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주관의 혁명

대선후보들의 스탠딩 토론과 새 대통령이 해야 할 일

오주관 2017. 4. 21. 13:45

   


대선후보들 스탠딩 토론을 지켜보면서

 

19일 수요일 밤 10, KBS에서 있은 대선후보들의 스탠딩 토론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보았다.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후보에게 네 명의 후보들이 달라붙어 청문회를 방불케 하는 질문들이 쏟아졌다. 그런데 토론을 지켜보면서 놀란 것은, 옛날의 문재인 후보가 아니었다. 마음씨 좋은 선한 선비에서 공격과 방어를 제대로 해내는 멀티플레이어로 변해 있었다. 눈에서 눈물이 찔끔 나올 정도로 변신해 있었다.

 

지난 대선 때의 문재인 후보는 선한 선비에 불과했다. 박근혜, 이정희, 그리고 문재인 그 세 사람이 벌인 텔레비전 토론을 보면서 나는 내상을 좀 입었었다. 그리고 그 때 나는 박근혜의 진면목을 어느 정도 보았다. 세상에, 증세 없이 복지정책을 펴겠다는 그 말을 듣고 나는 아연실색을 했다. 바보가 아니면, 저 건 사기다! 그래, 잘 걸려 들었다. 바로 저것이다, 문재인 후보가 이길 수 있는 무기는!

 

, 공격 앞으로!

 

사생결단의 난타전이 되리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문재인 후보의 공격은 처음부터 끝까지 뜨뜻미지근했다. 저게 아닌데? 왜 저렇게 공격을 하나? 정 안 되면, 제가 한 수 배울 테니 좀 가르쳐달라, 어떻게 증세 없이 복지정책을 펼칠 수 있는지. 라고 물고 늘어지시오! 그런데 그 주제를 놓고 문재인 후보는 강력하게 대시를 하지 못했다. 원론적인 이야기뿐이었다. 박 후보님, 어떻게 증세가 없이 복지가 가능합니까? 라고 묻자, 박근혜 후보는 눈에 불을 켠 채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제가 대통령을 하겠다는 것 아닙니까!

 

21싸움에서 문재인 후보는 졌다. 나는 가슴을 쾅쾅 몇 번을 쳤는지 모른다. 이정희 후보는 아예 대놓고 선전포고를 했다. 내가 여기에 나온 목적은, 당신을 떨어뜨리려 나왔다. 그 말은 당신을 죽이고, 문재인 후보를 돕는데 창과 방패가 되겠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문재인 후보는 낙선했고, 어버버 박근혜가 당선이 되었다.

 

그것도 운명이다



    대선후보들 스탠딩토론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사생결단의 격투장이 되어버린 스탠딩 토론

 

순서대로 보자. 1번인 문재인 후보는 다른 네 명의 대선후보들로부터 집중포화를 받았다. 하지만 밀리지 않고, 얼굴에 미소까지 띠면서 시중일관 여유 있게 질문에 답을 했고, 장롱 속이나 박물관에 전시되어야 할 색깔론을 소신 있게 잘 받아쳤다. 지난 5년의 세월, 열심히 연마를 했는지 그 내공이 보였다. 논점을 관점으로 마무리 짓는 그 점이 돋보였다.

 

모름지기 대통령은 지휘자이지, 연주자는 아니다

 

2번 타자인 홍준표 후보는 속과 겉이 엇박자로 놀아 무늬만 검은띠 유단자였지, 진짜 실력은 흰띠인 초짜나 다름없었다. 내공도 없고, 정치공부를 한 흔적이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미 경남지사 시절 진주의료원과 경남지역 초등학교 무상급식을 폐지할 때 그의 진면목을 알아보았다. 노조가 무엇이고, 공공재가 무엇인지를 모르는 그는 차라리 유승민 후보에게 대통령후보 자리를 물려주고 사퇴하는 게 맞지 싶다. 그런 그는 뻥이 유일무일 자신을 지키는 무기라면 무기다. 내가 링 위에 올라가 문재인과 붙으면 10분 안에 Ko시킬 수 있다, 라고 큰소리를 뻥뻥 쳤는데, 막상 무대 위에 오르자 상대 후보들이 뻗은 가벼운 잽을 맞고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한마디로 뻥쟁이요, 다섯 후보들 중 꼴찌다.

