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화두

혁명만이 살길이다

오주관 2012. 1. 24. 01:32

 

 

나는 누구인가

 

백담사 그 동네 민박집들 영업하겠나?

해요.

그럼 백담사에 가까?

그러지 말고 바다가 있는 정동진으로 가요.

아, 그러네. 정동진이 낫겠다.

바다도 보고.

잠시 후.

기차 있나?

전부 매진인데요.

설인데 왜 정동진에 가려고 할까?

연휴잖아요.

강릉도 전부 매진이었다.

 

백담사도 아니고 정동진도 아니면 어디로 가야 하나? 어쨌든 이틀 정도 이곳 서울을 벗어나야 한다. 잠시 집을 벗어나 한적한 곳에서 두 가지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번에도 내 타깃은 사람이다. 그는 알려져 있는 유명한 사람이고 나는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 사람이다. 그는 세상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고 나는 변방에 살고 있는 인물이다. 태어나 지금까지 변방에서 죽으라고 나를 단련시켜왔다. 생각해보면 외롭고 고독한 한 평생이었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의 공부가 있다.

1. 입심양명을 위한 공부

2. 자기 자신의 내적세계를 위한 공부

 

나는 당연히 후자이다. 60 평생 나만을 위한 공부에 내 존재를 던졌다. 당연히 명예와 부는 거리가 멀었다. 한 길을 걸어 여기까지 온 것이 신기할 뿐이다. 어떻게 지치지도 않고 이 길을 걸어올 수 있었을까?

 

 

 

어느 해, 대학원을 마치고 어느 신문사 외신부에서 첫 직장생활을 시작한 고향후배. 사이사이 술도 사고 커피도 사고 밥도 사곤 했다. 일년이 지나 신문사를 나온 그는 무역협회로 직장을 옮기더니 다시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와버렸다. 러시아로 유학을 떠나기 위해서였다. 유학을 떠나기 며칠 전 기도원에 왔다 수유리 내 지하 골방을 찾아왔다. 그는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나에게 매주 학보를 보내주었다. 언제인가는 학보에 그의 엉터리 단편소설도 실려 있었다. 그때의 그는 문학에 목이 마른 문학도였다.

 

내 아지트에서 이틀 동안 입에 거품을 문 채 문학과 인생사를 논했었다. 마지막 날 밤, 자정이 넘어도 그는 잠을 잘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하! 입이 소태였다. 술만 있으면 새벽 네 시가 되어도 눈이 살아 움직이는 친구가 하나 있었다. 그 친구를 닮은 후배는 도통 잘 생각을 하지 않고 나를 향해 침을 날리며 열변을 토하고 있었다. 도스또옙스키와 체홉의 광팬이었다. 눈꺼풀이 천근만근이 된 나는 하품을 내물며 간청을 했다.

 

거시기야, 자자.

형님, 잠이 옵니까?

응. 눈꺼풀이 딱들아붙는다.

히히.

인자 자자.

히히.

와 우웃노?

 

형님, 저는 희귀동물이고,

형님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입니다.

 

붙으려는 눈꺼풀이 조금 떨어졌다. 희귀? 멸종? 와 희귀동물이고? 후배가 히히 미소를 지었다. 형님, 저는 지금까지 동정입니다. 후배와 나는 동해안 바닷가 출신이다. 바닷가 태생들이 그렇듯이, 사나운 구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후배는 반대였다. 순했고, 고향의 사투리도 쓰지 않았다. 겉과 속이 서울사람이었다. 흠이라면 말할 때 상대방의 얼굴에 침을 튕긴다는 것이다. 열정 때문이다. 그래? 네. 그러니까 대학교를 졸업하고 카추사까지 갔다 온 피 끓는 이십대의 젊은이가 아직까지 동정을 지키고 있다. 쉬운 일은 아니다. 그는 덧붙였다. 사랑하는 여자를 만날 때까지 동정을 지킬 겁니다. 하! 독한 놈. 나는 열여덟에 달아났는데.

 

 

 

거시기야, 나는 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고? 히히, 그는 웃었다. 형님은 나이 사십이 넘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그리고 그 흔한 벼슬자리 하나 구하지 않고 변방에서 오로지 형님 자신만을 위해 검법을 연마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이 세상에 형님 같은 사람이 있겠습니까? 없지. 국가가 나서서 나를 보호해주어야 한다. 희귀동물과 멸종위기에 처한 두 동물은 잠시나마 껄껄 너털웃음을 날리며 무료한 시간과 천근만근이 되어 달라붙는 잠을 쫒을 수 있었다.

