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강풍이 얼마나 센지 몸이 휘청휘청했다. 미친 듯이 치는 저 파도는 바람에 의해서다. 그럼 바람은 어디서 오나? 그 바람이 성난 파도의 배후다.
저런 파도는 처음이다. 그래도 걷는다. 내가 가야할 목적지를 향해. 배는 보이지 않는다. 저런 강풍과 파도에 항해는 불가능하다. 배는 보이지 않는다. 아마 법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제주에는 송악만 있는 게 아니다. 저런 넝쿨도 있다. 저게 나무를 칭칭 감고 있으면 나무는 결국 숨을 쉬지 못하고 죽는다. 도구는 없고, 그래서 저 넝클을 양손으로 쥐고 비틀고 비틀어 쥐어 짜면 틈이 생긴다. 그럼 저렇게 갈기갈기 찢어놓는다. 도로가 엉망진창이 되어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저 넝클은 죽고 나무는 살 것이다.
내 점심이다. 통밀빵 다섯 조각, 사과나 토마토 하나, 커피 한 통, 그리고 물 하나. 부족하지 않다. 저렇게 먹고 하루에 20여 Km를 걷는다. 걸으면서 사색하고, 걸으면서 내 안의 나를 비운다. 걸으면서 부족한 나는 채운다.
내가 아는 바닷가의 비밀장소에서 두 번 명상을 한다. 이 곳이 바로 그 장소다. 명상하는 그 시간 만큼은 나와 이 우주가 하나가 된다. 합일이 되는 것이다.
강정 앞바다도 파도는 거세다. 그래도 나는 꽃밭 앞의 벤치에 누워 가방을 베개 삼아 잠시 잠을 청한다. 서울에서 관광을 온 젊은이들이 몰고온 하, 호, 오, 허의 차들이 내 옆을 지나가도 나는 잠을 청한다. 안 받으면 나는 잔다. 그것도 코를 골면서 달게 잔다. 그래야 또 10여 Km를 걸어 집에 간다.
'사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6코스 쇠소깍에 가다 (0) | 2020.06.05 |
---|---|
열정과 습관 (0) | 2020.05.21 |
나와 기생충 (0) | 2020.05.07 |
위대한 대한민국 (0) | 2020.04.30 |
극단이 아닌 균형 있는 삶과 나라를 위해 (0) | 2019.08.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