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을 제거하면서 걱정이 되는 것은 나무를 둘러싸고 있는 잡풀이다. 잡풀 속에는 뱀이 있을 수도 있고, 야생진드기도 있다.잡풀 속에 들어가 등산화로 땅을 꽉 밟는데 뱀의 대가리를, 그것도 독사의 대가리를 밟아 이빨이 으깨어지면 물 수가 없어 등산화를 떼도 괜찮지만 그게 아니고 독사의 꼬리를 물었을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꼬리를 물자 독사가 몸을 틀어 내 등산화 위 발목을 물면 나도 기생충과 같은 운명일 수 있다. 그리고 잡풀 속의 말라가는 나뭇가지를 밟자 그 충격으로 야생 진드기 두 마리가 공중에 점프를 했다가 내려오면서 내 등산화 속으로 기어 들어가 꽉 물면, 보통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잡풀 속으로 기어 들어가는 것은 기생충이 있고, 그리고 기생충 때문에 남은 생명이 위태로운 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면서 기생충 작업은 마지막이라 했다. 그런데 오늘 아침 집을 나갈 때 다시 가방에 톱을 넣었다. 마지막으로 정리해야 할 나무 하나가 있었다. 그 곳 현장에 도착한 나는 수십 년 된 소나무를 칭칭 감고 있는 나무를 톱으로 베었다. 그리고 남은 기생충도 제거했다. 그 작업을 시작으로 오늘 하루 10여 그루의 나무에 붙어 있는 기생충을 베었다. 마지막 작업을 하다 톱날에 손이 베었다. 톱날은 흉기이다. 가방에 일회용 밴드가 있어 꺼내 붙였더니 다행히 피가 멈추었다. 톱날에 다섯 번 정도 다쳤는데 그 때마다 피를 보면서 느낀 건 내 피가 깨끗하다는 것이다. 나는 비건이다. 담배와 술을 안한다. 고기도 해산물도, 유제품도 안 먹고 오로지 현미와 채소 그리고 콩 종류만 먹는다. 그래서 피가 맑은 것이다. 밴드를 바른 나는 비로소 마음을 내려놓았다. 이제부터 코로나가 물러나는 그 날까지 1타 2피에만 열중하자.
나는 기생충을 싫어한다
내륙에는 칡넝쿨이 나무를 칭칭감아 말라죽게 한다. 제주에 오니 칡 대신 송악나무라는 기생충이 소나무, 삼나무, 그리고 키다리 열대나무를 칭칭 감아 말라죽게 만들고 있었다. 한 번 보고 두 번 보고 하다 저 건 아니지, 하고는 손으로 떼어내다가 그 다음으로 막대기로 그러다 돌로 쳐 떼어내곤 했다. 역부족이었다. 몇 십 년 묵은 송악나무는 그 굵기가 팔뚝만한 놈도 있어 막대기로도 안 되고 돌로도 역부족이었다. 두 번 돌로 30분 간 사투를 하며 떼어내다 기진맥진했다. 이렇게 한다고 제주도지사나 서귀포시장이 표창장 하나 주지 않을 것이다. 안 되겠다 도끼나 톱을 사 끊어야겠다.
3월, 4월 두 달 동안 나는 6코스와 7코스를 걸으며 나를 다스려 나갔다. 점심으로 통밀빵 다섯 조각과 커피 한 통, 물 한 통, 그리고 간식으로 작은 건빵 한 봉지가 전부다. 두 달 동안 나는 860km를 걸었다. 그리고 어제 8일까지 60여 그루의 나무를 살렸다. 생각해보니 1타 3피였다. 내 두 다리는 아톰즈가 되어 있고, 내 머릿속의 정보도 청소를 했고, 그리고 기생충을 박멸해 나갔다. 이제 기생충 박멸은 끝이다. 남은 기생충은 제주도와 서귀포시가 알아서 할 일이다. 나는 1타 2피에 충실할 계획이다.
어쨌든 요즘 톱을 들고 다가가면 기생충들은 일제히 몸을 바르르 떨며 까무리치곤 한다. 욕이라는 욕은 다 동원된다. 차마 그 욕들을 여기에 소개는 안 하겠다. 반대로 나를 열렬히 환영하는 친구들이 있다. 몸을 흔들며 환영을 한다.
형님, 하영 고맙수다!
형님, 하영 밉수다!
더불어 같이 살면 얼마나 좋나? 그런데 같이 살아갈 수 없는 종들이 있다. 상생을 하면 둘 다 죽는다. 내가 페이스북을 하지 않는 첫 번째 이유는 페이스북에는 우군 아니면 적군뿐이다. 칼과 육두문자가 날아다닌다. 그게 싫다. 나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제 물어뜯는 것보다는 정적인 삶을 좋아한다. 그래서 조용한 블로그가 좋다. 조용해야 사색을 할 수 있고, 명상을 할 수 있고, 그리고 삶의 설계도를 그려나갈 수 있다. 그리고 페이스북에는 사기꾼들이 득시글득시글하다. 남자 사기꾼과 여자 사기꾼들이 너무 많다.
나는 이제 검찰총장 윤석열 씨가 원수로 보이지 않는다. 증오도 사라졌다. 증오는 결국 증오만 낳을뿐이다. 오직 앞으로밖에 모르는 그의 둔한 머리가 싫다. 신림동에서 9수를 하면서 그는 분노와 복수를 키우며 그 세월을 보낸 사람이다. 한마디로 그는 수신제가 치국평천하에서 수신이 안 된 사람이다. 불의에 눈을 감은 채 그와 한 편이 되어 있는 2천 여 검찰들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나는 윤석열 총장의 끝을 보고 있다. 조국 전 장관과 촛불시민이 던진 미끼를 덥썩 문 그는 이제 그 낚시바늘을 자기 손으로는 뺄 수가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낚시바늘은 더 깊이 파고 들 것이다. 이번 기회에 검찰과 사법부는 개혁이 되어야 한다. 국민을 위한 검찰과 사법부가 아닌, 검찰과 사법부 그들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해방 이후 지금까지 정의에 눈을 감아 왔다. 그래서는 안 된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검찰과 사법부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이곳 제주도에 뿌리를 내린 기생충을 퇴치하면서 내가 느낀 것은 우리 사회에도 기생충들이 많다는 것이다. 방법은 하나, 같이 더불어 살아갈 수 없는 기생충을 지혜롭게 퇴치하는 그 방법에 대해 우리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더 좋은 방법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불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찾아야 한다. 그들도 결국 우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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