 

자신을 희귀동물이라고 소개한 그 후배는 내 아지트에서 나간 며칠 후 러시아로 유학길에 올랐다. 도스또옙스키의 일인자가 되어 돌아오너라! 내가 그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이다. 서울에서 술과 밥 그리고 커피를 사 주곤 했던 후배는 그 이후로 내 앞에 더 이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몇 년 전, 고향의 어느 후배로부터 그가 H대학교 정치학 교수가 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한 때 내 애제자였던 그 후배. 그는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감추고 말았다. 한편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이라고 명명된 나는 오늘도 변방에서 비지땀을 흘리며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나만의 검법을 연마하고 있다.

 

나는 이 세상과 세상 사람들을 그릴 수 있는데,

이 세상과 사람들은 나를 그리지 못한다.

 

그런데 세상사가 그렇듯이,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그 끝이 다가온 것이다. 이제 워밍업을 끝내야 한다. 어느 새 내 나이 60이다. 이제 속세에 내려가 그들과 섞여야 한다. 이름씨들이 판을 치는 그 무대에 올라가 나는 그들과 어깨동무를 해야 한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이름씨가 아닌 움직씨로 이 세상을 구하는데 내 힘을 보태야 한다.

 

점심을 먹은 우리 두 사람은 이를 닦았고 머리를 감았다. 가방 속에 노트북, 현미 도시락 5개, 김치, 콩자반, 그리고 칫솔을 넣었다. 가방에 카메라를 넣은 옆지기. 우리는 집을 나왔다. 상봉역에서 출발하는 춘천행 지하철. 급행이었다. 남들은 선물 보따리를 쥔 채 고향으로 가고 있는데 우리 두 사람은 유스호스텔로 가는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강촌역. 유스호스텔은 멀지 않았다. 어젯밤 전화로 예약을 한 상태라 직원이 알고 있었다. 2층 220호에 들어가 가방을 놓고는 방문을 잠그고 나왔다. 옆지기를 배웅하기 위해. 잠시 후 다가온 지하철. 마무리 잘하고 홀가분하게 오세요. 응. 씨 유 안 먼데이. 늘 같이 다니다 혼자가 되니 가슴 한 구석이 서늘했다.

 

1식 2찬으로 저녁을 해결한 나는 판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전기를 연결시켰다. 한글2007을 부른 나는 그동안 내 머릿속에 저장해놓은 단어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21세기 세계와 한국이 풀어야 할 주제

세계를 보라! 지금 세계는 극렬하게 몸살을 앓고 있다. 그동안 몸속 깊이 잠복해 있던 상처가 곪아 드디어 터져 나온 것이다. 어떻게 고쳐야 할까? 항생제로는 안 된다. 근본적인 수술이 필요하다. 미국은 물론이고 미국을 닮고 싶어 안달이었던 많은 나라들이 신봉했던 신자유주의. 그 신자유주의에서 터져 나온 고름 덩어리가 지금 세계를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2008년 미국에서 시작한 금융위기가 유럽을 강타하고 있다.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고 프랑스로 접근하고 있다. 그동안 잠깐 누렸던 경제호황은 긴 불황을 알리는 신호탄에 불과했다. 신기루가 사라진 사막에는 뜨거운 열풍과 모래바람이 지배하고 있다.

 

세계는 지금 신자유주의의 덫에 빠져 있다. 힘이 있는 자들이 결탁해 만들어놓은 신자유주의라는 시스템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들이 주문을 걸어 구축해놓은 신자유주의라는 괴물의 실체는 무엇일까?

 

무한 경쟁과 승자독식이다

 

신자유주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1. 파생상품의 비밀제조공장인 금융업

2. 토건 내지는 건설업

3. 부동산

4. 서비스

 

제조업은 없다. 이 네 가지가 그동안 거품을 만들어 내었다. 파생상품으로 절단이 난 미국의 월가를 보라. 자기들 꾀에 자기가 넘어 쓰러진 금융투기집단을 미국정부는 어떻게 대했나? 사기꾼에 다름 아닌 공룡 같은 집단에게 미국정부는 공적자금 7천 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그 결과 사기꾼 집단들은 다시 부활했고 반대로 수많은 중산층들은 집을 잃은 채 거리로 내쫒기고 말았다. 이게 신자유주의이다. 그 끝에 1%와 99%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세계의 중심에는 1%가 자리를 잡고 있다. 그들이 만든 그 속임수의 마술은 99%가 풀 수 없도록 설계되어져 있다. 어떻게 빠져 나올 수 있을까? 뭉쳐야 한다. 99%가 하나로 뭉쳐 1%가 만들어놓은 그 마술 같은 시스템을 폭파시켜야 한다. 근본을 뒤바꾸는 혁명만이 99%가 그 덫에서 빠져 나올 수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99%를 지배하는 1%의 그 거짓 마술의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어떻게 바꿀 수 있나?

