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용문에 있는 허브 찜질방에서 땀을 뺐다. 나이를 먹으면 추위가 싫다. 뜨뜻한 아랫목이 이상하게 와 닿는다. 오늘은 반대로 겨울 산으로 가기로 하고 집을 나갔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손님이 북적거리는 식당에 들어가 막국수를 시켰는데 신탄리 그 식당 막국수와는 맛이 달랐다. 담백함 대신 달착지근했다
부지런히 다리품을 팔아 도착한 곳. 구곡폭포. 빙벽을 타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저 빙벽도 녹지 싶다
남자도 있었고 여자도 있었다. 장비만 있으면 나도 올라갈 수 있을까. 글쎄다. 아마 못 올라가지 싶다
강태공들의 짜릿한 손맛이 저 맛일 것이다. 힘들게 올라가 정상에 섰을 때 다가오는 쾌감이 없으면 올라가지 않으리라. 땀 그 뒤에 오는 몸떨림
정상에 올라갔다 내려온 부대들은 밑에서 멸치삶은 물에 오뎅을 삶아 푸지게 먹고 있었다. 언 몸에는 뜨끈한 오뎅에 소주 한잔이 좋지. 카 하는 그 맛
정상을 눈 앞에 두고 있는 사나이. 그래도 내려다 보면 아찌할 것이다. 정상 밑이 좋다는 것을 저 산 사나이도 알리라. 뒤따라 가는 자가 행복하다. 앞서 가는 자는 고독하고 외롭다
얼어본 사람은 안다. 추위가 얼마나 무서운지. 올 추위는 유난히 매서웠다. 감기가 늘 노려보고 있었다. 여차 하면 내 몸 속으로 기어들어올 만반의 준비를 한 채. 콧물을 모르는 내가 요즘 콧물이 나오고 있다. 이상하다. 풀어도 풀어도 코가 나온다
저녁이다.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빼! 하고 기차가 들어오고 있다. 언 몸을 싣고 우리의 아지트로 돌아가자. 2호와 6호로 떨어져 가야 한다. 자, 올라타자
뒷이야기-언 몸을 녹히기 위해 들어간 찻집. 커피를 마시면서 기다림의 미학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혁명과 신뢰와 발상의 전환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했다.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이 있어야 한다. 나는 저 먼 곳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데 내 주변의 사람들은 바로 발 앞을 쳐다보고 있다.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는 법이다. 나는 내가 지금까지 궁구한 내 인문학의 끝을 보고 있다. 문제는 나와 어깨동무를 할 친구들이다. 2010131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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