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의 정의는 변화다. 나라도 그렇고 도시나 시골도 이 변화의 바람을 외면한 채 살아갈 수는 없다. 개발은 그리고 진보이고 진화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개발만이 능사는 아니다. 옛날과 현대가 공존하는 그 시스템으로 개발을 해야 한다. 서울에서 가장 아쉬운 개발 중에 하나가 종로의 교보문고로 가는 피맛골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그 피맛골은 서울의 옛날과 현대가 공존하는 그런 장소였다. 그 성스러운 장소에 무엇이 들어섰나? 상가와 오피스텔이 들어섰다. 내가 서울시 건축심의위원이었으면 피맛골을 살렸을 것이다. 어떻게? 그 멋스러운 피맛골을 빌딩 속에 통째로 집어넣으면 된다. 어느 지도자도, 어느 건축가 집단도, 어느 설계사 집단도 그런 인문학적 지식과 상상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게 살렸으면 세계에서 전무후무한 서울의 랜드마크가 되어 사랑을 받았을 것이다. 똘삐들!
21세기의 핵심키워드 중에 하나가 공유이고 배려다.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장점 중에 하나가 바로 상상력이다. 그 상상력이 어디에서 나오나? 풍요에서 나오지 않고 궁핍에서 나온다. 어리어리한 빌딩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배고픔과 어둠컴컴한 헛간이나 뒷골목에서 나온다. 창조는 결핍에서 나오고, 기적은 간절함에서 나온다. 흔히 서울을 강북과 강남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곤 한다. 한강을 사이로 강남은 그야말로 개발과 현대와 부의 메카이다. 강북은 아직도 옛날이 공존하고 있다. 뒷골목도 많이 남아 있다. 그런데 강남과 강북의 진정한 차이는 무엇일까? 얼과 혼이다. 강남은 얼과 혼이 부재하고, 강북은 아직도 얼과 혼이 존재한다.
강남의 부는 풍요로움을 선물했지만 반대로 삶의 주제를 빼앗아 갔다. 삶의 주제가 없는 사람들은 무엇을 추구하나? 방향성이 없는 삶은 그리고 권태를 선물하곤 한다. 그 권태는 또다른 미침을 초대한다. 그 미침은 마약, 도박, 섹스, 술이다. 반대로 혼이 남아 있는 강북은 인문학과 상상력이 남아 있어 우리에게 궁핍한 삶을 물려주곤 하지만 동시에 멋스러움을 선사하곤 한다.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미래와 꿈과 희망을 불어넣어주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도시의 어둠컴컴한 뒷골목을 다니면서 내 상상력에 기름칠을 하곤 한다. 술도, 마약도, 도박도, 섹스도 없는 그 뒷골목에는 찬란한 우주가 있고, 미래가 있고, 꿈이 있고, 희망이 있고, 공존과 배려가 있고, 그리고 스토리와 낭만이 있다. 예수의 이름으로 나무간세음보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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