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화두

혁명만이 살길이다

오주관 2012. 11. 20. 23:55

 

 

찰떡과 개떡

찰떡만 먹고 자란 사람은 개떡이 얼마나 맛이 없는지를 모르고, 개떡만 먹고 자란 사람은 찰떡이 얼마나 맛있는 떡인지를 모른다. 그 때 그 시절, 60년대의 나는 개떡과 덩게떡을 주로 먹고 자랐다. 덩게떡은 보리를 찧으면 나오는 덩게에 사카리를 넣고 찐 떡인데, 그 맛이 너무 오묘해 하마터면 나는 큰 철학자가 될 뻔했다. 왜냐하면 나는 덩게떡을 먹을 때마다 항상 생각하는 로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이놈의 덩게떡은 왜 이렇게 맛이 없을까?

 

 

 

 

1960년도의 내 고향

경상북도 영일군(포항시)오천면 용덕동의 풍경은 참으로 을씨년스러웠다. 기와집보다 초가집이 더 많았다. 우리 마을의 80프로는 농사를 지으며 살았고, 나머지 20프로는 공무원과 군인가족들, 그리고 장사에 매달려 살았다. 해병대 1사단의 정문인 남문이 우리 동네 중심에 있었다. 그 도로로 군인들이 들어오고 나가곤 했다. 그래서 도로변에 중국 식당, 당구장, 세탁소, 점방, 당수도장, 잡화상, 문구점, 아가씨를 둔 술집들이 쭉 늘어서 있었다.

 

내가 만약 고향을 떠날 때까지 덩게떡만 먹었으면 밀가루 떡이 얼마나 맛있는 떡인지를 몰랐을 것이다. 보리밥, 매조밥(숟가락으로 뜨면 흩어진다), 그리고 시래기죽이 밥이던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 집에 온 밀가루 떡. 우리 옆집 옆집의 친구네가 주었다. 떡을 하면 이웃집에 나누어 먹곤 하던 시절이었다.

 

친구의 아버지는 공무원이었다. 밀가루로 만든 떡은 우선 빛깔부터 달랐다. 떡을 보는 순간 그들을 떠올렸다. 여름방학이면 서울에서 늘 내려오곤 했던 중국집의 친척들. 그들은 분명 우리와 달랐다. 우리 동네 사람들의 얼굴은 덩게떡 모양 거무튀튀했는데, 서울에서 내려온 그들의 얼굴은 이상하게 눈이 부실 정도로 희였다. 특히 내 또래의 여자애의 얼굴은 뽀얀 우유 빛깔이었다.

 

 

 

밀가루 떡

하! 맛이 너무 좋았다! 씹어 먹는데 이상하게 눈가가 축축해왔다.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있나? 혀에 닿는 그 감촉이 너무 매끄러웠고 부드러웠다. 덩게떡은 거무튀튀했고 그리고 입자가 굵고 꺼끌꺼끌해 니맛도 내맛도 없었다. 만약 사카리가 안 들어갔으면 먹을 엄두도 안 났을 것이다. 목구멍이 포도청인 그 시절에는 맛으로 먹는 게 아니라 순전히 배를 채우기 위해 집어넣곤 했다.

 

경제민주화

새누리당의 박근혜, 민주통합당의 문재인, 무소속의 안철수 이 세 사람은 약속이라도 하듯 경제민주화를 외치며 대통령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보수를 대표하는 박근혜 후보, 시대의 소명을 안고 등장을 한 문재인, 변화를 갈망하는 시대의 정신을 부여받고 등장을 한 안철수. 나는 그들이 결코 뛰어난 인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들이 깨끗한 인물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의 등장은 기득권을 계속 지키고 싶은 세력과 변화를 갈망하는 국민들의 바람이 강하게 불어 나온 것이었다.

 

며칠 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중요한 정책을 발표했다. 그런데 그 정책들 중에 핵심 정책인 경제민주화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경제민주화가 사라진 그 빈자리에 경제성장이 다시 나타났다.

