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연휴 마지막 날, 신탄리로 결정을 하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독하게 추웠다. 설국으로 가는 지하철 안도 추웠다.
연천역 부근의 풍경. 설국이었다.
동두천역에서 기차를 갈아타고 도착한 신탄리역. 여기서 4킬로만 가면 강원도 철원이다.
작고 아담한 역사가 마음에 든다.
신탄리에 있는 명물 막국수집. 올 때마다 뭐에 홀린 듯 먹기만 했다. 다 먹고 나면 아차! 했다. 오늘은 단단히 정신에 기합을 넣고 초장부터 정신을 차렸다. 자, 액션!
이 집의 서비스. 문을 열고 들어가면 구수한 숭늉과 백김치를 내놓는다. 먹어본 사람만 안다. 숭늉은 구수하고 백김치는 시원하다. 여름에도 시원하고 겨울에도 시원하다. 그리고 닭 날개가 서비스로 나온다. 삶았는지 튀겼는지 어쨌든 쫄깃쫄깃하다. 이 두 가지로 배를 어느 정도 채우면 막국수가 나온다.
막국수 맛이 다르다. 담백하다. 그리고 서비스로 나오는 싸리. 겨자를 넣어 먹으면 내가 왜 지하철과 기차를 갈아타고 이곳까지 왔는지를 알게 된다. 단백한 막국수 맛이 주는 여운이 길다.
이 집 주인인 김종찬 씨. 오늘 모처럼 아이들과 삼겹살 파티를 하고 있다.
토요일과 일요일이면 손님이 꽉 찬다. 단골손님들이다. 산을 찾는 등산객과 군인들 그리고 맛을 못 잊어 오는 손님들로 홀은 가득 찬다. 평일에도 이 시골로 다리품을 파는 사람들이 있다. 복이다. 오늘 우리 옆에는 개인택시 기사분과 부인이 왔는데, 양주에서 왔다고 했다. 장사는 이렇게 해야 한다. 맛이 좋으면 백 리 밖에서도 온다. 오는 손님 어서 오시고! 가는 손님 안녕히 가십시오.
설국이다. 창밖을 바라보자 괜히 마음이 서늘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을까. 시간은 변화다. 얼굴을 보니 늙어가고 있다. 그대, 무엇을 꿈꾸고 있는가. 홀로 독 푸를 청. 독청.
돌아오는 길. 오지게 추었다.
뒷이야기- 올 겨울은 감기 때문에 엄청 고생을 했다. 감기로 몸이 파재래기가 되다 보니 겨울이 영 싫다. 내복을 입어야 할 정도로 몸이 춥다. 시베리아가 따로 없다. 초 겨울에 몸을 떨면 봄까지 몸을 떤다는 게 맞는 모양이다. 독한 겨울 살아남아야 한다. 201013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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