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빈이를 만나다
어제 오후 누님이 살고 있는 광명을 갔다. 예쁜 수빈이를 보기 위해. 수빈이는 지금까지 나와 몇 번을 만났을까. 열 번 안쪽이다. 이제 8개월째 접어들고 있는 수빈이. 더위를 무릅쓰고 내가 광명에 간 것은 일요일 우리 두 사람이 땀을 흘리며 작업을 한 열장의 CD를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버스에서 내려 아파트 단지 안으로 걸어 들어가고 있는데 저만큼 수빈이가 보였다. 누님이 수빈이를 보행기에 태우고 나온 모양이었다. 수빈이를 안고 있는 할머니. 내 발걸음이 빨라졌다.
“수빈아!”
아이가 돌아보았다. 내가 다시 부르자 양미간을 좁히면서 나를 쳐다보았다. 웃으며 내가 다가가자 그제야 수빈이가 나를 알아보았다. 활짝 미소를 지으며 수빈이가 내 쪽으로 몸을 꿈틀 움직였다. 하!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본 것이었다. 소통과 관계. 열 번 안쪽의 스킨십. 실로 대단한 것이다.
인간은 사물을 보고, 그리고 들으면서 인식의 세계로 접근해간다. 문자보다 빠른 것이 듣는 것이다. 수많은 단어들이 머릿속에 입력이 되고 축적이 된다. 그리고 연상 작용 그 끝에 축적된 단어들이 마침내 하나의 의미를 지닌 말이 되어 토해지는 것이다.
병원에 갔다 오면서 조카가 순대를 사왔다. 순대를 보자 술생각이 났다. 그 말을 하자 누님이 내려가 서울막걸리를 사왔다. 누님과 나누어 마셨다. 마지막 잔을 비우고 수빈이를 보자 언제 재웠는지 자고 있었다. 나도 수빈이 옆에 몸을 눕혔다. 피곤했나, 코 고는 소리들 들으면서 나는 잠 속으로 내려갔다. 한 시간을 잤을까. 눈을 떠보니 퇴근을 한 수빈이 엄마가 상을 차리고 있었다. 수빈이도 잠에서 깨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저녁을 먹은 나는 CD를 꺼내 조카 부부에게 설명을 했다. 문자가 아닌 소리에 대해. 수빈이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해 보아라. 그 끝은 놀라울 것이다. 방법은 오직 하나. 수빈이를 사랑하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사랑은 그리고 끝없는 인내와 노력이다. 조카 부부가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를 했다.
습한 더위를 끌어안고 내가 그곳에 간 것은 사랑 때문이다. 사랑은 인내요 끈기요, 그리고 자기 희생이다. 말로 하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사랑은 움직이는 것이다. 말로 하는 애국은 애국이 아니다. 애국은 움직이는 것이다.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무더위에 땀을 흘리며 나라사랑을 외칠 때 한번이라도 동참을 해 어깨동무를 하는 것이 나라사랑이다.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좌파도 아니고 우파도 아니다. 나를 사랑하고 내 가족을 사랑하고, 그리고 내 나라를 사랑하는 그 마음이다.
북이 남을 치다
지난 11일 금강산 관광을 갔던 남쪽의 한 여자가 북의 군인이 쏜 총에 맞아 사망을 했다. 있을 수 있는 일이 발생했다. 그 사건을 접하면서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곳은 남한 사람들이 관광을 오는 지역이다. 그리고 설령 경계선을 넘었다 치자. 그 모래언덕을 넘어온 사람은 여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격을 했단 말인가. 교육을 받지 않았을까? 아니 교육을 시키지 않았나? 우발인가, 아니면 사전에 계획된 도발인가? 그것도 아니면 짜고 치는 고스톱?
나는 생각한다. 이북은 국가가 아니다. 삼권은 있지만 삼권이 없는 나라다. 세계에서 그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단 하나뿐인 이상한 나라다. 그 이북과 머리를 맞대고 있는 나라가 우리나라다. 형제 국가이다. 단지 이데올로기가 다를 뿐이다.
