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토끼 남토끼 동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토끼동네는 반으로 갈라져 있다. 위에 북토끼 동네는 동민 수가 2000여 명이 되고, 남토끼 동네 동민 수는 500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다. 북토끼 동네는 동네 동장이 모든 권력을 가지고 있다. 남토끼 동네도 동네 동장이 전권을 휘두르고 있지만 동네법1조 1, 2항을 보면 그렇지 않다. 남토끼 동네는 민주동네이다. 그리고 주권은 동민들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동민들로부터 나온다고 되어 있다.
남토끼 동네 동장 선거
어쨌든 남토끼 동네 동장 선거가 이제 10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여러 후보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끝까지 피를 말리며 접전을 할 후보는 세 후보로 좁혀지고 있다.
남토끼 동네의 미래가 걸려 있는 동장 선거라 동네 주민은 물론이고 이웃 동네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가장 강력한 후보는 다시 한 번 뭉치자와 뜯어 고치자의 싸움이다. 다시 한 번 뭉치자 후보로 나선 화려하고 우아한 박이 이기느냐, 아니면 지지난 동네 동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점잖은 문이 당선되느냐의 싸움이다. 제 3의 후보인 판을 바꾸자의 노가다 리도 만만한 상대는 아니다. 뜯어 고치자 후보에게는 약간 득이 될 수 있지만 다시 한 번 뭉치자의 후보에게는 처음부터 끝까지 애간장을 말릴 독이 될 후보다.
다시 한 번 뭉치자의 화려하고 우아한 박
다시 한 번 뭉치자의 화려하고 우아한 박은 이중 플레이에 아주 능하다. 이미 18년 간 남토끼 동네 동장을 한 경력을 가진 아버지의 딸이라 보고 배운 게 많다. 아버지 살모사 박은 남토끼 동네 동장을 영원히 하기 위해 법을 뜯어 고쳐가며 동민들을 억압하며 통치를 했지만 동민들의 계속되는 저항에 부딪친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날도 시바스 리갈에 목을 축이며 아가씨들의 시중을 받고 있는데, 더 이상 남토끼 동네를 구렁텅이에 처넣을 수는 없다고 판단을 한 경호실장이 권총을 빼 마침내 18년간 독재를 휘두른 동장의 머리를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그런 전력을 가지고 있는 전직 동장의 딸이기 때문에 선행학습이 누구보다 잘 되어 있다.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했다. 하물며 18년이라 그 방면에는 득도를 한 프로라고 보아도 틀린 말은 아니다.
전직 동장이었던 살모사 박
전직 동장이었던 살모사 박. 재직 시 동네일에 바빴던 그는 그러나 종종 시간을 내어 논이나 밭을 찾곤 했다. 비지땀을 흘리며 농사를 짓고 있는 농부들을 찾을 때마다 그는 논두렁에서 농부들과 함께 막걸리를 마시며 그들을 위로했다. 동네 주민들은 그 장면을 목격할 때마다 몸을 부르르 떨며 감동을 했다. 동장님은 역시 우리 서민들 편이야.
그러나 동장 집무실의 풍경은 그게 아니었다. 그는 늘 고민이 많았고 그리고 술배가 고팠다. 직무가 끝나면 그는 비밀 안가로 간다. 그곳 탁자 위에는 항상 그가 즐겨 마시는 시바스 리갈이 있다. 그리고 그를 시중드는 아가씨들. 술배가 고픈 그에게 팔등신의 아가씨가 양주를 따른다. 가수가 기타를 치며 노래를 부르고 다른 아가씨는 술잔을 놓기가 무섭게 잘 익은 과일안주를 그의 입에 넣어준다. 살모사가 논두렁에서 농부들과 막걸리를 마시는 장면은 동민들이 가끔씩 볼 수 있어도, 동장님 안가에서 이루어지는 질퍽한 술자리는 보는 이들이 없다. 아는 사람만 안다.
뜯어 고치자의 선비 문
문은 한마디로 점잖고 품위가 있다. 그게 약점이자 단점이다. 공격은커녕 공격을 받으면 수비가 약간 어설픈 뼈가 물렁물렁한 선비다. 에너지도 부족하고 시야도 좁다. 두 후보는 다르면서 닮은꼴이 있다. 다시 한 번 뭉치자의 화려하고 우아한 박의 아버지는 자기 부하의 총에 맞아 죽었고, 뜯어 고치자의 문이 모셨던 전직 동장은 현 동장인 사꾼 이와 사꾼 이에게 충성을 맹세한 인간말자들의 무차별적 인신공격에 여러 나날을 불면증으로 시달리며 화를 삭이다 어느 날 새벽 경호원 없이 혼자 동네 뒷산에 올라 그 옛날 자신의 꿈을 키운 사자바위에 앉아 담배 한 대를 태우고는 몸을 날려 생을 마감한다. 점잖은 선비인 문은 전직 동장의 죽음을 너무 슬퍼한 지지자들이 등을 떠밀다시피 해 이번 동장 선거에 자천타천 나오게 되었다. 그래서 여러모로 준비가 조금 부족한 게 사실이었다.
