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나는 오늘도 걷는다

오주관 2016. 6. 20. 13:53

 

 

1식 5찬이다.

보통 1식 3찬인데, 그 날은 내가 간이 좀 부은 모양이다.

1식 3찬으로 배를 채워도 건강에 아무 문제점이 없다.

채식주의자가 되고 나서 잃은 것과 얻은 것은 무엇일까?

잃은 건 건 별로 없고, 얻은 게 너무 많다.

첫째, 혈압과 심혈관질환에서 해방이 되었고, 까닭없이 나를 괴롭힌 두통에서 완전 해방이 되었다.

몸이 말할 수 없이 맑고 깨끗해졌다.

채식을 하기 전에는 늘 머리와 목부근을 신주단지 모시 듯 모시며 살았었다.

혹시 뇌혈관이 터져버릴까 싶어.

210-190

 

내 고혈압이 핏대를 세운 채, 그 해 나로부터 도망을 갔다.

나를 치료하던 주치의도 가끔씩 약을 먹을 것을 강요했지만,

나는 아니올씨다, 였다.

 

이 세상을 구하는 것은 이제 신이 아니라, 우리의 깨어 있는 의식이다.

인간을 구하고 자연을 구하고, 환경을 구하고, 그리고 지구를 구하는 것은 이제 우리 인간들 몫이다.

결론은, 자연과 환경과 지구가 살아야, 우리 인간도 살 수 있다.

 

가끔씩 사고가 부족한 사람들이 묻곤 한다.

그렇게 묵고 어예 사능죠?

괴기를 묵아야 힘을 쓰지요?

힘?

무슨 힘?

 

니하고 한번 붙아보까 누가 센지?

무엇을, 좀 알고 덤벼라!

채식을 왜 하며, 또 왜 채식주의자가 되어야 하는지를.

 

그라고, 하나만 더 알려줄게!

풀이 밥인 말은 풀만 먹고 천리를 가지만,

고기가 밥인 사자나 호랑이는 고기만 먹고 200m를 못 달린다.

200m 이상 달리면 심장이 터져버린다.

이제 확실히 알았나!

 

 

 

 

그 날 구례역에서 열차를 내린 것은 순전히 노고단을 올라가기 위해서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1박을 하리라 마음을 먹고 혼자 열차에 올랐고, 구레역을 내렸다.

구례역은 순천시에 들어가고, 구례역에서 버스를 타고 강을 건너면 구례군이 된다.

구례시외버스터미널까지 갔지만, 노고단을 올라가지는 못했다.

그 날 봄비가 주룩주룩 내리고 있었다.

지리산 국립공원은 아직도 출입이 허가되지 않고 있었다.

노고단 대피소도 인터넷예약이 되지 않아 올라와도 1박을 할 수 없다고 했다.

여름에 다시 도전하리라.

 

 

 

 

어느 날 기수를 돌려 안동역을 찾았다.

내가 왜 안동까지 왔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막상 안동역에 내렸지만 갈 곳이 없었다.

하회마을은 내 여행 프로그램에 들어 있지 않았다.

아, 이제 생각이 났다.

그 망할 스트레스 때문이었다.

 

그 때 나는 두 개의 프로젝트에 매달려 있었다.

아마 한 달 동안 자와 연필을 가지고 설계를 완성시키기 위해 씨름을 했었다.

조립식 플라스틱 무슨 제품을 만들기 위해.

다른 하나도 있었다.

윤곽이 드러나자 내 몸의 기가 다 빠져나갔다.

나간 기를 보충하자.

그래서 어느 날 청량리역을 찾았고, 그리고 안동으로 가지 않았나 생각한다.

길 위의 여행.

 

 

 

 

 

 

 

그 날 오후 대학로에 가니 저렇게 무료급식을 하고 있었다.

저 광경을 본 나는 그래, 저분들이 예수님이다.

저 가난한 분들을 위해 밥과 국 그리고 반찬을 가지고 와 배고픈 그들의 배를 채워주고 있는 천사들.

배불리 먹고 돌아가는 그들에게 빵과 우유까지 넣어주는 자원봉사자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가 물었다.

어느 단체에서 나왔습니까?

교회에서 나왔습니다.

하, 정말 좋은 일을 하십니다.

매일 나오십니까?

화수목만 나옵니다.

아, 그럼 금토일월은 쫄쫄 굶구나!

