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지적수준이 뛰어난 민족이다.

이제부터 죽은 문법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말을 가르쳐주자.

 

뒷이야기-나는 장담한다. 중학교, 고등학교 6년이면 말문이 터진다. 그러니 지금부터라도 영어교육정책을 깡그리 폭파시켜버리고 새로운 교육정책을 수립해 영어교육을 새롭게 창조해 나가자, 이 멍텅구리들아! 2008628도노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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