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속에 걷다
여름은 덥다. 겨울은 춥다. 그렇게 생각을 하면 더위와 추위에서 오는 모든 상황은 종결이 된다. 더워도 일을 해야 하고, 추워도 일을 해야 한다. 얼마 전 거제 대우조선의 비정규직 위원장은 건조중인 선박 안에 자기가 만든 한 평도 안 되는 창살 속에 들어가 투쟁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세상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이렇게 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의 외침은 너무 정당하다. 500만 원 받던 월급이 조선경기가 어려워 300만 원으로 깎여졌다. 회사는 조선경기가 살아나면 다시 원상태로 돌아갈 것이다. 라고 조건을 내걸었고 약속을 했다. 경기가 다시 살아났다. 그 약속을 지켜달라고 한 것이다.
우리네의 삶도 절박하다. 그 절박함이 더위를 물리치고, 추위를 물리친다. 그래도 삶의 끝에 서 있는 저들 노동자에 비하면 우리네 삶은 숨쉬기가 조금은 편하다. 정말 숨이 컥컥 막히는 것은 숨쉬기도 어려운 더위에 불덩이 하나를 더 안고 있는 것이다. 내가 침묵한 채 걸을 수 있는 동력도 그것이다.
백척간두 그 끝에 깨달음이 온다. 삶의 끝에 서 있는 사람들이 외치는 그 낮은 목소리에 우리 모두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들은 삶이 아닌 존재의 그 끈을 잡고 있다.
읽고, 걷고 있다. 일만 보 이만 보 오만 보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냥 걷는다. 3코스, 5코스, 6코스, 7코스, 20코스, 그리고 21코스. 중복이 지난 어제는 7코스를 걸었다. 정해진 7코스가 아닌 나혼자 걷는 7코스를 걸었다. 그 끝 강정에서 함대도 보았고, 잠수함도 보았다.
내일은 무엇을 볼까?
모른다.
나에게 있어 최고의 시간은 지금 이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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