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사업은 어떤 사람이 하나?

오주관 2015. 2. 9. 14:50

 

 

의지와 열정 그리고 운

몇 달 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본다. 개 눈에는 먹을 것밖에 안 보인다고 컴퓨터를 켜면 내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있다. 다른 사람들은 어떤 주제에 관심을 두고 있는지 몰라도 내 경우에는 두 가지 주제가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어디에 가든 내 배낭 속에는 나의 또 다른 내가 항상 나와 함께 하고 있다.

 

1. DMZ PROJECT

2. 오조영어나라

 

어젯밤 그 시간의 나는 찜질방에 있었다. 옷을 벗고 탕으로 가는데 마침 대표를 새로 뽑는 새정치민주연합의 경선결과가 방송에 나오고 있었다. 예상대로 문재인 후보가 새 대표에 당선이 되었다. 새 술은 새 부대라는 말이 있듯이, 이제 문대표가 해야 할은 그가 말한 대로 혁신을 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정치에 목숨을 거는 것이다. 죽을 각오로 침몰하고 있는 대한민국을 건져 내어야 한다. 그 길은 혁신과 새로운 인물을 뽑는 일뿐이다.

 

 

작년 여름, 우리 국민은 허약하기 이를 데 없는 김한길· 안철수의원이 당대표였던 야당의 꼴사나운 행태를 보았다. 그 때 대한민국의 주제는 국정원 대선개입이었고, 그리고 4월 16일에 일어난 세월호 침몰사건이었다.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은 이명박과 박근혜를 구속시키고 탄핵을 하고 하야시키는데 부족함이 없는 중대 범죄사건이었다. 그런데 헌법을 유린한 그 사건을 놓고 제 1 야당의 김한길 대표가 보여준 실력은 한마디로 저급이었고 저질이었다. 더운 여름, 시민들이 청계광장에 모여 촛불을 들면서 국정원대선개입의 주인공인 이명박과 박근혜를 향해 물러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와대는 그럴 때마다 야당을 향해 지금 대선불복이냐? 고 다그쳤다. 놀란 김한길은 청와대를 향해 읍을 하면서 그게 아니고 대신, 사과만 좀 해주십시오! 하고 읊조렸다. 시민들과 계속 엇박자였던 김대표, 병신도 그런 병신이 없었다. 그 때 야당이 야당다웠으면 오늘 박근혜와 새누리당이 저렇게 위풍당당 세차게 나가지 못한 채 도중에 낙마를 했을 것이다. 결론은 야당은 야당다워야 하고, 그리고 목숨을 걸어야 한다.

 

열정과 운

그 날 늦은 밤, 나는 핸드폰으로 뉴스를 검색하다 벌떡 몸을 일으켰다. 오마이뉴스에 등장을 한 파고다어학원의 고 전 회장 기사가 내 시선을 잡아끌었다. 여러분 같았으면 그런가 보다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아니었다. 나라는 사람, 알고보면 고 회장 못지않은 열정을 가지고 영어 프로젝트에 매달린 시절이 있었다. 나는 인터뷰 기사를 다 읽었다. 읽고 난 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Good morning

Good afternoon

Good evening

 

밖에 몰랐던 사람이 겁 없이 영어시장에 뛰어든 그 지난한 역사가 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혹독한 가난이 물러준 교훈은 첫째도 둘째도 그리고 마지막도 자신의 일에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문지식을 가지고 덤벼도 될까 말까 한데, 전문지식은커녕 기초도 안 잡혀 있는 사람이 영어시장에 뛰어들어 마침내 대한민국 어학시장의 1위 자리를 꿰찬 그의 인생역정은 내 피를 다시 한 번 꿇게 만들었다.

 

 

 

 

미래를 본다는 것

사업은 전문지식하고는 좀 다르다. 전문지식이 없어도 뛰어들 수 있는 분야가 있다. 물론 수학적 계산이 동원이 되고 그리고 공학적 지식이 들어가야 하는 사업은 불가능할 것이다. 아니, 못한다. 그러나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력이 들어가야 하는 사업이라면 다르다.

 

문제는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안목과 의지 그리고 열정이다. 숱한 어학원이 들어섰고, 그리고 외국의 유명한 어학원이 한국에 상륙을 했지만 결론은 성공을 거두지 못 했다. 그 이유는 한국 실정을 못 본 것이고, 두 번째는 잘못 짚은 방향성이었다.

