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설악산 국립공원에 전화를 해 문의를 했다. 다리가 이만저만한데 대청봉을 오를 수 있겠습니까? 대피소는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라 일박이 불가능하다. 그리고 다리가 그 정도면 오시지 마십시오. 해서 도봉산을 한 번 올라가보자.
올라가 보았는데, 오를 때는 기를 쓰고 올라 잘 몰랐는데 내려와 막걸리를 한 잔 마시면서 얻은 결론은 가지 말자. 대청봉은커녕 소청봉도 못 올라갈 다리다. 포기
도합 세번 올랐다. 이것으로 끝
난생 처음 손을 모아 합장을 했다. 교회를 가도 성당을 가도 나는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본 역사가 없다. 나도 모른다. 지금까지 그렇게 살았다. 그런 내가 그 날은 두 손을 모아 합장을 했다. 나도 모른다
내가 바라본 건너편 산. 많은 생각이 내 머릿속을 지배했다. 남은 삶 어떻게 살아야 하나
걷자, 라는 주제를 가지고 떠난 순례. 봉화와 영주와 풍기. 처음 본 지역들이었다. 신기했다. 여기도 사람들이 사네. 낯선 풍경이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다. 풍기 봉화 영주
울진. 그날밤 울진의 포구에서 물회를 먹었는데 이건 물회가 아니었다. 해서 주인에게 포항에 한 번 가봐라. 가서 북부시장의 회집에서 물회를 한 번 먹어보라. 이건 물회가 아니다. 주인 왈 다들 마싰다고 그러는데. 그건 당신 생각이고. 경상도 사람은 표현도 직설적이다. 그래서 죽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고치지 못하는게 천성이다. 나쁜 것은 나쁜 것! 좋은 것은 좋은 것!
울진 읍내를 가로지르는 다리.
덕구계곡. 울진 시외정류장에서 만난 택시기사 아저씨가 추천해준 계곡. 굴구지를 가보려고 했는데 이미 예약이 다 끝나 잘 곳도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용한 덕구계곡을 소개해주었는데 너무 조용해 죽는 줄 알았다. 더운 덕구계곡은 물조차 차지를 않았다. 온천수가 나와서 그러나, 너무 더웠다. 2킬로 전진 끝에 후퇴했다
삶이 신산하고 인간들을 잘 사귀지 못하는 옆지기. 내 마음 같으면 통일이 된다. 이 세상에는 좋은 사람들도 많지만 질이 나쁜 인간들도 많다. 저질들이 감당 안 되는 사람들은 사실 살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어쩌리, 저질들도 우리인 것을. 다 품에 안고 살아갈 수밖에. 저질들아! 반성 좀 하면서 살아라
아따, 바람은 어디 소풍가고 무풍만 계곡을 지배하나. 사 가지고 간 캔 맥주 더워지기 전 다 마시고 철수.
발가벗고 물놀이를 하는 형제. 한 놈은 챙피한지 물 속에 잠수해 나오지를 않았다. 기다렸다. 푸! 하고 나오는 걸 포착. 그 나이 때는 고추를 내놔도 괜찮다. 고추 자랑도 좀 하고 그래 살아라. 아무나 고추 못 단다
울진, 울진 원자력발전소, 삼척, 강릉, 그리고 속초. 마지막은 비가 내리고 있는 대포동. 옆지기를 위해 양보를 했다. 회를 먹었다. 소주 네 병을 비우고 철수. 그리고 속초를 떠나왔다. 제주 둘레길은 다음에. 그 전에 다시 한번 백담사를 기약하면서
뒷이야기- 이번 여름휴가를 어떻게 보낼까. 1.무작정 길을 떠나자 2. 땀을 흠뻑 흘리자 3.걸으면서 생각하자. 그래서 첫날 설악산 대청봉을 한번 올라가보자. 워밍업 삼아 도봉산을 오르기로 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폭염의 연속이었다. 안개와 바람뿐인 도봉산 정상에서의 그 기분. 무리였다. 대청봉은 생략하기로 하고 그 다음날부터 대장정에 올랐다. 백담사로 가기로 하고 동서울터미널로 갔는데 첫 일정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백담사가 아닌 울진. 그때부터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마지막은 속초. 201083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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