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을 수 있다는 그 행복
최선이 아니면 차선이다. 4주면 홈페이지가 완성이 된다. 라고 광고를 하고 있는 건 그냥 광고다. 4개월째다. 보름 전에 모바일은 언제 개통이 되느냐, 라고 이메일을 보내자 지금 모바일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아마 다음 주 중에 개통이 될 것이다. 그 다음 주가 바로 이번 주다.
지금까지 진행이 된 그 과정을 지켜보았을 때 불가능하다. 5월 안으로는 개통이 되겠지. 그렇다면 걸으면서 다음 이야기를 만들어 나가자. 올레 3코스를 3번 걸었고, 이틀 전에는 2코스를 걸었다. 3코스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이왕지사 시작한 것 나머지 2코스와 1코스도 걸어보자. 그래서 2코스에 도전을 했다. 광치기해변에서 온평리까지 14Km. 지금까지 걸어본 코스 중에 가장 지루한 코스였다. 식산봉이라는 오름을 숨까쁘게 올라 내려가면 온통 밭뿐이었다. 혼자 걷기에는 지루하고 어두운 구석이 있어 추천하고 싶지 않다. 해변으로 걷는 올레길은 괜찮지만 오름이나 어두운 숲길을 걷는 올레길은 여자 혼자 걸으면 안 된다. 제주도 사람들이야 워낙 인성이 양반이라 그런 사람이 없지만 타지에서 온 거시기들은 인성이 안 좋은 말종이 간혹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다니면 좋다. 부득불 혼자밖에 없으면 전기충격기를 가지고 다니면 도움이 된다. 여차하면 거시기의 팔이나 다리를 푹푹 찌져버리면 바닥에 쓰러져 달달 떨 그 시간에 112에 신고를 하거나 삼십육계 달아나면 된다. 그 날 끝에 만난 혼인지가 그나마 지루함을 조금 씻어주었다. 제주의 3성이 이곳에서 혼인을 했다는 곳. 혼인지에서 1Km 더 가면 온평리가 나오고 그곳이 2코스의 끝이다.
어제 걸은 1코스
시흥리부터 시작되는 1코스. 제주가 가지고 있는 3박자를 다 만날 수 있다. 야트막한 말미오름과 알오름을 오를 수 있고, 사라져가는 옛날 제주도민의 주택과 생활상을 만날 수 있고, 그리고 해변과 성산일출봉을 걸을 수 있고 만날 수 있다. 특히 종달리 마을은 시골의 정취를 아직 간직하고 있다. 중간에 만난 해변가 풍경 하나. 오징어 피데기를 구워 맥주를 한잔 마실 수 있는 가게가 있다. 올레길을 걷는 사람들도 있고, 렌트카 팀도 많았다. 과하게 마시면 음주운전이다. 올레길을 걷는 팀에게도 저 곳에서의 맥주는 지장을 준다. 성산일출봉까지 가려면 한참 더 가야 하기 때문에.
낭만은 사라졌다. 그렇지만 몸과 정신이 맑아 그 힘으로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지 모른다. 소맥이 주는 얼얼함 그 뒤에 찾아오는 흐트러짐이 없어 나는 좋다.
올레길을 걸을 때 가장 좋은 점은 나와 1대1로 만날 수 있다. 민낯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좋다. 정신도 몸도 명료하다. 그래서 내 내면의 깊은 곳을 내려다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평선 그 너머를 바라볼 수가 있다. 오후 1시부터 걷기 시작해 광치기해변에 도착하자 오후 5시였다. 15Km를 4시간 동안 걸었다. 넘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시간이고 거리다. 내일은 또 새로운 내일이 시작된다. 이제 10번 코스 중에 9번 코스가 남아 있다. 나는 내일을 기약하면서 피곤한 몸을 201번 버스에 실었다.
9코스를 걷다
오늘 다시 9코스를 걸었다. 이 코스도 여자 혼자 걸으면 안 되는 코스다. 숨을 헐떡이며 산 위에 올라가면 사람 하나 없는 숲속이다. 그리고 올레길을 걸으면서 처음으로 독사인 살무사를 마주했다. 어디서 왔을까? 건드리니 머리를 세우며 공격자세를 취했다. 나는 독사다. 썩어도 준치라고 했다. 어린새끼이지만 기개가 있었다. 까불면 안 돼! 하고는 나무 꼬쨍이로 놈을 풀 속으로 밀어넣어주었다. 나를 해치지 않는 한 나도 함부로 살생을 하면 안 된다. 대평리 포구에서 산방산까지 걸었다.
내가 제주 올레길 1코스에서 11코스까지 걸어본 결과 추천을 해주고 싶은 올레길이 있고, 추천해주고 싶지 않은 올레길이 있다. 7코스, 6코스, 5코스, 3코스, 1코스를 추천해주고 싶고, 나머지는 비추천 올레길이다. 1코스는 오름 두 개를 생략하고 종달초등학교에서부터 성산일출봉까지 그 코스가 좋다. 그래도 가고 싶으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가면 된다. 혼자서는 안 된다. 따발총이 있으면 가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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