멀쩡한 눈으로 이북을 바라보면 이해가 안 되는 나라다. 세계는 하나같이 탈 이데올로기로 돌아서고 있는데 이북은 아직도 자신의 체제 속에 안주하면서 문을 열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하나의 색깔로 똘똘 무장을 한 채 요지부동이다. 북에도 두 파가 있다. 온건과 강경. 온건보다는 강경이 더 세다. 온건이 강경에게 늘 밀리는 것은 자신들의 체제 때문이다.
혹자들은 말한다. 원조를 끊으면 자연스럽게 망하게 되어 있다.
그 반대편의 사람들은 말한다. 망하는 그날까지 도와주어야 한다.
이북은 경직되어 있는 국가다. 해서 그때그때마다 상대국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다. 정해져 있는 룰이 없다. 상황에 따라 정책이 여러 가지 색으로 달라진다. 이번 총기 사건도 어쩌면 군부들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어쨌든 이북의 사과가 있기 전에 먼저 정부와 현대가 슬픔에 잠겨 있는 유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위로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 차제에 정부도 깊은 사고를 해야 한다. 단절과 계승에 대해. 정말이지 이명박 정부는 첩첩산중이다. 앞으로 보아도 첩첩이요 뒤를 보아도 첩첩이다. 단절만이 능사가 아니요 답이 아닌 것이다. 내 색깔을 낼 때에도 기본만큼은 훼손시키면 안 된다. 특히 대북문제는 더더욱 그렇다. 지난 두 정부가 열과 성을 기울여 닦아놓은 그 길을 외면한 채 자신의 길을 닦겠다고 선언을 했을 때부터 남과 북은 이미 삐끗 금이 가기 시작했다. 정책은 흔들리면 안 된다. 계승해야 될 정책은 대통령과 당이 바뀐다 하더라도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야 시간과 노력, 그리고 경제적 손실이 적게 들어가는 것이다.
독도는 일본 땅이다
독도 문제에 관한 한 한국과 일본은 확연하다. 두 나라 다 독도는 자기 나라의 영토라고 목에 핏대를 올리고 있다. 우리 어머니도 텔레비전에서 독도 문제만 나오면 흥분을 하곤 하신다.
“저 망할 씨 아들놈들이 있나? 독도가 어예 지거 땅이고!”
이게 우리나라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다. 맞다. 독도는 분명히 우리나라 땅이다. 그렇게 머릿속에 박혀 있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나라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이고, 일본 국민들은 아니다. 일본 국민들은 독도는 일본 땅이다, 라는 사실이 머릿속에 깊이 박혀 있다.
오늘 아침 미국정부에서 독도문제를 언급했다. 독도 문제는 한일 간의 문제다. 그러니까 우리나라 안에서 바라보는 시각과 나라 밖에서 바라보는 시각은 영 딴판이다. 이게 냉정한 국제사회의 현실이다. 그 점을 일본은 수 십 년 전부터 노린 것이다. 왜 노렸을까? 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독도 바다 밑이 노다지인지 석유 밭인지.
문제는 일본은 물 밑에서 차근차근 독도는 일본 땅이다, 라고 작업을 해온 것이다. 그 열과 성은 하늘을 감동시키고도 남을 만하다. 그때마다 한국정부는 어떻게 대응을 했나? 일본이 들쑤실 때마다 콧방귀를 뀌거나 침묵으로 일관했다. 우리 옛말에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준다.’ 라고 했다. 국제사회는 독도를 잘 모른다. 지도를 펴놓고 보아도 불분명하다. 일본 땅 같기도 하고 한국 땅 같기도 하다. 그런데 일본은 국제사회를 향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얼굴색 하나 바꾸지 않고 이렇게 노래를 부르고 있다.
“독도는 일본 땅이무다!”