 

나도 그 이유를 읽었었고, 그리고 그것에 기초를 두고 미친 듯이 영어작업에 매달렸다. 고백하지만 두 프로젝트는 그해 어느 날 벼락치 듯 찰나에 찾아왔다. 나는 내 무릎을 탁 쳤다. 그리고 결심했다. 영어 프로젝트는 옆지기 것이고, DMZ PROJECT는 내 것이다. 하나는 경제, 다른 하나는 내 꿈. 그때의 나는 주급 5만 원을 받았지만 행복했다. 유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그리고 성인. 내 사업계획서를 보면 내가 만든 오조영어나라 프로젝트는 조 단위까지 벌 수 있는 큰 사업이었다. 우리나라 재벌 10위 안에 드는 큰 프로젝트였다. 그 사업이 계획대로 진척이 되면 나는 전국의 읍면에 도서관을 하나씩 지어주기로 나 자신과 약속을 했다. 빌게이츠는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이야기할 때 항상 말했다.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내 어린시절의 고향 도서관이었다

 

 

차별성

내가 고 회장과 다른 점은 내 영어 프로젝트가 더 현실적이고 디테일하다는 것이다. 그는 청년들을 상대로 만들었고, 나는 유아와 초등에서 출발을 했다. 그리고 내가 만든 영어 프로젝트는 3년이다. 아이들이 3년만 영어공부를 하면 말문을 연다는 것이다. 요즘 인터넷 광고에 기억이 가물가물해질 때마다 등장을 하는 몇몇 영어 프로그램을 보면 어떤 곳은 6개월만 영어공부를 하면 말문이 터진다고 선전을 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안 된다. 스펀지 머리를 가진 아이들이라도 불가능하다.

 

초등학교 6년 과정을 다 만들었을 때 하,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발음도 엄청 좋아졌다. 물론 홧!을 왓!으로 고쳐준 사람은 내 옆지기였다. 어느 날 홧 타임 이즈 잇? 라고 했더니 옆지기가 막 웃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홧? 아 아니라 왓이라고 알려주었다. 내가 중학교 다닐 때는 분명 홧이었다. 어겐도 마찬가지. 어게인이 아니라 어겐. 롯데도 라리라고 했다. 온이 아니라 안이라고. 청출어람은 그리고 진실이다.

 

그렇듯이 영어 프로젝트를 만든 사람은 나보다 영어가 몇 배나 뛰어난 옆지기가 아닌 바로 나였다.

그러니까 왓이 만든 게 아니라 홧이 만들었다.

 

상상력과 공상의 차이점

한마디로 상상력과 공상의 차이점은 간단하다. 상상력이 현실화가 되면 그것은 상상력이고, 현실화가 안 되면 공상이다. 초등학교까지 작업을 마쳤을 때 나는 서울에 있는 애니메이션 회사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전에, 외주를 하는 몇몇 텔레비전 회사를 찾아다니면서 초등학교 6학년 전 과정을 하루에 20분 분량으로 만들었을 때 드는 경비를 알아보았다. 결론은 내 심장을 얼게붙게 만들었다. 불가능했다.

 

포기! 그래서 찾은 게 애니메이션 회사. 구미가 확 당겼다. 몇몇 회사를 방문해 제작비를 문의했다. 다 모아 평균을 내보니 30에서 50억 원이 들었다. 이제 남은 건, 투자자를 찾는 길이다. 투자자! 이거야말로 맨땅에 헤딩하기다. 홀로 독 푸를청인 내가,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와 인프라가 전혀 깔려 있지 않은 내가, 투자자를 만난다는 것은 하늘에서 숭늉을 찾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었다. 고 전 회장은 몇 백으로 학원 하나를 얻어 오늘의 파고다를 만들었는데, 나는 학원이 아니다. 학원이 아닌 온라인이기 때문에 몇 백과 몇 천이 아닌 수 십 억 원이 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가 없으면 손을 들 수밖에.

 

오늘, 노트북을 열고 비밀의 그 방을 열고 들어가 보았다. 아직 숨을 죽인 채 주인이 나타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남들은 몇 십 억 몇 백 억씩 되는 사업에 투자자를 잘도 끌어들이는데, 나는 몇 억은커녕 몇 천도 구하지 못하고 있다.

 

정녕,

만드는 사람 따로,

사업하는 사람 따로,

그리고 돈 버는 사람이 따로 있을까?

 

 

뒷이야기-길을 가다 높은 빌딩을 만나면 내 어깨가 까딱없이 처진다. 빌딩을 세운 주인공이 위대해 보인다. 길을 가다 붉은 벽돌로 지어진 튼튼한 집을 보면 내 심장이 조금 아프다. 집도 절도 없는 내 입장에서 보면 그 집 주인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남이 안 보면 절이라도 한번 해주고 싶다. 열심히 산 당신, 박수! 해질녘 어느 집의 굴뚝에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르면 나는 걸음을 멈춘다. 동가숙 서가식하는 내 육신의 피곤이 나를 잠시나마 주저앉게 만든다. 내 안에는 저 주인공들의 저런 인자가 들어 있지 않나? 물론 종이 한 장 차이다. 거부는 하늘이 낸다고 했다. 재물이라는 생물은 분명 살아 있다. 씨줄과 날줄이 만나고, 그리고 운이 따르면 거부가 되는 것이다. 타이밍이라는 씨줄은 맞추었는데, 인적 네트워크라는 날줄이 항상 나를 괴롭히고 있다. 이제 남은 두 패 중 하나는 나 같이 열정과 패기가 있는 위인이 나타나면 물려줄 생각이다. 그리고 마지막 남은 패 하나에 내 목숨을 걸 생각이다.201529도노강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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