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용문으로의 겨울 여행

오주관 2010. 2. 7. 05:12

 

 

일요일 아침의 도노강 풍경. 갈식이 친구들이 오늘도 영일만에서 날아와 나를 즐겁게 만들어주었다. 어메, 좋은 것! 그 먼 데서 나 하나 보자고 날아온 영일만의 친구들

 

 

 

 

 

강원도 고성으로 가느냐 를 놓고 토론을 벌리다 결국 허브로 결정을 했다. 누님도 같이 가자고 해보까. 좋지요. 전화를 넣었다. 이제 며칠 안 있으면 조카가 둘째를 본다. 창살 없는 감옥살이를 하고 있는 누님. 회기역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는 준비를 했다. 회기역에서 만나 우리 세 사람은 용문으로 내빼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양수리를 지나면서 다리 위에서 바라본 한강 풍경. 얼어 있었다. 이번 겨울 추위는 혹독했다. 징그러운 것

 

 

 

 

 

여기는 용문. 이번이 두 번째. 오일장도 있어 재미가 솔솔하다. 아지매요, 이 미역은 얼망죠? 천원입니다. 아제요, 이 주전자는 얼망죠? 만원입니다. 아, 그렁죠, 싸네. 싸고 좋습니다. 얼마 전에 양은주전자에서 스텐으로 바꾸었다. 발암물질이 들어 있다고 나발을 부는 바람에

 

 

 

 

 

찜질방 입구. 내 영원한 멘토인 누님은 여전히 한 인물이다. 입구 바닥이 얼음으로 얼어 있었다. 조심조심

 

 

 

 

 

찜질방 내부. 내가 완전히 홍보대사다. 찜질방은 크다 는 고정관념을 깨버린 곳. 이게 중요하다. 우리가 철썩 같이 믿고 있는 세계를 거꾸로 뒤집어 볼 줄 아는 발상의 전환이. 답은 없다. 답은 우리가 만들어 나가면 그게 답이다. 고정불변은 우리를 영원히 틀 속에 갇혀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한다.

 

 

 

 

 

9천원을 내고 들어가면 맨 처음 족욕을 한다. 족욕을 하면서 서비스로 간단하게 마사지를 받는다. 첫날은 성의가 없었다. 아저씨는 맺힌데가 없습네다. 아, 그래요? 근육이 뭉친데가 없습네다. 처오촌 벌초하듯이 건성으로 서너 번 만지더니 끝이었다. 오늘은 제법 손이 매웠다. 옆지기가 찜질방에서 자꾸 머리 한쪽이 아파다고 해 내가 몇 번 봉사를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전철 안에서 조금 전에 나한테 받은 마사지가 잘못 되었는지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내가 그랬다. '야매가 글치 뭐. 도로 돌아가 이북한테 고쳐 달라고 할래?' '하하하!'

 

 

 

 

 

이게 사람 잡는다. 지극히 간단하다. 허브를 조금 올려놓고 전기로 물을 덥혀 허브향을 실내에 공급하면 사람 몸이 금방 줄줄 땀이 흐른다. 불가마에서보다 더 땀이 난다. 그렇다고 몸이 델 정도로 뜨겁지도 않다. 어메, 좋은 것! 션하다! 땀이 비 오듯 줄줄이 사탕이다

 

 

 

 

 

또 다른 찜질방. 바깥풍경을 볼 수 있어 좋다. 여름에 가족들과 오면 좋은 장소다. 바로 밑에 개울도 한몫한다. 개울에 내려가 풍덩 다이빙을 하면 그냥 일박이일의 강호동이가 된다

 

 

 

 

 

저녁을 짓나, 굴뚝에 연기가 피어 오르고 있다. 경상북도 영일군 오천면 용덕동 4반 반장댁이 생각난다. 겨울방학 때, 저녁에 꿀뚝에 연기가 피어 오르면 아, 밥을 하는구나. 연기가 피어 오르지 않으면 아, 오늘은 굶는구나. 조밥을 먹어본 사람들은 안다. 차조는 짤지지만 매조는 숟가락으로 한 숟가락 뜨면 픽 흩어진다. 까끌까끌한 매조밥, 먹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가난했지만 꿈과 행복이 있었던 옛날이다

 

 

 

 

 

한 인물과 두 인물이 나란히 앉아 서울로 가고 있다. 소주를 한잔하면서 어려웠던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주어 가슴 한곳이 무너져 내렸다. 우리 집안의 기둥이었던 누님. 조카들의 교육을 혼자서 다 감당했다. 내 고생은 누님에 비하면 십 분의 일도 안 된다. 처음 들은 지난 고생담을  듣고 가슴이 찡했다. 나에게도 정녕 마지막이 있나. 마지막 카드가 있나!   

 

 

 

 

 

 

지는 석양을 뒤로 하고 우리는 그곳을 나왔다. 걸어걸어 그 옛날의 추억을 곱씹어면서. 언제 누님과 이곳을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소주 한잔에 마음이 풀어져 부산과 포항에 있는 누이들에게 전화를 넣었다. 이번 설에 다 올라온다고 했다. 그래, 한 번 뭉치자. 만나 단합대회 한번 하자.

 

 

 

 

뒷이야기- 어메 좋은 것! 지금 노래가 흘러 나오고 있다. 장사익 선생의 님은 먼 곳에 라는 노래가. 한번 따라 불러볼까. 사랑한다고~ 말할 걸 그랬지이이~ 님이 아니면~ 못 산다 할 것을~ 사랑한다아고~ 말할걸 그랬지~ 망설이다가~ 가버린 사아랑~ 마음 주고~ 눈물 주고~ 꿈도 주고~ 멀어져 갔네~ 님은 먼 곳에~ 영원히 먼 곳에~ 망설이다가~ 니임은 머언 곳에~이 새벽에 나는 깨어 노래를 부른다. 한 사람은 아직 꿈을 꾸고 있고 깨어 있는 나는 노래를 부르고 있다. 노래를~ 201027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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