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설악산에 가다

오주관 2018. 8. 2. 15:44


























































서프리카가 된 서울


너무 덥다. 도망을 가자. 하루라도 좋으니 이 서프리카를 탈출하자. 38, 9도를 오르내리는 서울. 만만한 게 조조군사라고 다시 설악산을 가기로 했다. 갈 곳이 없었다. 애초에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려고 소청봉대피소에 예약을 해놓고 혹시나 싶어 전화를 넣었다. 이번 토요일 그곳에 예약을 했다. 그런데 집 사람이 무릎이 조금 안 좋다. 어느 코스로 올라가면 좋습니까? 직원 왈, 절대 올라오지 마십시오! 안 됩니까? 절대 안 됩니다! 5년 전에도 같은 말을 했다. 올라오지 마라고. 그 때는 백담사로 올라갔다. 5년 전과 5년 후의 우리, 고민이 조금 되었다. 메달이 걸려 있는 것도 아니고 혹시 올라갔다 다리가 불편하면 어떻게 하나? 가지 말자. 대신 울산바위나 금강굴에 가자. 그 생각도 설악산 입구에서 수정했다. 비룡폭포에 한 번 가보자. 처음이었다. 갔는데, 원더풀이었다. 비룡폭포에서 더 올라간 토왕성폭포 전망대. 더 원더풀이었다. 1300고지였다. 힘은 들었지만 설악산의 다른 면을 보았다. 그윽했다. 기온도 크게 덥지 않은, 25도 정도였다. 


문제는 설악산 안의 식당이었다. 목도 마르고, 배가 고파 식당에 들어가 산채비빔밥을 주문하고 물을 달라고 하니 주인 왈, 저기 정수기 물을 마시라고 했다. 뜨뜻미지근했다. 김치도 중국산 싸구려 김치였다. 단무지와 콩나물이 서너 개 들어간 콩나물국이 전부였다. 음식에 정성이라고는 눈꼽 만큼도 없었다. 김밥이나 삶은 계란을 먹는 게 낫지, 이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이다.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사람은 무슨 일을 해도 안 된다. 지금도 기억이 새로운 것은, 오색약수터의 그 식당이었다. 산악구조대장인가 하는 사람이 운영을 하는 식당에서 산채비빔밥을 시켜 먹었는데, 반찬이 전부 식당에서 만든 음식이었다. 보글보글 끓는 청국장을 내놓았는데 두부는 물론이고 버섯과 애호박까지 들어간 정성이 가득한 음식이었다. 나물 장아찌도 맛이 뛰어났다. 맛의 고향은 정성이다. 직접 만든 반찬과 외부에서 싸구려 반찬을 사 사용하는 식당의 차이는 그야말로 하늘과 땅이다. 나는 그 식당에서 지금의 대한민국을 보는 듯했다. 하드웨어는 大한데, 소프트웨어는 小하기만 한 우리 대한민국. 경제는 선진국인데, 내용은 3류. 일본을 욕하기 전에 우리 자신의 심성부터 되돌아 보고, 고쳐야 한다. 나도 살고 우리 이웃도 살고, 라는 그 정신으로 나가야지, 나만 살고 우리 이웃은 죽어도 된다, 는 결국 우리 모두를 죽이는 자폭행위이다. 산채비빔밥을 먹으면서 화가 잇빠이 났다. 옛날 같았으면 상을 엎어버렸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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