 

 

 

박근혜 후보는 왜 경제민주화를 버렸을까?

결론은 두 마리 토끼 중 산토끼를 버리고 집토끼만 잡겠다는 계산 끝에 나온 것이었다. 아니다. 자신의 원래 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아버지를 통해 본 게 성장과 수출이었다. 그렇다면 박근혜 후보가 경제민주화를 들고 나온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이었다. 박근혜 후보도 판단을 했을 것이다. 더 이상 거짓이 안 통한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녀를 열렬히 밀고 있는 수구세력들이 경제민주화와는 거리가 먼 집단이다.

 

여기서 국민들은 생각해야 한다. 박근혜와 수구세력들이 한 목소리로 부르짖고 있는 경제성장에 대해. 거슬러 올라가면 박정희 대통령의 등장과 함께 시작한 경제개발. 60년대 우리나라의 목표는 경제성장 하나였다. 허허벌판에 공장을 짓는 일이 최우선이었다. 공장을 지어 하루빨리 수출을 해 달러를 벌어 들여야 했다. 수출만이 우리나라가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이었다. 물론 우리 국민들도 동의했다. 그때부터 우리 국민들은 입을 악다물었다. 그리고 허리끈을 졸라매었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우리 자식들에게 그 지긋지긋한 가난을 물려주지 않기 위해.

 

60년, 70년, 80년, 90년, 2000년, 그리고 2010년. 50년이다. 50년 동안 우리 국민들은 일개미가 되어 죽자 사자 일만 했다. 도시로 올라온 우리 누이들 역시 새우잠을 자며 나라의 발전과 경제성장에 자신들을 희생시켜가며 일에 매달렸다. 혼연일체였다. 정부는 기업의 튼튼한 돈줄이었고 그리고 그것도 모자라 온갖 특혜까지 주면서 기업을 그룹으로 키웠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그 결과는 위대했다. 이제 대한민국은 세계 10위권에 드는 경제대국이 되었다. 빈국에서 부국으로 올라선 것이었다. 누구는 대한민국의 눈부신 발전을 한강의 기적이라고 했다. 아니다. 한강의 기적이 아니라 우리 국민들의 의지와 열정과 희생이 마침내 대한민국을 반석 위에 올려놓은 것이었다.

 

기적 그 끝에 나타난 찰떡! 이제 비로소 개떡에서 해방이었다. 이제부터 배불리 찰떡을 먹을 일만 남았다. 그런데 우리 국민이 그렇게 고대했던 그 찰떡이 어느 날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망할놈의 찰떡이 어디로 도망을 갔나? 고생 끝에 찾아온 그 낙이 어디로 사라졌나? 귀신이 곡을 할 일이다. 도대체 그 많은 찰떡이 어디로 사라졌나? 아니, 그 많은 찰떡을 누가 다 먹었단 말인가?

 

1%가 독차지하고 있는 찰떡

이럴 수가! 마법의 성 안으로 사라져버린 찰떡. 도대체 그 많은 찰떡은 언제 어디로 사라져버렸나? 여보시오, 찰떡이 어디로 사라졌는지 아십니까? 이씨, 박씨, 김씨, 우리 찰떡이 어디로 사라졌습니까? 뭐라고요? 모른다고요? 쉿, 입을 함부로 열지 마라고요! 지금부터 찰떡에 대해 입을 열면 가만 안 두겠다고요? 만약 찰떡에 대해 계속 입을 열면 그 때는 좌파로 몰고, 빨갱이로 몰겠다고요? 그러니 입을 다문 채 묵언수좌로 지내라고요?

 

러시아의 대문호 톨소토이는 그의 소설 ‘전쟁과 평화’에 이렇게 썼다. 오는 봄은 아무도 막지 못한다. 아무리 땅을 짓밟아도, 아무리 담을 높이 쌓아도 오는 봄을 막지 못한다. 맞다. 이 세상에 난공불락의 성은 없다. 때가 되면 반드시 열리게 되어 있다. 주여, 때가 왔습니다!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졌을 때 드디어 어둠 속에 모습을 감추었던 귀신들이 나타났다. 찰떡을 자신들의 금고 속에 감추어 놓은 그 도둑들이. 1%들이었다. 1%들이 이 세계의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었다.