금토일월을 이어줄 교회만 나오면 계속 배를 채울 수 있을 텐데.

조용기, 김홍도,곽선희, 김계화는 어디 유람이라도 떠났나?

정해진 법칙 하나,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들은 항상 부자가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것!

 

 

 

 

 

 

 

 

 

 

 

 

 

한 사람은 남자인줄 알았는데, 여자였다.

가사가 상당히 섹시했다.

내가 생긴 건 이렇게 생겨먹었지만~

알고 보면 상당히 섹시하다는 걸~

네도 알 것이다~

노노~

 

생겨 먹은 대로 네는 섹시와는 거리가 먼~

그렇고 그런 비정규직~

우리가 아무리 땀나게 노래를 불러보아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비정규직 래퍼일 뿐이야~

우리 클럽의 사장이 오늘 당장~

너희 두 사람 내일부터 나오지 마~

하면 우리는 내일부터 해고자 신세~

우리는~ 진짜 감당할 수 없는 비정규직~

 

그런데도 우리는 날만 새면~

희망을 꿈꾸고 욕망을 채워넣지~

어때, 오늘 밤~

좀 땡기지 않아~

나의 이런 빌어먹을 섹시한 몸매가~

네 몸을 부르르~

강하게 떨게 안 만들어~

오~ 노노~

 

 

 

 

서울 중앙에 위치한 어느 지하시장 안에 가면 2000원짜리 국수와

2500원짜리 국수가 있다.

2000원짜리 국수는 양이 너무 많아 한 그릇을 먹을 때 너무 땀을 많이 흘리는 수고로움이 있다.

먹는 게 이만저만 고생이 아니다.

2500원짜리 국수는 2000원짜리에 비해 양은 적지만 대신 맛과 청결이 한 수 위다.

깨끗하고, 멸치육수라 맛이 깔끔하고 담백하다.

가끔씩 가곤 하는데, 그날 가니까 주인아주머니가 나를 기억하고 있었다.

100점 만점에 95점.

 

 

 

 

밤에 나혼자 식탁에 앉아 노트북을 상대로 나의 역사를 기록해 나간다.

물론 저 노트북으로 개인의 역사뿐만 아니라,

 보다 나은 사회와 국가의 변화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그 희망을 실현시킬 프로젝트도 동시에 그려나간다.

책상보다 이곳이 나아요, 라고 어젯밤 옆지기가 물었다.

편하다.

책상에는 일단 구 노트북이 뎅그라니 놓여 있어 치우기도 불편하고.

 

그러나저러나 요즘 당신이 사준 선글라스가 위력을 발휘한다.

눈부심을 많이 커버해주어 눈이 호강을 많이 한다.

멋보다는 백내장과 녹내장을 방지하기 위해서도 선글라스가 필요해요.

사람들이 나를  제임스 본드인 줄 알 거다.

하하하

그렇게 생각하면 잠시나마 엔돌핀이 돌 거예요.

그렇게 생각하세요.

 

 

 

뒷이야기-요즘 내 화두는 내 안의 나를 왕창 파괴시키는 일이다. 비워내고, 비워내고, 계속 비워낸다. 그리고 그 빈 지식의 곳간에 새로운 정보를 채워넣는다. 파괴는 창조다! 비워내지 않으면 새로운 것을 채워넣을 수 없고, 그리고 가장 중요한 혁신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혁신은 무리들보다 개인의 편이다. 몸이 가난하거나, 정신이 가난하면 자연스럽게 정신일도가 일어난다. 그 끝에 창조가 터져 나오고, 아무도 흉내를 낼 수 없는 독특한 혁신이 나온다. 내가 오늘도 길을 떠나는 이유는 파괴와 창조 그리고 혁신을 만나기 위해서다. 젊은이들이여, 부탁건대, 제발 책을 많이 읽어라, 대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최소한 200권 정도의 역사, 인문과학, 사회과학, 철학 등등을 읽어라! 그리고는 배낭 하나 어깨에 메고 길을 떠나라. 길 위에서 파괴하고 그리고 사색하고 만나라, 창조와 혁신을!2016620해발120고지아지트.  

'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17년1월 11일 포항에 가다  (0) 2017.01.13
지리산 노고단에 가다  (0) 2016.08.04
속초에 가다  (0) 2016.06.07
용문사에 가다  (0) 2016.01.27
지리산 둘레길을 걷다  (0) 2015.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