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부 능선
2020년 12월 30일, 눈길을 걷다 넘어졌고, 그 시간부터 내 허리는 내 허리가 아니었다. 한의원과 정형외과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금이 간 내 허리는 돌아오지 않았다. 지옥도 그런 지옥이 없었다. 소변을 보지 못 했고, 얼굴과 머리를 씻을 수가 없었다. 물리치료도 허리가 너무 아파 불가능했다. 40여 일 지옥생활을 했다. 그러다 어느 교수가 전한 복음을 확인하자 몸이 서서히 살아나기 시작했다. 허리디스크는 올바른 자세와 운동을 하면 낫는다. 일주일 전부터 물리치료는 받지 않고 소염진통제와 진통제만 먹고 있다. 도망 간 내 허리가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제부터 내 허리는 내가 고친다. 운동과 자세로.
다시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어젯밤부터 화장실 출입을 하고 오늘 아침에는 내 손으로 머리를 감았다. 품위 있는 생활 중에 하나가 자기 발로 화장실 출입을 하는 일이다. 김수환 추기경도 살아생전 그런 말씀을 하셨다. 동의한다. 허리는 38선이고, 몸의 중심이다. 중심이 튼튼해야 상체와 하체가 균형을 이룬다.
“날씨가 좋네요. 걸을래요?”
“6코스로 가자.”
“괜찮겠어요?”
“응, 괜찮다.”
위미에서 내린 우리는 CU에서 커피 한 잔을 마셨다. 그리고 바닷가로 내려갔다. 한라산이 흐려 보이지 않았다. 미세먼지가 끼어 있다. 제주에서는 좀처럼 이런 날이 드물다. 서울은 탄광촌이겠구나. 걷기 시작했다. 위미 바닷가에 있는 건축학개론을 찍은 그 카페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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