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그리고 치과
일주일째 술을 끊었다. 원인은 혈압이었다. 180-102. 한때 210-170이었던 시절도 있었다. 이대로 쭉 가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았다. 머지않아 중풍협회 회원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그 때 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고향의 후배가 형님, 경기대학교 앞 김태식 박사님을 한반 찾아가보십시오. 그분은 한의학을 전공한 한의사인데, 관상까지 봅니다. 가난하다 싶으면 진료비를 아주 싸게 받습니다.
갔다. 목을 만졌고, 어깨를 만졌다. 그가 주무르는 부위가 죽을 만큼 아팠다. 컴퓨터를 많이 하십니까? 어깨와 목 부분이 돌입니다. 부황기구를 하나 사 오늘 뜬 자리에 일주일에 한 번씩만 떠주면 혈압도 내려가고 막힌 혈도 뚫려 만사형통까지는 아니어도 몸이 어느 정도 좋아질 겁니다. 하, 박사님, 정말 고맙습니다. 진짜 돈을 얼마 받지 않았다. 한 눈에 가난뱅이로 보였던 모양이다.
채식아, 네가 그립다!
채식 10년차인 나는 요즘 채식을 못하고 있다. 목숨 걸고 편식하기의 황성주 박사의 열렬한 신도였던 나는 지난 10년, 정말 목숨 걸고 편식하기에 도전했다. 한 때 앉은 자리에서 살이 꽉 찬 영덕대게 한 상자를 박살내곤 했던 적이 있을 정도로 바다에서 나는 모든 것을 사랑한 나였다. 그러나 지금은 해물를 먹지 않는다. 오징어도 안 먹고, 문어도 안 먹는다. 소나 돼지는 거저 주어도 안 먹는다. 채식을 하면서 혈압도 뚝 떨어졌다. 혈압약을 끊은 내 몸은 정말 신이 나 있었다.
1년 넘게 채식과 멀어 있었다. 아니 현미와 멀어 있었다. 대신 술이 반찬이었다. 낙이라면 밤에 한잔 마시는 거다. 그렇다고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 캔맥주 하나, 아니면 소주 반 병 정도.
180-110, 그리고 콜래스태롤
사랑니 하나가 속을 썩이고 있었다. 찬물만 마셔도 통증이 왔고 따뜻한 물을 마셔도 통증이 왔다. 뽑자, 몸서리나게 치과에 가는 걸 싫어하지만 다시 한 번 도전하자. 지난 초봄, 잇몸치료와 치석제거 때문에 10일 정도 치과에서 치료를 받았는데, 그 10일이 지옥이었다. 아파도 너무 아팠다.
십 몇 년 전, 상계백병원에서 일주일 간 받은 치과 치료를 생각하면 지금도 몸이 오그라들 정도로 소름이 끼친다. 무슨 병인지 모르지만 잇몸에 대바늘 같은 주사로 쑤시면서 염증을 치료하는데, 치료받는 그 시간의 내 몸은 항상 바르르 경기를 일으키곤 했다. 치과 문을 여는 그 순간이 정말 싫었다. 치료를 받지 않으면 죽을 수 있다는 그 소리에 나는 항복을 하고 지옥의 그 문을 하는 수 없이 열곤 했다.
뽑자, 사랑니를
올라갔다. 사랑니를 뽑으러 왔다고 하니까 설문지를 주면서 쓰라고 했다. 썼다. 그러자 혈압을 재었다. 180-110. 안 된다고 했다. 그러면? 혈압약을 일주일 정도 먹고 정상일 때 오라고 했다. 사랑니 하나 때문에 위층에 있는 내과에 가 혈압약을 일주일치 처방받아 먹었다. 정상으로 돌아왔다.
오늘 용기백배 내과에 가 다시 피검사와 소변검사 그리고 심전도를 찍었다. 원장은 내가 질문하지 싶은 부분에 대해 먼저 말을 꺼냈다. 고기를 안 먹어도 콜래스태롤이 높을 수 있습니다. 하루 세 끼를 고기반찬에 매달리는 어느 똥돼지는 지금 감기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콜락, 콜락! 고기를 안 먹는 나는 감기를 모른다. 파워는 없어도 지구력 하나는 나를 따라올 장사가 없다. 위에 가서 이를 뽑아도 되겠습니까? 한 번 가보십시오.
