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폭설

오주관 2010. 1. 5. 22:40

 

 

 백 년 만의 폭설. 어제 내린 폭설이 25센치미터라고 한다.  

 

 

 

 

안국동 뒷골목. 발목이 푹푹 빠질 정도로 눈이 내렸다

 

 

 

 

 

 눈 오는 날에는 동네 개들이 나와 춤을 추는데 어제는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사람도 엉금엉금, 차들도 엉금엉금

 

 

 

 

 

 정독도서관. 이 연세에 도서관을 찾는 동무들 그렇게 많지 않다. 알아야 면장을 하지는 진리다

 

 

 

 

 

북극곰도 멧돼지도 보이지 않았다. 캐나다에서 곰이 정면으로 다가올 때 대처하는 방법. 첫째, 두 팔을 이용해 급소인 목과 얼굴을 감싼 채 몸을 돌돌 말아 엎드린다. 절대 곰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안 된다. 눈을 감은 채 죽어 있어야 한다. 눈을 뜬 채 바라보면 괘씸죄에 걸려 당장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걸레가 된다고 한다. 다행히 배가 불러 식욕이 당기지 않으면 앞발로 툭툭 한두 번 건드려 보고는 간다고 한다. 둘째, 배가 고파 인간을 공격할 때는 무지막지 공격을 한다고 한다. 그 때 걸음아 나 살려라! 하고 도망을 가면 곰이 인간보다 더 빨라 잡히면 몸이 해체분해가 된다고 한다. 만약 그런 상황이 닥치면 인간도 이판사판 필사적으로 달려들어 싸워야 한단다. 이길 활률은 제로에 가깝지만 그래도 다음 세대들을 위해 싸워야 한단다. 자신은 희생을 당하지만 곰에게 인간의 용감함을 각인시켜 주어야 한단다. 죽자사자 피를 철철 흘리면서 싸우면 아, 인간도 고래 심줄 모양 끈질기구나! 하고 뒤의 자식들에게 유전으로 남긴다고 한다. 이놈들아! 사람들을 만나면 독종이니까 조심해라. 지금 한국에 북극곰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를 깽판치는 곰들. 방법은 하나. 피하지 말고 정면으로 싸워야 한다. 비록 나는 저들에게 잡혀 피를 흘리지만 민주주의와 자유를 위해 그리고 우리 뒤의 사람들을 위해 용감하게 싸워 전사를 해야 한다. 무슨 메시지인지 감을 잡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고 못 잡은 사람들도 있지 싶다

 

 

 

 

 

 

삼청동 입구.똑바로 가면 삼청동, 왼쪽으로 꺾어지면 청와대

 

 

 

 

 

 경복궁 민속박물관. 지나가는데 뭐라고 뭐라고 하는 걸 보면 외국에서 온 관광객들인 모양이다

 

 

 

 

 

 

추억의 그 거리. 이발소, 만화방, 사진관, 다방, 국밥집, 복덕방 등등. 국밥집에서 뜨거운 국밥 한 그릇 먹고 청자다방에 가 미스 김을 옆에 앉혀놓고 나는 커피, 미스 김은 쌍화차를 한잔하면서 손을 오물딱 조물딱

 

 

 

 

 

나와서는 이발을 한 번 해. 이발을 하면 일주일이 행복해진다고 한다. 목욕은 하루

 

 

 

 

 

 

그 옛날, 텔레비전이 없던 그 시절 만화방이 최고였다. 하루에 50권도 좋고 어떤 날은 100권까지 읽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 사촌 형님이 만화방을 하는 바람에. 호시절이었다

 

 

 

 

 

 

이왕지사 나온 김에 사진도 한방 박아.

 

 

 

 

 

 미스 김, 또 올게. 자주 좀 오세요. 자주 오면 차 공짜로 주나?

 

 

 

 

 

 뜨거운 국밥에 뜨거운 커피 한잔 마셨더니 속이 든든.

 

 

 

 

 

 이제 슬슬 산책이나 하자. 경복궁

 

 

 

 

 

 눈이 푸지게도 왔다. 이게 백설기면 좋으련만

 

 

 

 

 

저 멀리 인왕산이 희부옇다

 

 

 

 

 

청와대 뒷산도 눈밭이다. 호시절 다 지나가네. 단임제라 대통령의 인기도 금방이다. 들어올 때는 천하가 내 것인 것 같았는데 막상 나갈 날짜가 다가오자 이상하게 가슴이 식어 오면서 눈 앞이 뿌옇게 변할 때가 있을 것이다. 입이 타고 입술이 타면 그건 헛방이다. 어떻게 보면 평민보다 못한 인생이다

 

 

 

 

 

 

 

 

 

뒷이야기- 몇 십 년 만에 내린 폭설이라고 한다. 차들이 거북이 걸음이었다. 가다가 틱 박는 차도 여러 대였다. 이런 날에는 영업용을 운전하는 기사들이 애를 많이 먹을 것 같다. 안 갈 수도 없고. 가자니 오금이 당기면서 심장이 오그라 붙어 하늘이 노랗게 변하고. 이런 날 자가용을 턱 하니 몰고 나타난 자들의 심장은 철판일까. 춥고 배고팠던 어제였다. 201014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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