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열정 그리고 탈진

오주관 2008. 12. 18. 20:21

  


 

 내 삶이 끝나는 날

햇빛 따뜻한 마당의 의자에 앉아

나는 이렇게 말 하리라.

길은 두 갈래

나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걸었다.

그 길이 내 운명이었다.

 

장장 6개월이었다. 그러니까 지난 6월, 청계광장에서 한반도 대운하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이 타오를 때, 나는 자주자주 내 양미간을 좁혔다. 대운하가 아닌 한반도 전체를 끌어안는 그 무엇이 없을까? 

 

 

  

한반도 전체를 끌어안는 프로젝트가 없을까?

정말 없을까?

 

그날부터 나는 내 머릿속에 저장된 인문학과 상상력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분명히 나올 것이다. 분명히 내 머릿속에서 우리나라 전체를 끌어안을 프로젝트가 나올 것이다. 나는 낮과 밤, 하늘과 땅을 바라보고 내려다보며 내 양미간을 좁혀 나갔다.

 

지금도 기억이 새로운 것은, 캄캄한 밤 베란다의 의자에 앉아 도노강을 바라보며 몇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어느 날은 백운대를 오르기도 했다. 그리고 어느 날은 옆지기와 함께 속초의 외설악을 오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빛 하나가 다가왔다. 나는 그 빛을 바라보았다.

 

아!

그래, 그것이다! 

 

 

  

나는 몸을 벌벌 떨며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미친 듯이 자판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한 달, 두 달, 세 달…… 그리고 12월. 드디어 완성되었다. 정확하게 12월 6일. 에이포 용지 15장. 그 속에 내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력이 총 동원되었다. 장장 6개월이었다. 우리 두 사람은 뜨거운 악수를 나누었다.

 

지난 6개월은, 열정 그 자체였다.

지난 6개월은, 미침 그 자체였다.

지난 6개월은, 꿈과 희망 그 자체였다.

 

OJO PROJECT가 완성된 날, 내 정신과 육체가 허물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그 다음날도 배낭을 메고 도노강 둑길을 걸어 도서관에 갔다. 그리고 어제처럼 열람실 빈자리에 앉아 그동안 만지지 못했던 CFT PROJECT를 열었다. 이제부터는 CFT PROJECT다. 그 생각을 하고 있는데 현기증이 내 몸을 엄습했다. 핑! 동시에 기운이 빠지면서 몸이 내려앉기 시작했다. 눈을 감은 채 잠시 생각에 잠겨 있던 나는 아! 하고 눈을 떴다. 고개를 끄덕였다. 가자! 집으로 가자. 나는 배낭 속에 노트북을 넣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성취 그 다음에 찾아온 동무들.

 

탈진!

공허! 

 

뒷이야기- 그날부터 나는 방랑길에 다시 올랐다. 나는 발 가는 대로 걷고 있다. 이 해가 갈 때까지 나는 내 몸에서 빠져 나간 기와 허기를 보충시킬 생각이다. 지금은 탈진 상태다. 아무 생각도 없다. 어지러움을 다스리기 위해 나는 동서남북을 헤매고 있다. 당분간 그렇게 헤맬 생각이다. 20081218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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