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용문사에 가다

오주관 2016. 1. 27. 14:50

 

 

1월 23일 일요일 아침, 아침 기온이 영하 18도라고 했다.

추웠다.

춥다고 방에 있을 게 아니라 밖에 나가 심신을 단련하자.

우리가 군인이예요?

전투를 앞두고 있잖아?

하하하, 맞네.

 

일단 나갑시다.

어디로 갈까?

역에 가서 결정합시다.

청량리역으로 갔다.

안동을 보니 입석밖에 없다.

안동까지 서서 갈 수는 없다.

 

용문까지 가자.

가면서 더 갈 곳이 있으면 가자.

자리가 없어 식당칸으로 갔다.

원두커피 한잔을 쥐고 바닥에 앉았다.

등어리가 스팀이 지나가는 자리라 뜨끈뜨끈했다.

완전히 찜질방이네!

아이고 좋다.

밖에서 볼 때는 느렸는데, 안에서는 보통 빠른 게 아니다.

금방 덕소이고 국수이고 그리고 양평을 지나나 했는데, 용문이었다.

 

 

 

 

추우면 저렇게 걸을 수 있다.

독하게 추웠다.

 

용문역을 나오자 가마꾼들이 여럿 기다리고 있었다.

용문사 가실 거면 우리 가마 타십시오,

용문사까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용문사에서 식당을 하는 가마꾼들이 많지 않은 손님들을 부르고 있었다.

가마를 타는 사람들이 없었다.

앞뒤 생각없이 우리는 가마꾼이 가리키는 가마에 올라탔다.

 

결론부터 말하면 속았다.

1인당 12000원인 순두부보리밥이 사람 입맛을 버려놓았다.

오늘 영하 18도라 하는데, 부글부글 끓는 된장찌개 하나 없이

언제 냉장고에 넣어둔 나물인지 분간이 안 가는

나물과, 약간 맛이 간 듯한 식은 순두부가 올라왔다.

하, 이런 화적들을 봤나?

 

공짜로 태워준다는 가마꾼의 그 술수에 홀라당 속아넘어간 우리가 잘못이다.

옆지기는 나물밥을 씹다 이거 보세요,

하며 무엇을 나에게 내밀었는데,

하, 아부지, 돌 내려가요, 하는 바로 그 돌이 입속에서 나왔다.

만약 모르고 저 돌을 씹었으면 어금니 하나는 골로갔다고 봐야 한다.

나는 허허허, 하고 웃었다.

타기 전, 가마꾼과 가마에 대해 분석을 하지 않고,

무조건 가마부터 탄 우리의 무지가 떠올랐다.

 

여보 주인장, 가마꾼을 불렀다.

왔다.

머리통만한 돌을 보여주었다.

주인장, 

어떻게 이런 어머어마한 돌이 밥에 들어 있습니까?

가마꾼이 긴가민가 돌을 보며 말을 아꼈다.

 

주인장, 이왕지사 이렇게 된 마당에,

이 음식들 다 치우고, 다시 뜨신 보리밥과 부글부글 끓는 된장 한 냄비를 우리 앞에 내놓을 것이요,

아니면 아베처럼 지폐 5만원 한 장을 내놓고 불가역적 사과를 할 것이오!

답을 해보시오!

하, 이게 어떻게 밥에 들어 있을까?

하, 이상하네!

 

 

 

 

1인당 12000원짜리 밥에 왕복 가마비가 포함되어 있었다.

고맙다고 하면 안 된다.

먹고 후회하지 않으려면,

역에서 호객행위를 하는 가마꾼을 만나면 널름 가마부터 타면 안 된다.

성의가 없어도 너무 없는 이상한 밥과 반찬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옷깃을 여민다.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

가마, 좋아하지 마라!

 

 

 

 

너무 추워 절 입구에 있는 찻집으로 들어갔다.

불 앞에 앉아 5천원짜리 대추차를 시켰는데, 12000원짜리 밥보다 나았다.

대추차 먹고 몸을 푸네!

갈 때 그 식당에 가 주인을 혼 좀 내주소!

이 사람아, 내가 보안관이가!

이 공기 좋은 용문사에서 철마다 싱싱한 나물 먹고 독오른 독사들을 마구 끓여 먹어

남아돌아가는 게 힘뿐인 그 가마꾼을 혼내다 되치기를 당하면, 그 때는 어디 가서 분을 푸노?

당신이 이길 것 같아 보이던데요.

그런 소리 하지 마라!

만약 그 가마꾼이 프로면 내가 혼을 내 줄 수 있다.

그런데 아마추어들에게는 혼 못 낸다.

똥배짱밖에 없는

 그놈들은 아예 생각이라는 게 없다.

 

 

 

 

문사에 처음 갔다.

겨울보다는 봄과 가을에 오면 나을 것 같다.

겨울의 용문사는 볼 게 없었다.

정말 오늘 독하게 춥네!

해 떨어지기 전에 가자.

얼마나 추웠으면 가마꾼이 운영하는 식당의 12000원짜리 순두부보리밥을 찍지 못했다.

합이 24000원.

수유시장의 3000원짜리 칼국수가 휠씬 낫다.

 

 

 

 

대추차는 오지게 맛있네!

우리 앞으로 무엇을 하기 전에 생각부터 하자.

그래요.

널름 생각도 없이 실행에 옮기지 말고!

하하하.

 

용문사에서 나오니 읍내로 가는 버스가 막 들어오고 있었다.

우리는 가마꾼이 공짜로 태워준다는 그 가마를 뒤로하고 버스에 올라탔다.

가마꾼 이놈아, 식당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한번 속은 사람은 두번 다시 안 속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물론, 계속 속는 사람들도 있다.

지지난 선거 때 속은 유권자들이 지난 번에도 속았다.

이번에는 진짜겠지, 하며!

보십시오!

한번 속이는 인간은 두 번 세 번 계속 속입니다.

속지 마십시오!

속으면 약이 없습니다!

747에 속고, 경제민주화에 속고, 보편적복지에 속은 그 유권자들을 향해

지금 다시 칼을 슥, 슥, 슥, 갈고 있다.

또 속여 먹어야지! 

 

 

뒷이야기-기술의 속도가 말도 못하게 빠르다. 어제의 2GB USB가 오늘은 256GB로 변해 있다. 동전만한 유에스비에 사진과 수많은 파일을 넣을 수 있다. 그 작업을 지금 하고 있다. 우리의 인간생활도 변화에 민감해야 한다. 변화를 읽지 못하는 사람은 도태가 된다. 그래서 혁신이 필요한 것이다.2016127해발120고지마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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