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후보 사퇴하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가 23일 저녁 후보직을 전격 사퇴했다. 지난 9월19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65일 만이다.
안 후보는 이날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 4층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 단일 후보는 문재인 후보"라며 "단일화 과정의 모든 불협화음에 대해서 저를 꾸짖어 주시고 문재인 후보께 성원을 보내 달라"고 주문했다.
65일 전의 안철수 후보는 정치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대학원 원장이었다.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의대 교수, 안랩의 CEO, 그리고 카이스트를 거쳐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이었다. 그런 그가 지난 해 10, 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후보에게 양보를 하고 물러났다. 그의 그 양보가 국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고 동시에 정치판에 혜성처럼 나타난 계기가 되었다.
그로부터 13개월 뒤 대선 후보 단일화 국면에서 전격 사퇴를 했다. 그는 사퇴의 말미에 정권 교체를 위해 “비록 새 정치의 꿈은 잠시 미뤄지겠지만 저 안철수는 진심으로 새로운 정치를 갈망합니다” 라며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불러주신 고마움과 뜻을 결코 잊지 않겠다.”라고 덧붙였다.
혜성처럼 나타난 안철수
안철수의 등장은 신선했고 충격이었다. 그의 등장은 갈라터진 대지에 내린 단비였고, 희망이었고, 등불이었다. 동이 트기 전이 가장 어둡다고 했다. 지난 5년 이명박 정부가 우리 국민들에게 보여준 것은 절망과 좌절이었다. 꿈과 희망 그리고 상식과 원칙이 사라져버린 5년이었다. 바로 그 무렵 안철수가 혜성처럼 등장을 한 것이었다.
안철수는 우리의 무엇인가?
안철수를 두고 성찬의 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었다. 그 중에 압권은 김용옥 교수다. 김용옥 교수는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 강연에서 ‘안철수는 하늘이다.’라고 거침없이 사자후를 토했다.
김 교수는 우리가 “이번 대선을 단순히 누가 이기고 지는 게임의 관점에서 ‘관전’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이번 대선은 모든 것을 뒤집어엎고 새로 시작하자는 민중들의 혁명적 요구를 실현해 내야 하는 역사적 의미가 있는 선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박근혜 후보가 대통령이 되어서 안 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중요한 역사적 국면에서마다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박 후보는 4대강 문제에 침묵했고, 용산 참사를 외면했고, 수많은 저소득 자영업자를 죽음으로 내모는 SSM 문제에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 그 증거이다. 김 교수는 “박 후보의 인기라는 것은 그저 표면에 덮인 거품 같은 것이고 이런 상황을 혁파하려는 민중들의 힘이 결집될 수만 있다면, 아니 결집될 수 있는 계기만 주어진다면 그런 거품은 금방 사그라지고 말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그런 결집의 구심으로 안철수 교수를 지목했다. 그는 안 교수를 단순히 자연인으로서가 아니라 ‘국민의 열망이 만들어낸 에너지’라 말하며 “안철수라는 ‘에너지’ 하나 때문에 국민은 희망을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절망이다”라고 얘기했다. 그는 그런 심정을 직설적으로 표현했다. “안철수는 후퇴하면 나쁜 놈이 된다!”
안철수의 사퇴
나쁜 놈이 정말 사퇴를 했다. 안철수의 사퇴를 바라본 우리 국민들은 지금 어떤 마음일까? 잠시나마 그를 통해 위안과 희망을 가슴에 품었던 이 땅의 젊은이들은 또 어떤 마음일까? 안철수의 사퇴는 길과 꿈과 희망이 동시에 사라져버렸다. 어두운 밤하늘을 비쳐주었던 달이 사라져버렸다.
내가 바라본 안철수의 사퇴
한편 안철수의 사퇴를 바라보면서 내가 느낀 점은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준비가 안 된 정치인이었다. 정치공학적인 측면에서 진 것이 아니다. 문재인 후보가 나쁜 사람이어서 진 것도 아니다.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끝도 아름다웠어야 했다. 그런데 그의 사퇴는 앙금이 낀 퇴장이었다. 꼭 그렇게 마지막을 장식해야 했을까. 그는 알아야 한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이 패배하면 안철수의 패배이다. 반대로 문재인이 승리를 하면 안철수의 승리이다.
안철수를 보면서 내가 실망을 한 것은 두 가지였다. 하나는 그의 정체성이었고, 다른 하나는 그의 정책이었다. 정체성에서 볼 때, 그가 지금까지 걸어온 역사가 한 나라를 개혁할 지도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좌도 우도 아닌, 중간자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지금까지 걸어온 여정에서 단 한 번도 궤도를 이탈한 적이 없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의 어디를 보아도 우리 대한민국을 개혁시킬 면면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우리 국민들이 기다리고 있는 큰 바위 얼굴이 아니었다.
모범생인 안철수
안철수는 이 땅의 아이들이 본받아야 할 모범생이었다. 한 눈 팔지 않고 착실하게 공부를 한 모범생이었고, 학자였고, CEO였고, 그리고 새로운 학문을 접목시키기 위해 서울대에 들어간 뛰어난 지식인이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갑자기 정치판에 등장을 한다. 그와 동시에 그에게 쏟아진 뜨거운 헤드라이트는 축복이었다. 모르긴 몰라도 그에게 향한 국민들의 뜨거운 지지가 감당할 수 없는 걱정거리와 두통거리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시대의 정신
혹자는 안철수를 두고 시대의 정신을 실현시킬 메시아라고 했다. 김용옥 교수는 안철수의 등장은 민중들의 혁명적 요구를 실현시킬 하늘이 낸 인물이다, 라고 했다. 좋다. 그런데 우리 국민이 냉철하게 생각하고 보아야 할 것은 그가 과연 시대의 정신을 실현시킬 수 있는 밑천과 배포, 그리고 목숨을 걸 혁명적 소명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느냐 이다. 나는 단연코 NO! 라고 말한다.
