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4월 25일
병원에 갔다. 걸을 때마다 계속 발바닥이 아픈데요, 라고 하자 원장이 며칠 아픕니다. 오늘도 체외충격파치료를 받으십시오. 두 번째였다. 마라톤 때문이었다. 10년 전, 나는 10여 년을 죽자살자 달렸다. 비가 와도 달렸고, 눈이 와도 달렸다. 1년 365일 달렸다. 중독이었다. 걸어서 죽는 사람은 없지만, 달리다 죽는 사람은 많다. 오늘은 약을 달라고 했다. 약을 먹자 소염진통제 때문인지 통증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
저녁에 영풍문고에 갔다. 그곳에서 나는 그를 몇 번 보았다. 종이상자에 책을 넣은 그는 좀 머씨처럼 빠른 걸음으로 서점을 빠져 나가곤 했다. 독서광으로 소문이 나 있는 시인이자 소설가인 장정일. 맨머리인 그는 항상 고개를 떨어뜨리고는 인파들 사이로 바람처럼 사라져 가곤 했다. 그러니 제발, 나를 좀 놔주십시오.
들어오는 포수는 있어도 나가는 포수는 없다. 함흥차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들어오면 반드시 나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 인간사 모든 게, 돌아야 한다. 들어오는 밀물이 있으면 나가는 썰물이 있어야 한다.
독서도 마찬가지다. 읽는데 목적을 두면, 본인에게는 지적무장이 될지 몰라도 다른 사람에게는 소용됨이 없는 무용지물과 같다. 어느 날, 글을 모르는 이웃이 나를 찾아와 군에 있는 자신의 아들에게 대신 편지를 좀 써달라고 부탁했을 때, 기꺼이 편지를 써 줄 수 있어야 한다. 어느 날, 글을 모르는 이웃이 나를 찾아와 자신의 이런저런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부탁했을 때, 그를 대신해 그 사람의 억울함을 편지를 써 신문사나 방송국에 보내줄 줄 알아야 한다. 그게 바로 배운 값이다. 그러니까 보편적 가치라는 것은 아와 타를 아우르는 그것이다. 정치는, 아와 타를 뛰어넘어 전체를 끌어안는 그 무엇이 되어야 한다.
모래알만큼 많은 책들 중에 잡은 책 한 권,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 무히카였다. 이웃집 아저씨였다. 악의가 보이지 않았다. 넉넉했다. 성자로 보였다. 체 게바라를 닮은, 혁명가이자 성자인 무히카의 삶을 여기에 소개한다.
무히카의 삶
1935년 5월 20일생
우루과이 제 40대 대통령
현 우루과이 상원의원
1960년 군사독재에 맞서는 게릴라 조직 투파로스 리더로
활동했으며, 이 조직의 로빈후드로 불렀다
1970년대 13년간 독방에서 수감생활을 했고,
여러 차례 탈옥을 하기도 했다
1985년 석방되어 민중운동에 참여
1994년 하원의원, 1999년 상원의원,
2005년부터 2008년까지 농축수산부 장관을 지냈다
2009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 타바레 바스케스 대통령에
이어 우루과이이에 두 번째 좌파 정부를 열었다
체 게바라 이후 가장 위대한 남미 지도자로 불리며,
노벨평화상 후보에 두 차례 올랐다
전 재산, 1987년식 낡은 자동차 한 대,
대통령 월급의 90%를 기부하고,
노숙자들에게 대통령궁을 내주는 검소한 대통령
상원의원인 그는 지금도 몬테비데오 외곽의
허름한 농가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아내이자
정치적 동반자인 루시아 여사와 한쪽 다리를 잃은
강아지 마누엘라와 함께 살고 있다
무히카가 남긴 메시지
진정한 자유는 적게 소비하는 것이다.
가방을 가볍게 하라.
필요한 것만으로 살아라.
그래서 물질이 네 자유를 탐하지 못하게 하라.
천 번을 넘어질 수 있지만 중요한 것은 용기를 내어 다시 시작하는 것이다.
라스타트!
세상엔 딱 한 종류의 실패자들이 있는데, 이는 싸우기와 꿈꾸기기와 사랑하기를 포기한 사람들이다.
