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정몽주와 不事二君, 그리고 사육신

오주관 2007. 9. 20. 14:57

 

 

  

고려 말과 조선 초기를 떠올리면 세 사람이 생각난다. 이성계, 이방원, 그리고 정몽주. 4 불가론을 내세우며 요동정벌을 반대하고 위화도에서 회군을 하여 개혁파 세력들과 손을 잡고 나라를 세운 태조 이성계. 그에게도 복병은 있었다. 고려의 충신 정몽주. 정도전은 자기 사람이 되었으나 정몽주는 이상하게 마음의 문을 닫은 채 조선건국을 돕지 않는다. 어느 날 이성계의 아들인 이방원이 정몽주를 찾아가 설득을 했지만 마음을 열지 않는다. 하여 이방원이 정몽주를 향해 자신의 속내를 내보인다.


이런들 어떠하며

저런들 어떠하리

만수산 드렁칡이 얽어진들 어떠하리

우리도 이같이 얽어져 백년까지 누리리라


과연 이방원이다. 배포가 바다 같다. 통이 큰 사람은 사물을 볼 때 전체를 본다. 숲을 보지 나무 한 그루를 보지 않는다. 이미 고려라는 나라는 사라졌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된다고 성경은 기록하고 있다. 이방원이가 그때 있지도 않은 성경을 들여다 본 걸까.


우리 같이 손을 잡고 잘해 봅시다.

라며 자신과 아버님의 마음이기도 한 속내를 내보여준다. 하지만 정몽주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이렇게 응수를 한다.


이 몸이 죽어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님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이 시조가 그 유명한 단심가다. 멋지지 않는가. 이미 고려라는 나라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버렸다. 사라진 나라에 그 무슨 미련을 둔단 말인가. 그냥 눈 한번 감으면 부귀영화가 다 내 것인데...


마음이 천국이고

마음이 지옥이 아닌가.


그 마음을 정몽주는 꼬장꼬장하게 지켰다. 한 신하가 어떻게 두 임금을 섬기랴. 그것도 나라가 다른 왕인데... 라고 절개를 지키면서 이방원의 간곡한 청을 거절했다.  


사육신의 큰 형님뻘인 정몽주는 선죽교에서 철퇴를 맞는다. 태조 이성계를 문병하고 돌아가던 중 이방원이 보낸 자객들의 손에 의해 철퇴를 맞고 눈을 감는다.

 

그로부터 세월이 흘러 어린 단종을 몰아내고 왕의 자리에 오른 수양대군. 형제들을 제거하고 왕위에 오른 세조. 하지만 정몽주를 닮은 신하들이 그의 곁에 포진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단종을 복위시키기 위해 열과 성을 다했다. 하지만 그들의 도모는 끝내 실패를 하고 만다.  예나 지금이나 혁명에 실패를 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사육신묘 신도비각

 

세조에 의해 죽임을 당한 그들. 그들이 바로 사육신이 아닌가. 그들이 내건 정치적 신념이 바로 ‘불사이군’ 이다. 한 신하가 어떻게 두 임금을 섬길 수 있단 말인가. 마음이 팔랑개비인 신하들은 한 임금이 아니라 두 임금 셋 임금도 섬기건만, 우리의 불사이군 팀들은 목숨을 내놓은 채 한 임금에게 충성을 맹세했던 것이었다.

 

성삼문

박팽년

하위지

이개

유응부

류성원


팔랑개비 간신들은 오늘도 저 사육신이 누워 있는 동작동 그 곁을 두 눈 뜨고 다니지 못한다. 그곳으로 차가 지나가면 이상하게 눈이 저절로 감기고 양심이 전기에 감전이 된 듯 저릿저릿하게 찔러와. 시간이 있으면 정치꾼들의 눈을 한번 살펴보아라. 사팔뜨기들이 의외로 많다. 하도 눈알을 자주 이쪽저쪽으로 돌리는 바람에 눈알이 저절로 그렇게 굳어진 것이다.

 

 

 

사육신묘 홍살문

 

오늘, 우리, 한국의 정치판을 보자. 이미 한나라당에서는 후보가 결정이 났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고 했다. 그는 지금 열심히 이 땅을 누비고 다니면서 얼마 후면 자신에게 닥칠 어마어마한 매를 벌기 위해 착실히 워밍업을 하고 있다.


문제는 딴나라당이다. 그 당에서는 지금 이전투구가 일어나고 있다. 차떼기 당의 그 수법을 비밀리에 익혀 그 기술을 지금 써먹고 있다고 한다. 국민을 상대로 한 여론조사에서 하프게임밖에 안 된 한 후보가 막상 뚜껑을 열어놓고 보니 어라, 두 배로 앞서 있네! 여론조사에서 늘 일등을 도맡아 했던 그 후보가 전국을 투어로 돌아다니면서 낫질하고 삽질하고, 그리고 검은 탄을 묻혀가며 탄광 속을 드나들 때, 다른 한 후보는 쥐도 새도 모르게 두더지 모양 자신의 출신 지역과 그 이웃동네의 땅 밑을 파고 다니면서 또 다른 빅딜을 도모하면서 군사들을 하나 둘 모아나가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딴나라당의 의원들 중에 머리가 허연 사람이 있다. 그 사람 역시 땅을 파는데 일가견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만약 이번에 성공하면 그 사람은 세 임금을 섬기게 된다. 김 전 임금님이 임금님 후보일 때 무슨 미디어 특보인가를 맡아 미디어 분야를 장악해 솜씨를 보여주었다. 업적을 인정받아 큰 벼슬을 하사받아 폼 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노 후보를 측근에서 도와 일정 부분 공을 쌓았다. 당연히 큰 선물이 그에게 하사되었다. 김 전 임금님과 노 임금님은 같은 파가 아니다. 계열이 엄연히 다르다. 그 전의 당의 간판과 정체성을 자르고 다시 자기 당을 만든 사람이다. 그 말은 머리가 허연 그 사람이 전 임금을 배반하고 새 임금에게 붙었다는 그 말이다.