올라갔다, 지옥으로. 시진을 찍었고 그리고 잠시 후 마취주사를 맞았다. 이미 마취주사를 맞아본 경험이 몇 번 있어 괜찮았다. 문제는 발치다. 사랑니는 뿌리가 깊어 통증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많이 아프면 손을 드십시오. 경춘 오 닥터. 나와 종씨였다. 마이 아픙죠? 예? 서울이거나 경기도 지방 출신인 모양이다. 이 뽑다가 죽을 수도 있습니까? 죽기야 하겠습니까? 그렇게 되면 제가 옷을 벗어야 되는데. 그 말이 내 몸을 조금 안정시켰다.
뽑았다! 입 전체가 얼음구덩이에 온 것 같이 얼어 얼얼했다. 이 거저를 두 시간 후에 제거하시고 밥을 드십시오. 사랑니 한번 봅시다. 여기 있습니다. 한쪽 부분이 까맣게 변해 있었다. 시도 때도 없이 통증을 유발한 게 바로 저 썩은 부분이었구나. 잘 가라, 사랑니여!
독일, 그리고 스위스
어젯밤 독일에 있는 옆지기로부터 문자가 왔다. 금요일 아침 기차를 타고 스위스로 간다고. 어디에 가는데? 인터라켄. 아, 알겠다. EBS의 세계테마여행에서 한번 본 것 같다. 지게 하나만 지면 영락없는 시골 농부 같은 탁재형인가 하는 피디가 스위스를 진행했는데 그 때 스위스에서 제일 높은 산을 오른 적이 있었다. 해발 4500미터인가 되는 설산. 기차를 타고 올라가 다시 모노레일을 타고 정상 밑까지 가 설산을 비추었다.
스위스는 자연을 관광 상품화시키는데 탁월한 재주를 발휘했다. 오를 수 없는 사람들을 오를 수 있게 만드는 그 기술이 우리와 조금 달랐다. 탈탈탈! 괴성을 지르면서 오르는 기차가 아닌 전기로 돌돌돌 조용히 오르는 모노레일. 우리는 안 될까? 돌돌돌 오르면 사슴과 멧돼지가 놀라 기절을 하나? 아니면 산의 새들이 돌돌돌 소리에 심장마비라도 일으키나? 고민을 하고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 자연을 다치지 않고 인간과 하나가 될 그 방법을.
뒷이야기-복지 때문에 지금 야단들이다. 변방의 홍준표 지사는 부자에게는 자유를, 가난한 서민에게는 기회를 주는 게 진정한 복지정책이다. 부자들도 종류가 너무 많다. 문제는 부를 어떻게 쌓았나, 하는 부분이 있다. 그 부분이 생략되어 있다. 그리고 나는 중, 고등학교 다닐 때 밥이 없어 물로 배를 채웠다. 물로 배고픔을 해결할 때 무슨 생각을 하면서 찬물을 마셨을까? 현대중공업의 경비원이었던 우리 아버지는 무엇이 부족해 우리 가족들을 이렇게 생으로 가난을 맛보게 하나? 라는 근원적인 물음과, 물배를 채운 학생들의 공부 능력이 또 다 다르다. 그 부분에 대해서 성찰이 없다. 같은 변방 출신의 김문수 전 지사는 지금 목하 변신하느라 많이 바쁘다. 한반도의 통일은 튼튼한 안보와 튼튼한 경제 위에 통일이 이루어져야 한다. 옳은 말이다. 그런데 그런 총론은 이제 버려야 한다. 내가 한반도 통일을 연구하면서 가장 구역질을 일으킨 것은 바로 총론과 원론이었다. 뜬구름이다. 문제는 각론이다! 튼튼한 경제와 튼튼한 국방, 백년하청이다. 그리고 또 하나, 하나가 될 수 없는 DNA. 접자! 문자를 보냈더니 며칠 후 그의 분신이 죄송합니다, 라는 문자를 나에게 보냈다. 2014117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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