 

1. 무조건 뭉쳐야 한다.

2. 무조건 선거에 참여를 해야 한다.

3. 무조건 우리를 돕겠다는 정당과 정당인들에게 투표를 해야 한다.

 

절대 1%를 돕는 정당에 표를 찍어서는 안 된다. 우군과 적군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 다음은 정치권이 난제들을 풀어 나가야 한다.

 

1. 1%가 아닌 99%를 끌어안는 경제의 민주화

2. 사람이 중심이 되는 복지시스템 구축

3.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

4. 인간과 자연이 공생할 수 있는 인자생태계 구축

 

나는 다시 한 번 내 자신에게 묻는다. 왜 이곳 강촌유스호스텔에 왔나? 첫째, 2008년 여름 청계광장에서 만든 한반도의 통일 프로젝트를 정치권에 접목을 시키기 위해 이곳에 왔다. 둘째, 내 프로젝트를 정치권에 연결시켜줄 수 있는 그에게 내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 이곳에 왔다. 2012년 대한민국은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있다. 한국이 다시 한 번 새롭게 태어나려면 한나라당이 아닌 야당이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를 해야 한다. 지난 4년 이명박 정부가 보여준 그 엉터리 정책이 다시 재현이 되면 한국은 주저앉고 만다.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야당이 승리를 해야 한다.

 

 

 

지난해, 나는 떠오르고 있는 두 인물에게 내 메시지와 통일 프로젝트를 보냈다. 물론 답은 받지 못했다. 나는 생각한다. 가면 와야 한다. 그것이 상식이다. 기다려 보자. 나는 기다리는데 이골이 난 사람이다. 한계 그 이상의 세계가 항상 나를 지배해왔다.

 

나는 한 가지 생각뿐이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이다. 우리 겨레의 염원이 아닌가. 정치권도 학계도 시민단체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고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런데 그들이 부르짖고 있는 통일은 원론이고 총론이다. 어느 누구도 각론을 가지고 통일을 이야기한 사람은 없었다. 한 사람. 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 각론을 내놓았다. 이름 하여

 

김대중 3단계 통일론

 

그리고 2008년 내가 만든 통일 프로젝트. 이름 하여

 

2013-2023 DMZ PROJECT

 

세월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세월 속으로 들어가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내 메시지를 보낼 그는 반 은퇴를 한 정치인이다. 하지만 정치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아직 자신이 해야 할 몫이 남아 있다고 한다. 그런 그를 향해 내 메시지는 또 날아갈 것이다.

 

내 꿈은 하나다. 내가 만든 통일 프로젝트가 내년에 들어설 정부에서 작동이 되어야 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 있을 때 이 프로젝트가 가동이 되었으면 하고 학수고대를 했었다. 어쨌든 이 프로젝트에 도장을 찍으면 남과 북은 통일이 됨은 물론이고 한반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경제가 다시 한 번 활활 타오를 것이다.

 

그런 내 뜨거운 열정과 가슴을 정치권에 전하기 위해 가방을 메고 이곳을 찾아온 것이다. 내 열정이 식지 않은 한 나의 도전은 계속 될 것이다.

 

10시. 방을 나갔다. 캄캄했다. 나는 어두운 길을 걸어 역사로 갔다. 뜨거운 커피를 마시기 위해. 밤공기가 찼다. 역사 안의 편의점에서 산 뜨거운 커피를 벤치에 앉아 마셨다.

 

이름씨들은 누구이고 움직씨들은 또 누구인가?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누가 나를 좀 그려다오.

 

 

뒷이야기-지난해 내 메시지를 보낸 그들은 지금 열심히 자신의 길을 닦고 있다. 한나라당의 생명을 손에 쥐고 있는 그는 아직도 Yes와 No 그 사이에서 세상 사람들과 시소게임을 하고 있다. 다른 한 사람도 동정동 스탠바이 상태다. 기다려보자. 며칠 후면 나는 다시 한 번 세상의 중심을 향해 내 메시지를 보낼 것이다.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한반도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는 남과 북의 평화적 통일이다. 통일 없이 경제는 없다. 통일 없이 하나는 없다. 그리고 직시해야 한다. 이곳 동북아를 향해 다가오고 있는 세계문명의 중심축을! 한반도를 통일시킬 수 있는 기회가 다가왔다. 그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그 기회를 외면하면 안 된다. 반드시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그것도 온몸으로 끌어안아야 한다.2012121강촌유스호스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