  

 

사육신묘

 

정몽주가 보았으면 혀를 찼을 것이다.

사육신이 보았으면 아마 침을 뱉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자신의 사병들을 데리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 다시 슬그머니 나타났다. 예상하지 못했던 두더지에게 몰표가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한 때 두더지 파였다 헤어진 전력이 있다. 보아하니 군이 되기에는 2프로가 부족한 게 아니라 많이 부족하다고 평론가들과 정치꾼들이 이구동성으로 부르짖으니까 슬그머니 손을 떼고 물러나 있었다.


그런데 돌아가는 판세가 그게 아니다. 앞으로 남고 뒤로 밑지는 장사가 진짜 망조인 것이다. 앞으로 밑지고 뒤로 남는 장사가 진짜 수지맞는 장사인 것이다. 그렇지, 하고 쾌재를 부른 그는 두더지 곁으로 다가갔다. 한 표가 아쉽고 아쉬운 판에 십수 명의 군사를 데리고 있는 백발이 나타나자 덥석 그의 손을 잡았다. 이 웬수, 뭐하고 있다 이제 오십니까? 하고는 땅 밑으로 잠수했다. 그들은 그리고 갑장이다. 여차저차, 저차여차. 말을 해야 아나. 눈빛만 보아도 안다, 그쪽의 꾼들은. 동지, 하고 두 사람은 손을 잡은 채 지상으로 올라왔다.  


한나라당에서 보따리를 싸 딴나라당에 가 제법 수지맞는 장사를 하고 있다고 믿고 있었던 전 경기도 관찰사. 하지만 막상 개표를 하자 그 반대인 것이었다. 혼비백산. 너무 놀라 표정관리가 안 되고 있다. 그 옆의 버럭 영의정 출신도 바싹 얼어 있다. 그 두 사람 앞의 최대 적은 시간이다. 지금 이 시간에도 시간은 엄정하게 흘러가고 있다. 프로그램을 다시 짤 시간이 없는 것이다. 세 사람 다 그 사실을 알고 있다. 그 당의 중진들도 알고 있고.

 

  

 그림:Seoul-National.Assembly-01.jpg

 

결론은 이렇다. 정치판을 보면 나는 구역질이 난다. 나는 솔직히 한나라당과 딴나라당에 애정과 관심이 없다. 나는 간곡하게 바란다. 이제 쇠망치당에서 임금이 나와야 한다고. 그래서 이 나라에 다시 한번 판이 바뀌어야 한다. 지금 우리가 발을 디디고 살고 있는 이 땅은 아직도 산성 땅이다. 알칼리로 바뀌어야 한다. 총과 권모술수, 지역과 학벌, 그리고 돈다발이 먹혀들고 있는 이 땅을 갈아엎어야 한다. 순수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힘으로.


그래야 우리 후손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그래야 우리 후손들에게 희망이라는 꿈을 남겨줄 수 있다.  


그리고 솔직히 더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정치꾼들에게 돌팔매질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그들이 정치꾼들을 향해 개똥이 소똥이하면서 욕을 하지만, 막상 그들이 임금이 되고 장관이 되고 국회의원이 되면, 그들에게 향한 돌팔매질은 사라지고 반대로 그들을 흠모하고 존경하고, 그리고 한없이 ‘읍’ 을 한다는 것이다.


어쨌든 오늘 아침,

하여가,

단심가,

사육신,

그리고 불사이군을 떠올리면서, 앞으로도 안 남고 뒤로도 안 남는 그곳으로 터벅터벅 걸어왔다.  

 


뒷이야기- 판을 넓게 보면 더 큰 세상을 볼 수 있다. 왜 사람들은 시야를 좁혀 자기 발등을 보려고 하는 것일까. 정치판도 그렇다. 한쪽이 오래하면 반드시 썩는다. 18년 지난 세월을 보았지 않은가. 그 뒤에 탄생한 세 정권. 필연이라고 생각한다. 나름대로 역할을 충실히 했고, 그리고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 다시 닥친 대선.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바닥을. 쇠망치당이 이 나라를 다스리면서 체질을 바꾸어야 한다. 땅이 건강하려면, 땅을 건강하게 만들어야 한다. 비료가 능사가 아니다. 땅 속 깊이 스며들어 잃어버린 땅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도록 똥물을 뿌려야 한다. 물론 쿨내야 나겠지.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우리가 싼, 그 똥냄새를 코를 막지 않고 참아내어야 한다. 그래야 그게 참 인간이다. 우리 뱃속에는 지금 똥이 가득 들어 있다. 2007920도노카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