 

우리 대한민국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의 1%들이 99%의 찰떡을 독차지하고 있었다. 그 동안 철옹성이 허물어지지 않은 것은 정치, 경제, 언론, 학계, 검찰, 사법부, 그리고 홍위병 역할에 충성을 다한 가짜 보수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얼음은 반드시 녹는다

세월은 난공불락도 허물어뜨리고, 무지도 깨어나게 만든다. 탐욕의 본거지인 뉴욕 월가에서 불이 붙기 시작한 99%의 그 분노가 태평양을 건너 대한민국에도 다가왔다. 많은 사람들이 보았고 알기 시작했다. 99%의 찰떡을 누가 독차지하고 있는지를. 1%들이었다. 그 사실을 안 국민들은 분노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찰떡을 당장 돌려다오!

우리 찰떡을 당장 돌려다오!

 

국민들의 그 분노가 시대의 정신이고 변화를 갈망하는 열망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박근혜와 수구세력들은 찰떡을 돌려줄 생각은 하지 않은 채 다시 땀과 희생 그리고 개떡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들이 내세우고 있는 항변은 한결같다. 경제민주화가 이루어지면 당장

 

1. 투자가 위축된다

2. 일자리가 줄어든다

3. 경제가 허물어진다

 

정말일까? 웃음밖에 안 나온다. 아직도 낡고 닳은 그 수법이 통한다고 생각하는 수구세력들의 그 무지가 슬프기까지 하다. 국민들의 눈과 귀 그리고 뇌를 틀어막으려고 안간힘을 다하고 있는 새누리당과 수구세력들. 그들은 왜 저렇게 미쳐 날뛸까? 간단하다. 자신들이 정권을 쥐어야 사대문 안에서 부와 명예와 권력을 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국민은 없다. 자신들의 부귀영화만 있을 뿐이다. 그런 그들의 가장 무서운 적은 99%다. 99%가 어느 날 무지에서 깨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저 난리굿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생략하고, 이제 우리 국민들은 두 눈을 부릅뜬 채 이렇게 물어야 한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경제성장인가?

1%이냐 99%이냐?

 

 

 

찰떡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경제민주화이고 성장이고 복지다

1%의 금고 속에 들어 있는 찰떡을 어떻게 해야 꺼낼 수 있을까? 그 찰떡은 그들 1%의 것이 아니라 99% 우리 국민들의 것이다. 국민들의 떡을 가로챈 그들이 지금 박근혜를 등에 업은 채 계속 우리 국민들의 눈과 귀 그리고 사고를 흐리게 만들기 위해 저 난리굿을 벌이고 있다. 어떻게 해야 찰떡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 문과 안이 그 일을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혁명만이 우리 국민들의 찰떡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국민들은 1%를 향해 소리 높이 외쳐야 한다.

 

우리 국민들의 찰떡을 당장 내놓아라!

협박과 공갈은 이제 더 이상 안 통한다!

당장 우리 국민들에게 찰떡을 나누어 주고 난 다음에 성장을 이야기해라!

 

 

뒷이야기-탐욕은 개인은 물론이고 나라까지 망하게 만든다. 전 세계가 이제 경제성장에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자연을 희생시키는 경제성장은 머지않아 전 세계를 공멸시킬 것이다 이제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성장만이 능사가 아니다. 답은 전 세계가 다함께 잘사는 길을 모색해야 한다. 어떻게? 탐욕을 내려놓고, 경제성장을 내려놓고, 경쟁을 내려놓아야 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웃으며 살 수 있는 그 길을 모색해야 한다. 분명한 사실은 내 것은 절대 내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의 것이다. 그리고 내 것을 타인에게 기꺼이 내줄 때 행복은 나에게 다가온다. 저 탐욕덩어리 이건희를 보라! 누가 그를 단죄할 수 있을까? 누가? 20121120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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