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1코스를 걸었다
어제 우리 두 사람은 6코스를 걸었다. 6코스 쇠소깍에서 며칠 전 변호사인 조카가 카톡으로 선물을 한 케익을 사용하기 위해 들어갔다. 집사람이 당신 가방에 커피를 넣어 다닐 텀블러를 하나 삽시다. 그럴까. 우리는 케익을 먹지 않는다. 텀블러를 하나 샀고, 커피 두 잔을 시켰다. 해외에 나가지 못 한 젊은이들이 다시 제주로 오고 있다. 오랜만에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두어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보목항에 도착해 잠시 쉬고 있는데 집사람이 말했다.
"내일 아침 비행기가 만 원에 나와 있는데 집에 갔다 올까요?"
어제의 계획은 윗세오름에 가기로 했다. 수정이다.
"집에 가서 보일러도 외출로 바꾸고."
12월 동파를 방지하기 위해 난방모드로 해놓고 내려왔다. 이제 외출모드로 바꾸어도 괜찮지 싶다.
"그래라."
코로나19 때문에 항공업계가 골탕을 먹고 있다. 비행기 값이 택시요금보다 더 쌀 때가 있다. 아침을 먹고 집을 나올 때 나는 배낭을 메고 니왔다. 집사람이 떠나면 나는 올레길을 걷자. 골목길로 가는데 떡집에서 텐트를 친 채 설 떡을 팔고 있었다. 집사람이 장모님에게 드릴 떡 두 개와 점심 때 내가 먹을 호박이 들어간 백설기를 하나 샀다.
중앙로터리에서 집사람은 182번을 타고 떠났다. 나는 걸어 동문로터리에서 201번을 탔다. 구좌 해녀박물관에 도착해 그곳 공중화장실에서 오줌을 누고 삼거리에 도착해 카톡을 하니 제주공항에 도착했다고 했다. 성판악으로 가는 버스가 길이 막히지 않았다고 했다. 종달리에 도착을 하면 집사람은 김포공항에 도착해 있을 것이고, 종달리에서 버스를 타고 서귀포에 도착을 하면 집사람은 일원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자, 출발이다. 오늘도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목도리를 꺼내 목을 감쌌다. 얼마 전 21코스를 걷던 그 날 목도리가 없어 추위에 떨었었다. 그래서 가방 속에 항상 목도리를 넣어 다닌다. 목이 따뜻하면 보온도 되고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하도리 해수욕장 해변에 앉은 나는 가방에서 떡을 꺼내 먹었다. 배도 고팠다. 떡이 맛이 있었다. 커피만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반 정도 먹고 가방에 넣었다. 나머지는 집에 가서 먹자. 종달리를 걷고 있는데 의류업을 하고 있는 조카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제 비행기로 포항에 내려왔다고 했다. 3일 전에 3차 백신을 맞았다고 하면서 내 건강을 물어왔다. 한 달 반 전에 외숙모와 3차를 맞았고 우리 두 사람 1, 2, 3차를 맞으면서 약도 안 먹고 패스했다.
"건강하시네요."
"우리가 건강에 이상이 있으면 안 되지."
"하하, 맞는 말씀입니다."
포항과 제주도라 그런지 전화상태가 안 좋았다. 그래도 이 정도면 놀라운 기술이고 혁신이다.
"성일아, Destroy, innovate, and change the world."
:하하, 맞습니다."
"설 잘 보내고 올라가라. 아버지, 어머니 기쁘게 해드리고."
"네. 삼촌과 외숙모님 건강하세요."
"그래, 오랜만에 고향에 왔으니 즐겁게 보내고 올라가라."
"네."
종달리에서 201번 버스에 올라 자리에 앉자 금방 고개가 꺽이기 시작했다. 가물가물 가고 있는데 전화가 걸려왔다. 집사람이었다. 어려움이 있었지만 어쨌든 보일러를 외출모드로 바꾸었고, 이제 집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수고했다.
집에 도착한 나는 나머지 떡을 먹고 의자에 앉아 이제부터 뭘 하나 하고 고민을 하고 있는데 몸이 바닥을 찾기 시작했다. 한라산을 올라갔다 내려와 집에 왔을 때도 한 시간 정도 실신했다. 돌밭에 혹사한 것이었다. 오늘도 몸이 바닥을 원했다. 아마 혈압이 떨어져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쨌든 오늘도 나는 걸었다.
어젯밤 잠자리에서 내가 말했다.
"내가 올레길을 걷는 것은 살기 위해서다. 걷지 않으면 나는 죽는다."
"이해합니다."
내가 걷는 것은 사색이고, 명상이고, 그리고 나를 살리는 운동이다. 내 안의 뜨거운 기운을 토해내고, 우주의 어마어마한 기운을 내 몸 속으로 흡입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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