물론 우리나라에도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노래가 있다. 하지만 그 노래는 국제사회에 알리는 메시지가 아니고 우리 국민들이 화가 치밀어 머리에서 김이 날 때마다 화풀이로 부르는 노래인 것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라도 정신을 일도해서 언젠가 국제사법재판소에서 벌어질 재판에 대비를 해야 한다. 정부, 역사학계, 그리고 민간단체 등이 힘을 모아 이론을 만들고 논리를 재정비하여 문서로 일본을 굴복시킬 역사적 진실을 끄집어내어야 한다. 역사학자들도 나라 안에서 큰 소리만 뻥뻥 치며 헛소리만 하지 말고 진실로 대가리를 모아 시원한 답을 이제 내놓아야 한다.
깜깜한 밤, 살아 있는 닭다리를 갉아먹는 쥐.
아침이 되어서야 자신의 다리 하나가 없음을 알고 혼비백산하는 닭.
쥐는 어떻게 닭이 모르게 닭다리를 갉아먹을까?
미국 믿지 말고,
소련에 속지 말고,
일본놈 일어난다,
조선 사람 조심해라!
이명박 정부는 솔직히 가수 김장훈보다 못하다. 성자 김장훈은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독도는 우리 한국 땅이라는 것을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온몸으로 뛰고 있다. 통상외교장관보다 더 뛰어난 외교관이다. 외교부장관과 통상전문가들은 일주일에 한번이라도 청사에 출근을 하지 말고, 가수 김장훈에게 가 교육을 받아야 한다.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하여 한 말을. 과거는 과거다. 다시는 과거사를 놓고 사과를 하라고 하지 않겠다. 두 나라가 보다 더 미래지향적으로 나가자. 그리고는 일왕 앞에 다가가 머리를 바싹 조아렸다. 참으로 역사가 무엇인지를 모르고 한 행동이다. 그러니 일본이 때는 왔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그 장면을 본 나는 아연실색을 했다. 그리고 따라간 참모들을 떠올렸다. 그들 역시 가짜들이다. 나라와 나라가 만나 역사적 사실을 놓고 이야기를 할 때는 참모들과 심도 있게 논의를 한 다음에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아무리 입이 간지러워도…… 참을 때는 참아야 한다. 밖에 나가서는 끽소리도 하지 못하는 사람이 나라 안에서는 눈을 부라리며 국민들을 두드려 패고 있다. 그러니 나라 밖의 나라들이 입을 가린 채 실실 비웃고 있지……. 대통령이 아마추어면 참모들이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뒷이야기- 사람은 이성의 동물이다. 이성이 우리를 지배한다. 그래야 사람이다. 그렇다면 이성은 뭘까? 불변의 그 무엇일 것이다. 정말 인간은 이성의 동물일까? 나는 생각한다. 우리 인간은 이성의 동물이 아니라 감정의 동물이다. 이성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이 우리를 지배한다. 개인은 물론이고 나라와 나라 간의 전쟁도 따지고 보면 전부 감정에서 출발을 했다. 생략하고, 며칠 전 목동에 있는 에스비에스 사옥 앞에서 우리나라 기독교를 대표하는 한기총 사람들이 떼거리로 몰려와 땡깡을 부렸다. 그 장면을 바라보면서 나는 혀를 끌끌 찼다. 이제 발악을 하는구나. 땡깡은 이론과 논리가 부족할 때 나오는 물리적 힘이다. 지금 우리 모두는 감정의 바다에 표류하고 있다. 나침판 하나 없이 망망대해를 떠돌고 있는 것이다. 진리와 진실은 어디에 있을까? 진실로 진리와 진실은 텅 빈 곳에 있다. 곳간이 황금으로 가득 차 있는 곳에는 진리와 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 황금이 우리 인간의 이성을 눈을 감게 만들기 때문에. 나는 생각한다. 조용기, 김홍도, 곽선희 등등의 세 치 혀로 혹세무민하는 목사들은 가짜다. 무지하고 불쌍한 양들이다. 그 양들 앞에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오골오골 모여들고 있다. 눈으로 보는 자는 한 치 앞만 바라보고, 마음으로 바라보는 자는 먼 미래를 바라볼 수 있다. 종교적 진실과 종교적 진리는 소리 소문 없이 빛처럼 조용히 다가오고, 그리고 조용히 퍼져나간다. 2008715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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