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가을여행- 횡성

오주관 2006. 10. 21. 19:21

 

 

그날 아침 상봉터미널에 도착한 나는 어디로 갈까, 하고 여행지를 물색하다 한번도 가본 일이 없는 횡성을 택했다. 서울만 아니면 되었다. 답답한 서울만 벗어나면 숨 구멍이 좀 틔일 것 같았다. 그래, 횡성이다, 하고 1시간 30분을 기다린 끝에 버스에 몸을 실었다.서울에서 두 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했다.

 

드디어 도착한 횡성. 작은 읍이었다. 거리에 서 있는 대형간판에는 이렇게 횡성을 알리고 있었다. 더덕과 한우가 유명한 고장. 본 듯했다. 횡성한우는 특 A급이라고 했다. 살살 녹는다고 했다. 오늘 살살 녹는 횡성 한우 쇠고기 육회를 사 줄 사람이 있으려나. 없다. 눈을 씻고 보아도 없다. 굶는 수밖에. 내 돈으로는 불가다. 내 돈 주고 사먹는 일은 없다. 그렇다면 시장이나 구경하자. 지나가는 객에게 물었다. 내 옆에서 신호등을 기다리고 있던 사내가 말했다.

 

'이 신호등 건너서 저기 저 사거리가 시장이라요.'

사내의 말대로 시장은 금방 나타났다. 대목장인 것 같았다. 추석을 앞두고 있는 시장은 제법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나는 인파 속으로 들어갔다.

 

 

 

 

 

내가 제일 먼저 만난 먹자골목. 올챙이 국수가 내 눈길을 잡고 늘어졌다. 사 먹나, 마나? 맛이 별로일 것 같았다. 눈과 뇌가 그렇게 말했다. 쫄깃쫄깃한 맛과는 거리가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쫄깃쫄깃한 면발을 좋아하는데.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한그릇 팔아주자.

 

의자에 앉았다.

'아주머니, 한 그릇 주십시오.'

'예.'

젓가락으로 집으면 안 잡힐 것 같았다. 어쨌든 잘 잡히지 않는 올챙이 국수를 입으로 훌훌 빨아댕겼다. 예상한 대로 맛이 별로였다. 시원한 열무김치가 일미였다. 다음에 오면 안 먹는다. 차라리 국수를 먹지. 이왕지사 온 것 디카에 담았다. 그리고는 아주머니에게 디카를 건네주면서

 

'아지매, 날 하나 찍어주십시오.'

'지가 찍을 줄 모르는데요.'

'여기 보십시오, 보이지요? 그리고 여기를 누르면 됩니다.'

아주머니가 나를 상대로 찰칵하고 셔트를 눌렀다. 헛방! 목이 달아나 있었다. 다시 도전. 이번에는 몸통이 안 보였다. 세 번째 도전. 머리 부분이 달아나 있었다. 탈락. 그 옆의 아가씨가 도전을 했다. 한번에 합격. 아주머니는 미안했는지 올챙이 국수를 한번 더 주었다. 다 먹고나니 트림이 나왔다. 크윽 하고 트림을 한번 하고는 일어났다.

 

 

 

  

팔려나온 개들. 눈빛이 하늘을 닮아 있었다. 복돌이 복순이들, 내년 이때쯤 다시 볼 수 있을까?

 

 

 

 

 

  

대목장 보러 나온 할머니들. 우리도 머리를 지지고 가야지. 이왕이면 대포도 한사발 하고 가십시오.

  

 

 

  

한보따리씩 사들고 버스에 오르는 사람들. 내내 행복하고 건강하게 사십시오.

  

 

 

  

 여기까지 왔는데 목도 안 축이고 올라갈 수는 없는 법. 시장 안 술집에서 마셨다. 안주는 묻지도 않고 대포 하나와 김치 한 그릇을 내주었다. 김치 맛이 고소했다. 막걸리도 시원했다.  

 

 

 

뒷이야기- 나는 소주도 좋아하지만 대포도 좋아한다. 시원한 맛에 자주 먹는다. 하지만 그 옛날 대포 맛이 아니다. 진국인 그 옛날의 대포가 다시 살아날 날이 올까... 횡성 대포를 끝으로 다시 서울로 올라왔다. 200610월어느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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