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화두

What to와 How to의 끝

오주관 2012. 4. 26. 16:40

 

 

 

요즘 정치판을 보면 구역질이 난다. 어느 누구도 국민을 위한 정치는 없고 자신들의 사욕과 탐욕만 채우기 위해 입에 거품을 물고 있다. 대통령인 이명박은 말할 것도 없고, 박근혜 의원과 새누리당, 전략과 전술 없이 선거전에 뛰어든 야당을 보아도 마찬가지다. 내 눈에는 그들이 무슨 소인배와 잡상인들로밖에 안 보인다.

 

어제는 이명박 대통령의 멘토라고 하는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대검 중수부에 나와 조사를 받았다. 아마 오늘 밤쯤이면 그는 구속될 것이다.

 

그는 검찰청에 나가기 전, 자신의 입장을 여러 번 언론에 흘려보냈는데, 그 메시지들이 바람에 이리저리 날리는 연처럼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나이 칠십 하고도 다섯. 인생에 대해 답을 내놓을 농익은 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지난 며칠 정신을 놓은 치매환자 모양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인생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리를 하면서 산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나의 관향 선배다. 그리고 그의 막내 동생이 내 중학교 동창이다. 그 옛날 친구의 집에 서너 번 놀려간 적이 있었다. 여름이었다. 그 때의 나는 거리 위를 떠도는 방랑자였다.

 

 

 

구룡포 내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의 집이었다. 친구의 집에 들어서면 깨끗하게 빗질이 되어 있는 마당이 나를 반기곤 했다. 감나무가 한 그루 서 있는 깨끗한 마당. 방안도 깨끗했다. 친구 집의 내력인 듯했다.

 

그 친구는 성정이 맑고 밝았다. 친구의 입가에는 미소가 늘 따라다녔다. 아무도 없는 친구의 방에서 나는 아마 담배를 피웠을 것이다. 십대 때의 나는 이상이 지배하고 있었다. 땅은 없었고 하늘만 있었다.

 

그해 가을, 중학교 3학년인 우리는 서울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그날 새벽, 포항역 앞의 포장마차. 기차를 타기 전 분유에 찹쌀 도넛을 넣고 끓인 우유 한잔을 사 먹었는데, 혀가 기절할 정도로 맛이 기가 막혔다.

 

서울역 부근의 여관에서 하루를 보낸 우리는 다음날 국회의사당에(지금의 서울시의회)갔다. 우리를 맞은 고향 선배들-사촌형님, 최시중 동아일보정치부기자, 고대생과 중대생 선배 등등. 그날 국회의사당에(국회에출입하는기자)최시중 선배가 나와 국회가 무엇을 하는 곳인지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주었다.

 

그 날 그 선배의 설명이 평생 나를 따라 다녔다. 후배들을 대하는 그의 사랑이 지극했다. 얼마나 감동을 받았으면 둥! 하고 내 가슴 속에서 북소리가 났다.

 

‘고향 후배 여러분, 열심히 공부를 해서 꼭 나라의 훌륭한 인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서른여덟 나이에 서기관 자리에 오른 사촌형님에게 받은 사랑은 없었다. 밤에 여관에서 선생님들과 맥주를 마시면서 터뜨린 허허허! 너털웃음만 남아 있다. 어쨌든 그 날 나는 그의 진정성을 보았다. 

 

어제, 추락한 그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씁쓸했다. 사람은 모름지기 시작보다 끝이 좋아야 한다. 끝이 아름다워야 한다. 무엇이 그를 추락시켰을까? 무엇이 그의 그 뜨거운 열정과 희망을 사욕과 탐욕으로 탈바꿈시켰을까?

 

나는 서울에 있으면서 한 번도 고향 향우회에 참석을 하지 않았다. 회장단에서 밥 한끼 하자고 몇 번 콜을 했지만 그 때마다 나는 노! 했다. 부패 냄새 때문이었다. 대신 나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내 메시지를 띄워 보냈다.

 

권력에 충성하면 반드시 망하고

국민들에게 충성을 하면 반드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이번 사건에 등장을 하는 주인공들이 전부 내 관향 사람들이다. 최시중 위원장, 시행사 대표, 중간에 돈을 전달한 이 모씨. 이 모씨(이 부분이 좀 헷갈린다)라고 하는 그분은 죽은 내 사촌 형님과 같은 동네에서 자란 친구이다. 또한 내 초등학교 동창의 형님이기도 하고. 그 선배 역시 정이 많은 사람이다. 그리고 그는 맨몸으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그 옛날 어린 시절, 그는 기어 들어갔다 기어 나오는 집에 살았다고 한다. 아마 고등학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 그가 서울에 올라와 수산업으로 돈을 벌어 수백억 원의 재산을 모았다고 한다.

 

돈일까, 권력일까?

 

한국 사람들은 완장만 차면 삥 돌아버린다.

반장만 되어도 눈알에 힘을 주곤 한다.

그리고 권력의 맛을 보면 또 삥 돌아버린다.  

 

그런데 내공과 철학이 밑받침되지 않는 자리는 항상 부패한다.

 

그들을 향해 나는 박수를 쳐야 하나, 슬퍼해야 하나? 안타까운 것은, 그들은 앞과 뒤를 돌아보지 않고 자신의 사욕과 탐욕을 채우는데 존재를 던졌다. 얼마든지 반전을 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소인과 대인

 

그릇대로 논다는 말은 진실이다. 한 치 앞만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있었어도 그 뜨거운 불과 화와 몰락과 추락을 예방할 수 있었을 텐데. 그들은 내공이 없는 빈껍데기만 가지고 정치판과 사업에 뛰어든 것이었다.

 

당신이야말로 How to가 아닌 What to에 매달린 소인배이다.

그리고 당신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데 혁혁하게 공을 세운 사람들 가운데 하나다.

그대 소인배, 잘 가시오!

 

 

뒷이야기-추락과 몰락은 어느 날 갑자기 오지 않는다. 항상 예고편을 내보내면서 경고를 한다. 그런데 주인공들은 절대 예고편과 경고를 보지 않는다. 안타깝다. 자네, What to는 알고 How to는 모르나? 라고 고향 선배가 후배에게 꾸짖었다고 한다. 그런 그도 마찬가지다. How to가 아닌 What to에 미쳐 지낸 긴 세월이었다. 이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주인공들이 뒤를 이어 오랏줄에 묶일 것이다. 지는 권력은 추풍낙엽이다. 측근들이 가장 먼저 칼을 빼 그들을 칠 것이다. 배신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값없는 무기다. 2012426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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