1. 보편적 복지
2. 경제민주화
3.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
1, 2번이 이번에 등장을 한 시대정신이다. 보편적 복지는 경제민주화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지난 50년간 우리나라가 추구해온 경제정책은 경제성장과 수출이었다. 그것을 잡기 위해 우리 국민들은 하나가 되어 허리띠를 졸라맨 채 피와 땀을 흘렸었다. 50년이 지난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 경제 10위 권 안에 드는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세계 10위권 안에 드는 경제대국이지만 국민들에게 돌아온 떡은 찰떡이 아닌 개떡이었다. 그 많은 찰떡은 도대체 누가 가지고 갔으며, 또 누가 그 많은 찰떡을 먹었나? 그 문제를 풀어 나가는 것이 보편적 복지와 경제민주화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 주제를 안철수 후보가 풀 수 있을까? 못 푼다. 풀 수 없다. 왜? 그는 그 주제를 풀 수 있을 정도로 강건한 육체를 가지고 있지 않을뿐더러 경계가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인사이더 인물이다. 한번도 아웃사이더에 서본 일이 없었다. 그는 우리 사회의 주류였고 메이저였다. 그가 아웃사이더에 선다는 것은 인사이더의 배신행위이다. 또 하나, 그는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실현시킬 정치철학과 사상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텔레비전 토론
그가 등을 돌린 것은 텔레비전 토론 때문이었다고 한다. 문재인 후보와 텔레비전 토론에서 마음이 돌아선 것은 바로 대북정책이었다. 문 후보가 안 후보가 가지고 있는 대북정책은 이명박 정부와 조금도 다르지 않다. 이 공격에 안 후보는 신뢰의 금이 갔다고 한다. 그리고 마음이 싸늘하게 식었다고 한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내가 거듭 실망을 한 것도 그가 밝힌 대북정책이었다. 그의 대북정책을(통일정책은 없었다)보면 아닌 게 아니라 이명박 정부와 상동이요 이하동문이었다. 전혀 새로운 정책이 들어 있지 않았다.
나는 생각한다. 한반도의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는 발상의 대전환이 와야 한다. 지금까지의 통일정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접근을 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4개국의 훈수와 눈치를 보면 안 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6자회담의 틀 안에서 한반도의 통일을 그려나가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 한반도의 통일을 어느 나라가 찬성을 하고 지지를 한단 말인가? 미국, 러시아, 일본, 중국? 절대 그들은 우리 한반도의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그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메시지와 통일 프로젝트를 주었지만(배달사고가 났나?)답은커녕 내 가슴을 계속 새까맣게 만들었다. 그의 대북정책은 한결 같았다.
튼튼한 안보 위에 대북정책을 펼쳐 나가겠다
나는 껄껄 웃었다. 한마디로 배움이 턱없이 부족한 후보였다. 그는 혁명을 위해 목숨을 바친 피가 뜨거운 체 게바라가 아니었다. 그는 가난한 서민들을 끌어안으며 눈물을 흘린 룰라가 아니었다. 그리고 그는 국민들과의 소통을 막는 DMZ를 설치했다. 자신의 우리 안에서, 자신과 자신을 떠받드는 몇몇 측근들과 소통을 나눈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
그의 퇴장은 당연한 결과다. 만약 그가 사퇴를 하면서 남긴 말미의 그 말이 사실이라면, 그는 지금부터 저 넓은 광야에 나가 혹독하게 자신을 담금질해야 한다. 그리고 익혀야 한다. 정치는 무엇이며, 철학은 무엇이며, 그리고 목숨을 걸어야 하는 혁명이 무엇인지를 갈고 닦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덧붙이자면 김용옥 교수 말마따나 꼭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야 하고, 만나지 않아도 될 사람은 만나지 않는 사리분별이 있어야 한다. 아울러 예의와 도리가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그의 사퇴는 기승전결 그 끝에 나온 것이었고,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그와 그의 측근들이 목숨을 건 혁명가가 아닌 초짜들이었기 때문에 내린 결론이고 판단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뒷이야기-이 글을 쓰는데 왜 내 손이 부들부들 떨릴까? 그에게 기대를 걸었던 희망이 무너졌기 때문일까? 아니다. 내공이 없는 자가 휘두르는 칼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지를 알았을 때 오는 걱정과 안도감이 겹쳐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박근혜와 문재인 후보가 내공이 있다는 말이 아니다. 그들도 이하동문이다. 내가 정말 두려웠던 것은 그와 그를 둘러싸고 있는 무리들이었다. 그의 캠퍼에 몸을 담았던 그들은 물론이고 그가 어려울 때마다 만나 비밀리에 토론을 했다는 몇몇 멘토들이었다. 내 눈에는 그들 모두가 초짜들이었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는 가끔씩 허상을 보고 발광을 하고 박수를 보내고 그리고 미친다. 우리는 자주자주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좌뇌와 우뇌로 사물을 볼 때 넓고 깊게, 그러나 그 속은 거미줄 같이 촘촘해야 한다!20121127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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