그런 문에게 엎친 데 덮친다고 적이 또 있었다. 다시 한 번 뭉치자 팀들은 상하 좌우 구별 없이 하나가 되어 눈에 불을 켠 채 돌격 앞으로! 하고 있는데, 뜯어 고치자 팀들은 내가 잘 났네, 니가 못 났네! 하며 집안싸움이 끊일 날이 없었고, 그리고 또 한 사람의 강력한 후보가 있었다. 그가 바로 시대가 부르고 시대의 정신을 담을 인물이라고 극찬을 받은 컴퓨러의 바이러스를 예방하고 치료해 큰돈을 번 뜨뜻미지근한 미스터 안이었다. (내가 본 뜨뜻미지근한 안은 시대의 정신을 담을 그릇이 아니었고, 대한민국을 구할 큰 바위 얼굴이 아니었다) 가장 시급한 것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으로 교통정리가 되어야 한다. 시대가 부른 미스터 안이냐, 아니면 전직 동장 비서였던 점잖은 문이냐! 막상막하였다. 오케이 목장의 혈투보다 더 흥미진진한 혈전을 앞두고 동민들이 손에 땀을 흘리며 두 진영을 지켜보고 있는 어느 날, 난데없이 뜨뜻미지근한 안이 후보를 사퇴하고는 미국으로 줄행랑치듯 날아가 버렸다. 이거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식이었다. 그러자 뜯어 고치자의 예비 동장 후보들은 전부 손을 뒤에 처매어놓은 채 불 구경하듯 나 몰라라 했다. 안 되는 집구석은 원님이 나발을 불면서 도와주어도 안 된다.
판을 바꾸자의 돌직구 리
판을 바꾸자의 돌직구 리는 세 사람 중 3위를 달리고 있다. 그렇다고 그냥 무시해도 될 후보는 아니다. 다시 한 번 뭉치자의 박에게는 눈에 가시이다. 돌직구 리는 이번 동장선거에 화려하고 우아한 박을 두드려 잡기 위해 작심을 하고 나온 것이다. 판을 바꾸자의 노가다 리는 입이 보통 사납지 않다. 리는 지난세월 황야에서 검을 갈고 닦은 진정한 무사이자 협객이다. 지식도 부족함이 없다. 학창시절, 도량에서 닦은 지식도 지식이지만 그것 못지않게 현장에서 닦은 경험적 실력도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뛰어나다. 흠이라면 딱 하나, 동민들로부터 지지가 많이 부족하다. 예수도 자기 고향에서는 대접을 못 받았다고 한다.
너무 뛰어나면 이상하게 견제를 많이 받는다
동장 사꾼 이의 집무실
사꾼 이와 다시 한 번 뭉치자의 화려하고 우아한 박이 악수를 나누자 비서가 차를 탁자 위에 놓는다. 사꾼 이가 의자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한다. 우아한 박은 사꾼을 마주하고 앉는다. 차를 가볍게 마시고 잔을 내려놓자, 사꾼 이가 숨을 길게 내쉬면서 화려하고 우아한 박을 쳐다본다.
사꾼 이: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큰일이다!
우아한 박: ……
사꾼 이: 우리가 기가 막히게 뭉쳐 뛰는데도 막상막하다.
우아한 박: (쳐다보며)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다.
사꾼 이: 내가 요즘 하루에 한 번씩 보고를 받고, 체크를 하고 있다.
우아한 박: 나도 보고를 받고 있다.
사꾼 이: 이번 동장 선거, 혼전이다.
우아한 박: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사꾼 이: 잘못하면 역풍이 불 수도 있다.
우아한 박: 사실 그게 가장 무섭다.
사꾼 이: 여보, 어쨌든 우리 두 사람, 살아야 한다.
우아한 박: 맞는 말씀이다.
사꾼 이: (눈을 힘을 주며) 내가 죽으면 당신도 죽고, 당신이 죽으면 나도 죽는다.
우아한 박: (쳐다보며) 옳은 말씀이다.
사꾼 이: 참 답답하다.
우아한 박: 혹시, 무슨 대책이라도…
사꾼 이: 있기는 있다.
우아한 박: 살 수 있다면, 함께 그 길을 가자.
사꾼 이: 좋은 말씀이다.
우아한 박: (간절하게 쳐다보며) 지혜를 한번 모아보자.
사꾼 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야 한다.
우아한 박: (쳐다본다)
사꾼 이: (눈에 힘을 주며) 첫째는 공약을 도둑질하는 거다. 국민들을 잡기 위해 디테일하게 나가야 한다.
우아한 박: 디테일이라면?
사꾼 이: (문밖을 한번 응시하며) 뜯어 고치자에서 비밀리에 준비하고 있는 그 공약들을 내가 비밀리에 봤다. 그 공약들을 우리 것으로 도둑질하자.
우아한 박: (목소리를 깔며) 나도 공감한다.
사꾼 이: 당선만 생각해야 한다.
우아한 박: 맞는 말씀이다.