인간의 삶이 특별한 것은 그 내용을 우리가 채워나갈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나는 뒤를 돌아보며 사는 데는 익숙지 않다.
삶은 앞에 있는 그 무엇이다.
태양은 매일 새로 떠오르니까.
내가 젊은이들에게 줄곧 반복하는 얘기는, 진짜 패배자는 싸우기를 포기한 사람이며,
어떤 상황에서건 인생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만한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놀라운 모험이다.
스무 번쯤은 다시 시작해도 된다.
가장 좋은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바로 나다!
실패하고 있는 것은 정치이다.
정치가 실패하는 것은, 삶을 부의 축적보다 우위에 두는 철학적 시야가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는 거리가 없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지나치게 받들어 모시는
풍조를 없애야 한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위험하다.
그 자신 때문이 아니라 그를 에워싸고 있는 사람들 때문이다.
만약 현재의 세계 인구가 평균적인 미국인들처럼 소비하려 든다면,
우리는 지구라는 행성이 세 개는 필요할 것이다.
기업은 이윤 극대화에만 관심이 있다.
그래서 정부는 기업이 노동자들에게 충분한
분배를 하도록 관리할 책임이 있다.
그래야 노동자들이 그 돈으로 기업이 만든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
이것은 진리이다.
가난이 감소할수록 상업은 발달한다.
대학은 또 다른 문화를 창조해야 한다.
우리는 국가를 넘어서 인류 공통의 가치를 창조해낼 수 있는
보편적이고 인본주의적인 문화가 필요하다.
나는 신자유주의가 곧 지나갈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그것을 만들어낸 사람에게조차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계의 군비 지출이 분당 200만 달러에 이른다.
과거에는 명예로운 전쟁도 있었지만 더는 아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협상이다.
최악의 협상도 최선의 전쟁보다 낫다.
평화를 깨뜨리지 않으려면 오직 한 가지, 인내심을 키워야 한다.
세상은 언제나 혁명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그것이 총과 폭력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혁명이란?
사고의 전환이다.
유교나 기독교도 당시에는 혁명적이었다.
적의 존경을 얻지 못한 사람은 결국 무너지게 되어 있다.
우리는 우리의 투쟁이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그 가치는 적이 우리는 존중했을 때에만 느낄 수 있다.
왜 혁명가들은 그토록 쉽게 사랑에 빠져들까?
그것은 아마도 그들이 본능적으로 죽음과 가까이
있다고 믿기 때문일 것이다.
감옥에서 나는 7년 동안 독서를 금지당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인데, 내가 후에 해맨 많은 일들은
그 때 책을 읽을 수 없어서 생각하고 생각하고 또 생각
했던 것들의 결실이었다.
참 신기한 일이다.
인간은 때때로 좋은 날보다 고통으로부터
더 많이 배우는 것 같다.
평생 나는 조류에 맞서 노를 저어왔다.
어쩔 수 없다. 나는 그렇게 태어났다.
내 가슴속의 철학으로 말하자면 나는 리버테리언이다.
나는 인간이 인간을 착취하는 개념 자체를 싫어한다.
나는 어떻게든 인간 문명이 이를 극복하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
지금 시점에서 나는 어떤 죄도 없다.
이미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죄를 지었다.
이제 나는 마지막 시간을 기다리고 있다.
늙어 가는 길에 서 있고, 신성함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내가 선한 사람이어서가 아니다.
무수히 죄를 지었고, 그 죄로부터 무수히 많은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뒷이야기-세계는 지금 너무 가치 없는 일에 매달려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 신자유주의가 진실로 나쁜 것은, 거룩한 인간의 중심에 소비라는 괴물을 앉혀 놓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나쁜 것은 그 소비가 우리 인간의 몸과 마음을 지배하는 신앙으로 둔갑해 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노동이 주어가 되어서는 안 된다. 행복이 주어가 되어야 한다. 황제와 노예로 양분되어 있는 이 세상, 빨리 그 벽을 깨어야 한다. 그 벽을 깨기 위해 우리 모두는,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이면서 성자인 무히카의 삶을 끌어안아야 한다. 2015427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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