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걷는다
아침은 저렇게, 그리고 점심도 저렇게 먹는다. 17년째다. 나는 음식을 가리지 않고 막 먹어도 건강한 사람들을 존경한다. 음식을 가리지 않고 먹어도 건강에 푸른 신호등이 켜진 사람을 보면 신을 생각한다. 공평하다. 나는 하루만 이상한 음식을 먹으면 바로 신호가 온다. 채식에 적당이라는 말은 없다. 오늘 하루만 통닭을 먹고 피자를 먹고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마시고, 내일부터 채식을 다시 시작한다. 라는 게 없다. 나의 경우 하루만 이상하게 먹으면 혈압이 뛴다.
저렇게 먹으면 맛이 있나? 맛이 있다. 담백하다. 간이 없고 조미료가 없는 음식이기 때문에 음식 본연의 맛을 느끼면서 맛있게 먹는다. 술도 안 마시고, 담배도 안 태우고, 노름도 안 하고, 바람도 안 피우고, 오로지 앞만 바라보며 사는 인생이다. 내 입으로 말하기가 뭣하지만 어쩌면 나는 반인반신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들 내남 없이 조금씩 눈알이 돌아가곤 한다. 여자들도 돌아가고 남자들도 돌아가곤 한다. 반인반신은 그래서 나온 말이다.
그 날 7코스 중산간 도로를 걸어오다 원불교 그 금방에서 네잎클로버 무리를 발견했다. 걸음을 멈추고 내려다보니 한눈에 네잎 클로버가 들어왔다. 일주일 뒤 그 장소에서 5미터 정도 되는 곳에서 또 네잎 클로버를 발견했다. 집사람에게 카톡을 보내니 우연치고는 이상하네요? 좋은 일이 있을 징조인 것 같습니다. 그러게. 그러길 바란다.
11일 60리를 걷다
그 날도 점심을 저렇게 먹고 집을 나와 버스를 타고 표선해수욕장까지 갔다. 점심은 죽이다. 양배추를 썰어 넣고 그 위에 고구마를 썰어 넣고 그리고 누룽지 세 주먹에 물을 적당하게 넣고 압력밥솥에 삶는다. 픽픽, 소리가 나면 끄고 기다린다. 안 식히고 먹으면 입천장이 다 까진다. 40분 정도 기다렸다 먹으면 어느 정도 식어 먹기 좋다. 양배추, 고구마, 그리고 누룽지, 더 이상 좋은 조합은 없다. 적당하게 잘 익은 양배추를 먹으면 위가 박수를 보낸다. 쌩큐, 쌩큐하면서. 위도 생명이 있는데 날이면 날마다 기름진 고기에 소주를 들입다 부으면 좋아 안 한다.
C8, ㅅㅅㄲ,ㄱㅅㄲ!
하며 육두문자를 막 날린다. 우리 위는 식물성을 좋아한다. 소화시키기 좋은 채소나 나물 그리고 과일 등을 좋아한다. 동물성 육고기는 소화시키는데 힘이 많이 든다. 채소나 나물보다 펌프질을 하는데 5배 정도 더 든다.
걷는 것은 명상이고, 사색이고, 빼기이고 더하기다
내가 걷는 올레길은 그냥 운동이 아니다. 사색이고, 명상이고, 빼기이고 그리고 더하기다. 지금처럼 걸으면 얼마 안 가 7, 000Km를 걸을 것 같다. 내 본적은 하늘이고, 현주소는 길이다. 그냥 걷는다. 요즘은 빼는데 총력을 다한다. 내 안의 창고에 쌓여 있는 욕망의 덩어리를 버리는 일에 몰두한다. 아프리카의 하마가 자기 영역을 표시하기 위해 물에서 나와 강변의 여기저기에 티티티 자신의 변을 흩뿌리는 것처럼 나도 걸으면서 소화되지 않고 있는 내 욕망을 하마가 변을 버리듯이 버린다. 버려야 더하기가 되고 곱하기가 되고 그리고 나누기가 된다. 5시간을 걸어 남원포구에 도착했을 때 목이 말랐다. 남원포구의 중국집은 저녁을 먹기 위해 찾아온 손님들로 북적였다. 실력이고 맛이다. 목은 그 다음이다.
나는 씨유에 들어가 작은 커피 한잔을 부탁했다. 그 사이 100원이 올라 1300원이다. 한 달 넘게 뉴스를 안 보고 있다. 계속 안 볼 것 같다. 지금의 한국은 한마디로 이게 나라냐? 이다. 내가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이제 생각이 1도 없다. 정치는 3, 4, 50대들이 중심이어야 한다. 자리에 앉은 나는 쓴 커피를 한모금 마신다. 그윽하다. 집사람이 떠오른다. 같이 커피를 마셨으면 좋을 텐데... 나혼자 마셔 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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