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7, 000km를 걷다

오주관 2022. 8. 30. 17:27

 

 

 

 

 

 

 

23일 더위와 싸우다  

지난 23일, 6코스인 쇠소깍까지 걸었다. 집에서 쇠소깍까지는 왕복 20Km가 넘는다. 정방폭포에 도착했을 때 G25 벤치에 앉아 물을 마셨다. 30도를 오르내리는 더위였다. 가지고 온 보온병의 물이 시원했다. 

요즘 내가 걸으면서 쉬는 것은 물이 아닌 좌골신경통 때문이다. 3여 년 동안 너무 많이 걸어서일까, 조금 걸었다 하면 좌골에 통증이 오곤 한다. 5분 정도 앉아 쉬면 괜찮다. 다시 일어나 2Km정도 걷고는 쉰다. 

정방폭포에서 쉬고, 활터에서 쉬고, 섶섬 앞 커피숍에서 쉬고, 보목포구에서 쉬고, 그리고는 쇠소깍까지 직행한다. 어쨌든 그 날 쇠소깍에 도착한 나는 물을 두 병이나 마셨다. 전에 없는 일이었다. 보온병의 물까지 합하면 3병이었다. 더위를 먹었나? 몸이 무거웠다. 이것도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냥 좀 눕고 싶었다. 저혈압, 아니면 당이 떨어져서 그럴까. 어제는 7코스를 걸었다. 이틀 연속으로 걸은 그 후유증이 아닐까 생각한다. 

Who am I?  

좀 쉬자. 바닷가 앞 벤치에 배낭을 베개 삼아 누웠다. 선글라스를 낀 채 누워 잠을 청하려는데 불현 듯 ‘Who am I?'. 라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침마다 1시간씩 영어공부를 하는데 그 연장선상이지 싶다. 어쨌든 양미간을 모았다. 모를 일이다. 지금 현재의 내가 나인가? 아니면 오지 않은 미래의 또 다른 내가 나인가? 그것도 아니면 지나간 옛날의 내가 나인가? 

과거의 나는 무엇이며, 미래의 나는 또 무엇이냐? 분명한 것은 지금 누워 있는 현재의 나다. 지나간 옛날이나 오지 않은 미래에서 나를 찾을 수는 없다. 그것들은 실존 밖의 내가 아닌가. 1m 70, 63kg. 나는 생각했다. 그 속에 자리하고 있는 나라는 존재가 담고 있는 그 주제는 무엇인가? 과연 그것은 무엇일까? 무엇 때문에 나는 폭염이 지배하는 여름의 한가운데를 땀을 흘리며 걷고 있나? 그래서 얻는 것은 무엇일까? 정신을 일도해 존재론과 싸우고 있는데 갑자기 우당탕탕 깡통열차가 땅을 흔들며 지나가고 있었다. Who am I?는 순간 흩어져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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