사꾼 이: 우리 동네 몇몇 손전화 만드는 공장과 달구지 만드는 공장 등이 독식을 하고 있다. 그것도 이번에 손을 좀 볼 것이다, 라는 것을 조금 보여주어야 한다.
우아한 박: 옳은 지적이다.
사꾼 이: 그리고 우리 동네 쪽방 동네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끔씩 수제비라도 끓여 대접을 하고, 아픈 데가 없는지 돌봐주어야 한다. 그리고 겨울에는 연탄도 좀 넣어 드리고.
우아한 박: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꾼 이: 그 공약에 어울리는 인물을 빨리 하나 앉혀야 한다.
우아한 박: 경리를 잘 보는 김씨 영감이 있다.
사꾼 이: 어쨌든 우리가 저들보다 한 발 더 앞장 서는 모습을 동민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
우아한 박: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지으며) 걱정하지 마라.
사꾼 이: 구태여 꼭 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당선 되면 물리면 된다.
우아한 박: 나도 잘 알고 있다.
사꾼 이: (자기 앞의 노트북을 가리키며) 이번 선거에는 SNS가 당략을 좌우한다.
우아한 박: 정확하게 보셨다.
사꾼 이: 빨리 차단해야 하고, 그리고 어중이떠중이들을 우리 편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아한 박: (구원자를 바라보듯) 무슨 좋은 방법이라도 있나?
사꾼 이: 있다! 내가 지난 수십 년 간 노가다 현장에서 배운 게 그것뿐이다.
우아한 박: (비장한 목소리로) 나도 아버지로부터 배운 게 좀 있다.
사꾼 이: 동정원의 그놈에게 비밀부대를 동원해 음밀하게 작업을 하라고 벌써 지시를 해놨다.
우아한 박: 나도 보고 받았다.
사꾼 이: 우리만 아는 비밀이다.
우아한 박: 우리 팀은 입에 자물쇠를 두 개 세 개씩 채워놓았다.
사꾼 이: 또 있다. 노가다 리의 입을 차단해야 한다.
우아한 박: (얼굴을 찡그리며) 나도 그 인간 때문에 머리가 보통 아픈 게 아니다.
사꾼 이: (박을 바라보며) 틀림없이 몇 년 전, 전동장이 당신에게 준 돈과, 당신 아버지가 남긴 그 재산을 꺼낼 것이다.
우아한 박: 그것만 떠올리면 몸에 전기가 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
사꾼 이: (주먹을 쥐며) 한방에 조져야 한다.
우아한 박: 동장만 믿겠다.
사꾼 이: 선거가 시작되면 인정사정없이 쫘악 퍼뜨려야 한다. 노가다 팀은 북토끼 동네와 사이가 그렇고 그런 사이다, 라고 동네방네 나발을 불어야 한다.
우아한 박: (이의 손을 살짝 잡으며) 부탁한다.
사꾼 이: (박의 손을 꽉 쥐며) 나만 믿어라!
우아한 박: 나도 당신을 끝까지 밀어주겠다.
사꾼 이: (박을 바라보며) 우리, 여기서 대못을 박자!
우아한 박: 못이라면…
사꾼 이: 어떤 역풍이 불어오고, 어떤 풍랑이 닥쳐와도 우리 두 사람은 한 배다!
우아한 박: 약속한다.
사꾼 이: (비장한 톤으로) 여기서 도장을 찍자!
우아한 박: (결심한 듯) 좋다, 찍자!
사꾼 이: 명심할 것은, 하늘이 두 쪽이 나도 오늘 우리 두 사람이 약속한 것을 지켜야 한다.
우아한 박: 약속한다. 내 생명을 걸고 약속한다.
사꾼 이: 고맙다. 지금 이 시간부터 우리는 둘이 아닌 하나다.
우아한 박: 맹세한다.
사꾼 이: (악수를 하며) 헤헤헤! 이제 안심하고 내 집으로 갈 수 있겠구나!
우아한 박: 호호호
사꾼: 헤헤헤, 우리끼리라서 하는 말이지만 이 모든 게 쇼다.
우아한 막: 잘 알고 있다.
사꾼: 눈치 못 채게 쇼를 잘해야 한다.
우아한 박: 쇼라면 우리는 프로다.
사꾼: 헤헤헤 맞다.
우아한 박: 호호호.
사꾼: 우리는 무조건 1%만 끌고 가면 된다. 나머지는 없다.
우아한 박: 옳은 지적이다
사꾼 이: 보장한다, 당신은 반드시 이 집무실에서 동장 일을 보게 될 것이다.
우아한 박: (손을 가볍게 흔들며) 당신의 노후는 내가 보장하겠다. 걱정하지 마라!
사꾼 이: 고맙다, 헤헤헤
우아한 박: 호호호!
뒷이야기-그 날, 동네 동장 집무실을 나서는 우아한 박에게 사꾼 이가 봉투 하나를 그녀의 외투 주머니에 살짝 찔러준다. 집에 돌아온 우아한 박은 봉투 속의 물건을 꺼내본다. 몸을 부르르 떠는 우아한 박. 그게 무엇일까? 대한민국의 불행은 그 날 그렇게 시작되었다. 20131220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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