 

3번 타자 안철수 후보를 볼 때마다, 섬뜩하다. 이상하게 안틀러를 떠올리게 된다. 지난 대선 때, 철수라는 이름이 준 약하고 순한 이미지의 안철수는 사라졌다. 응변학원에 다녔는지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안철수 후보를 보면서 어, , 하고 걱정스런 눈빛으로 바라본다. 악을 써대는 그 목소리가 이상하게 와 닿는다. 우리말에 목소리 큰 놈이 이긴다, 는 그 말처럼 지난 5년 동안 안철수 후보는 목소리를 키우는데 전심전력을 다했나? 저렇게 나가다 혹시 하이, 안틀러! 하는 무리들이 나오지 않을까, 심히 염려스럽다. 그래도 안심인 것은, 겉만 그렇게 변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악을 쓰는 목소리 그 어디에도 나라를 살릴 비전이나 전문가의 날카로운 칼끝은 보이지 않았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안철수 후보가 내 건 규제프리존 특별법이라는 단어를 접하면서 아, 목소리는 변했지만 실력은 아직 연마가 안 된 안철수다. 규제라는 것은, 풀어야 할 것이 있고, 반대로 더 강하게 묶어야 할 것이 있다. 막말로 시장에 맡기고 규제를 다 풀면 국가도 그렇고 경제부처들의 존재목적이 사라진다. 말이 되나?

 

4번 타자인 유승민 후보. 한마디로 대한민국의 미래와 경제정책에 관한 한 유승민 후보는 다른 후보들보다 디테일하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300명 중에 복지를 위해 증세를 해야 된다, 라고 목소리를 낸 의원들이 하나 없을 때, 새누리당 원내대표였던 유승민 의원 혼자 과감하게 증세를 꺼냈다. 그 파장은 실로 컸다. 보편적 복지를 증세 없이 하겠다고 사기를 친 박근혜와, 경제부처 장관들, 그리고 의원들의 얼굴을 부끄럽게 만들었고, 그리고 간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지도자는 솔직해야 한다. 그리고 투명해야 한다. 그래야 소통이 되고 통합이 된다. 그런 진솔한 마음을 가지고 국민들에게 정부정책을 솔직하게 설명을 하고, 이해를 얻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어야 한다.


그런 유승민 후보에게 흠이라면 외교와 안보다. 그날도 문재인 후보에게 처음부터 끝까지 주적을 가지고 물고 늘어졌다. 북한과 남한의 관계를 볼 때, 이념적으로는 주적이 맞다. 하지만 주적을 앞세워 대결구도로 가는 것은 옳지 않다. 대결이 아닌 외교와 협상으로 주적의 그 관계를 끊고 평화통일로 나아가야 한다. 주적은 감정이고, 협상과 평화는 이성이다. 우리가 붙잡아야 할 무기는 대결구도가 아닌, 평화와 협상이다. 남과 북은 반드시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 날의 주적이라는 주제를 놓고 벌인 싸움에서 유승민 후보는 패이고, 문재인 후보는 승이다.

 

다섯 번째 후보인 심삼정 후보, 우리 대한민국의 큰 자산이다. 비록 몇 석 안 되는 소수당이지만 그런 정의당에 심삼정과 노회찬 의원이 있다는 그 자체가 대한민국의 큰 복이자 자산이다. 심삼정 후보가 한 목소리로 외치는 노동이 중심이고, 노동자가 세상의 중심이다, 라는 목소리에 우리 국민들은 귀담아 들어야 한다. 구구절절 맞는 말이다. 이명박 박근혜보다 10100배 더 나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 이명박근혜 그 두 사람은 솔직히 심삼정 후보의 비서실장은커녕 비서로도 부족한 사람이다.


    촛불집회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새 술은 새 부대에

 

이번 대선에서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이 되면 반드시 실천해야 할 주제가 있다. 이번 대선은 촛불집회 때문에 가능했다. 적폐들 중 하나인 박근혜가 탄핵이 되었고, 그리고 파면이 되어 지금 서울구치소에 구속이 되어 있다. 그 때문에 12월 대선이 5월 대선으로 앞당겨진 것이다. 그렇다면 촛불광장이 제시한 그 주제들을 새 대통령은 실천을 해야 한다. 소통과 통합, 공정과 평등, 적폐청산, 그리고 대한민국이 21세기, 세계 속의 중심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미래로 나아가야 하고, 북한과는 무력대결이 아닌 협상을 통해 평화통일을 이끌어내어야 한다.


 

뒷이야기-역사를 바꾸고, 새로운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이름씨가 아닌, 움직씨를 많이 발탁해야 한다. 활화산의 용암인, 그리고 자신의 존재를 태울 준비가 되어 있는 움직씨들을 찾아 기용해야 한다. 내가 만약 대통령이라면 정의당의 노회찬, 심상정, 박근혜와 황교안이가 해산시킨 통합진보당의 이정희씨를 새로운 내각에 발탁을 해 소통과 통합 그리고 탕평책이 무엇인지를 선보이겠다. 저 세 사람을 보건, 노동, 환경부 장관에 기용을 하면 아마 유감없이 솜씨를 발휘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역사를 바꾸는 사람들은 이름씨가 아닌, 움직씨들이다. 2017421해발120고지아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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