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면 거시기 서꾼 집 앞에서 우리 두 사람은 헤어진다.
아침 10시에 헤어지면 밤 11시에 다시 도킹한다.
그 시간까지 우리 두 사람은 각자의 일에 코를 박는다.
내 하루의 3분의 1를 보내고 있는 둥지.
가을이다. 만추의 냄새를 맡으며 들어선다.
도서관 안. 점심시간이라 비어 있다.
그래도 남아 있는 군사들은 책에 코를 박고 있다.
미국의 새로운 역사를 기록해나갈 버락 오바마도 한 때 대학교의 도서관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담금질했다고 한다.
오바마의 승리는 미국의 승리다.
오바마의 승리는 가능성을 열어준 위대한 승리다.
오바마의 승리는 미국을 말아먹은 부시 부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빌 게이츠는 말했다.
내가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고향 마을의 도서관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서관은 지식과 상상력을 키우는 도장이다.
당수나 태권도나 유도를 가르치는 곳만 도장이 아니다.
도서관이야말로 나를 바꿀 수 있는 용광로다.
영어카페. 이곳에 가면 원어민을 만날 수 있다.
옆지기도 며칠 전 이곳에 와서 공부를 했다.
늙은 남자 하나가 영어로 남편이 어디에 근무를 하느냐 고 묻더란다.
싱거분 사람 봤나, 하다 청와대에서 한몫하는 사람이다, 라고 하니 입을 합! 하더란다.
점심. 밥, 김치, 콩자반, 무 말랭이.
이게 전부다. 그래도 맛있다.
꿀맛이다.
소는 풀을 먹고 우유와 맛있는 고기를 내놓는다.
인간은 소보다 더 영양가가 풍부하고 질 좋은 음식을 먹는다.
그렇다면 인간은 우유와 고기보다 더 나은 그 무엇을 내놓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날이면 날마다 이곳을 찾는다.
점심을 먹고 휴게실에 내려온 나는 문자를 보냈다.
거시기, 점심 묵고 커피 한 잔 마실까 하는데 300원짜리 말고 350원짜리 묵아도 되능죠?
잠시 후 문자가 왔다.
2000원짜리 마시소. 갠찬심더.
도서관 밖 풍경. 저 멀리 불암산이 보인다.
만추다. 만추 그 속으로 풍덩 빠지고 싶다.
하다 몸을 눕혔다.
좀 자자. 10분이라도.
라면도 꿀맛일 것이다.
밖에서 먹는 음식은 별맛이다.
도서관 창밖으로 보이는 단풍들의 잔치. 카, 좋다.
DMZ PROJECT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실질적 방안
거창한 주제다.
내가 봐도 몸이 떨린다.
그렇다.
나는 남과 북의 평화적 통일 그 한가운데에 서고 싶다.
그뿐이다.
지금 이 주제에 목을 매달고 있다.
그때까지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건강해야 한다.
앞으로 15년에서 20년 동안.
집으로 돌아가는 길.
어둑어둑한 저 길을 걸어가면 이상하게 엔돌핀이 나온다.
눈알이 무르도록 대상과 싸우고 났을 때의 그 희열이 찾아오는 것이다.
이제 집에 가서 저녁을 먹고 둔치에 나가야지.
걸어 6킬로미터.
중간지점에서 맨손체조와 윗몸 일으키기 120번. 끝나면 다시 죽을 둥 살 둥 되돌아간다.
11시.
서꾼 집 앞 정류장에서 덜덜 떨며 기다리고 있으면 이윽고 옆지기가 하루 일과를 마치고 차에서 내린다.
고생했다.
뒷이야기- 국민 여러분. 아니, 오모차베 블로그를 불철주야 찾아주신 여러분, 그동안 맛도 없고 영양가도 없는 글을 읽느라고 죽을 맛이었지요? 하늘 높은 줄 모른 채 치뻗은 기 덩어리인 글을 읽고 소화시키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저도 알고 있습니다. 글은 곧 그 사람이다고 합니다. 천성입니다. 거시기, 그게, 아니라고요? 맛이 있었고, 영양가도 풍부했다고요? 하하, 그렇습니까? 정말입니까? 하긴, 말인즉슨 맞습니다. 맛이 있었을 것입니다. 영양가도 있었을 것입니다. 물론 설탕과 조미료에 세뇌된 사람들은 오모차베 글이 닝닝했을 것입니다. 아니면 소태였던가. 하지만 자연식을 고집하고 선호하시는 분들은 만족했을 것입니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그렇고 그런 장사치는 아니었다고 본인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러나 섭섭해서 어떻게 합니까? 다름이 아니고, 저가 지금부터 목숨을 걸고 매달려야 할 프로젝트가 두 개 있습니다. CFT PROJECT와 OJO PROJECT가 그것입니다. 사나이로 태어나 무엇인가 후세 사람들에게 희망과 꿈을 심어주고 가야 한다, 라고 늘 생각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이제 그 날이 온 것 같습니다. 시계바늘이 오후 세 시에 걸려 있습니다. 그렇다면 해가 지기 전에 내 몸을 태우자. 해서 날이면 날마다 도서관에 내 존재를 묻고 있습니다. 그런 저런 연유로 부득불 블로그의 댓글을 닫습니다. 남은 시간 목숨을 걸어야 할 프로젝트에 올인할 생각입니다. 물론 글은 올립니다. 생략하고. 에 또, 훗날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그때까지 두루두루 만수무강하십시오. 2008115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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