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대구 팔공산 갓바위에 가다-2

오주관 2019. 5. 17. 12:10



5월 15일 아침,

11시 넘어 서울역에서 동대구로 가는 무궁화호를 탔다.

도봉산의 자운봉,

관악구의 연주암,

오늘은 대구 팔공산의 갓바위에 간다.




혹시나 싶어 집에서 현미밥을 하나 준비했다.

나는 삼백육십오일 현미밥과 채소만 먹는다.

고기 먹고 라면 먹고 우유도 먹고 피자도 먹고 하면 내 혈압은 금방 

190-120씩 눈금을 보인다.


먹는 재미로 사는 사람들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도대체 저래 먹고 어에 사노?

더구나 나는 비건이다.

옆지기에 의하면 먹는 걸 콘트롤하는 당신은 반신반인이다.

박정희가 반신반인이 아니고 내가 반신반인이다.

갓바위 입구 식당을 보니 콩나물국밥2000원.

배가 고팠다.

들어가니 곱배기는 3000원이시더.

나는 곱배기를 좋아한다.

냉면도 곱배기.

밥은 남기고 내가 가지고 간 현미밥을 콩나물국에 넣어 비웠다.

김치도 없이 저게 전부다.

콩자반을 안 가지고 갔으면 입이 좀 심심했을 거다.

먹었으니 올라가자.




팔공산의 갓바위는 해발 850이다.

그리고 관음사에서부터 갓바위까지

1365계단을 올라야 한다.

경사가 너무 급해 어느 순간부터 곡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따지고 보면 우리네의 삶 자체가 곡이다.

인생 자체가 고이고.

저 1365계단을 오르면서 자신의 앞을 막고 있는 먹구름이 조금씩 걷힐 것이다.

그리고 고민이나 소원의 반은 이루어지고.

헐떡거리는 그 숨소리에 문제와 답이 들어 있다.


두 번째다.

내 배낭 속에 들어 있는 나의 소원.

갓바위를 몇 번이나 더 올라야 그 소원이 이루어질까?

나는 모른다.

단,

정상에 서는 그 날까지 내 행진은 계속 될 것이다.




번뇌를 잠 재워주는 종소리.

번뇌, 고뇌, 고통이 없는 삶을 한 번 생각해보자.

삶이 아니다.

목숨이 다하는 그 날까지 우리 인생은 응전과 도전의 연속이다.

그 싸움에서 이기는 자와 진 자가 나온다.

홀로 삶의 무게는 대단하다.

지구를 지고 있는 무게와 비슷하다.

나는 지금 지구를 짊어지고 있다.




잘게 썬 고추짱아찌가 밑에 깔려 있고,

그 위에 밥을 얹어 비벼 먹는다.

저게 전부다.

부주를 하는데, 밥이 이게 뭐고?

라고 지랄을 하면 주지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여보시오 신도님들,

저 밥은 허기를 채우는 거지, 혀 끝을 채우는 게 아닙니다.

암쏘리~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음식과 전쟁을 치루고 있다.

건강이 아닌,

우리 혀 끝을 만족시키려고 찾는

그 음식들 때문에 우리 정신과 몸은 병들어가고 있다.

옛날의 그 식단으로 돌아가야 한다.

보리와 감자가 전부인 그 시절로.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채워야 하나?







저 고라니는 풀을 먹고 산다.

풀을 먹고 사는데도 건강에 전혀 하자가 없다.

코키리는?

말은?







공양간이 너무 추울 것 같아 하산했다.

그리고 찜질방에 들어갔는데 아침에 나올 때까지 손님이라고는 나뿐이었다. 







찜질방에서 바라본 갓바위.

아마 밤에도 올라가는 모양이다.

인간의 정성은 하늘 그 아래다.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진보하고 진화를 하고 있다.




여기도 1, 8km다!

자운봉도 밑에서 1,8km였고,

관악산의 연주암도 밑에서 1,8km였다.




이 곳에서 병의 물을 채웠다.

마시고, 병을 채웠다.

한 병이면 갓바위까지 갈 수 있다.







아침 8시 갓바위 풍경이다.

7시 10분에 올라가기 시작했는데, 8시에 도착해보니

나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들이 벌써부터 기도를 하고 있다.




경산 쪽이다.

대구와 경산의 경계인 갓바위.

경산에서 올라오면 30분이면 되고,

대구에서 올라오면 1시간 거리다.




아침밥이다.

절에서는 공양이라 한다.

꿀맛이다.

열 가지 반찬이 부럽지 않다.

저 밥 자체가 우리가 찾는 진리다.

그리고 문제이고 답이다.









이틀 동안,

두 탕을 뛰었는데 내 다리는 이상 무였다.

자운봉과 연주암을 오르면서 단련이 되었는지 팔공산 갓바위를 오르고 내리는

내 다리는 무쇠다리였고, 용감한 아톰이다.

집에 도착해 밤에 재어본 내 혈압.

정상이었다.

저 건강을 믿고,

나는 오늘도 내일도 계속 전진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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