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화두

거부와 천부

오주관 2008. 1. 31. 22:04

  

 

 

 

아침에 가게에 오면 제일 먼저 청소를 한다. 빗자루로 바닥의 먼지를 쓸고, 그리고 대 걸레를 물에 씻어 바닥을 닦는다. 케이비에스 제 일 에프엠에서 귀에 익은 음악이 흘러나오면 대 걸레는 음악의 물결을 따라 바닥의 구석구석을 닦는다. 청소 끝.


부엌에서는 옥수수와 결명자를 넣고 끓인 물이 구수한 냄새를 풍긴다. 뿐만 아니라 전기밥솥에서 밥이 다 되었다는 신호가 피어오른다. 구수하다. 준비 완료. 


커피를 만들어 우리 두 사람은 비로소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 배달되어진 신문을 펼친다. 나는 겉을 옆지기는 속을. 본다. 요즘은 인수위가 넘버원이고 대운하가 넘버 투다. 그 가운데에 가는 대통령이 마지막 핏대를 올리고 있다. 신념이고 고집이다. 하지만 지는 해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다. 국민의 눈과 귀는 떠오르는 태양에 가 있다. 새로 들어앉을 새 대통령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현대판 홍길동이다. 새벽 4시면 기상을 한단다. 그렇다면 몇 시에 자나? 보통 12시에 자리에 눕는단다. 불사조다. 지난 세월을 그렇게 살아서 그런 체력이 유지가 되는 모양이다. 주인이 저 정도이니 밑에 부하들 앞날이 걱정이다. 어쨌든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보는 법이고, 일찍 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더 먹는 법이다.


인수위를 넘기자 눈에 익은 사람이 보인다. 이 사람을 어떻게 소개해야 하나. 세계 제 일의 거부, 마이크로소프트회장, 세계를 움직이는 사람, 기부의 황제 등등. 제목을 읽는다.


가난한 사람 위한 창조적 자본주의 필요


빌 게이츠 “현 자본주의, 인간 이타성 무시”

기부 넘어 기업이 빈곤문제 직접 개입 주장


24일 밤, 가진 자들의 잔치인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그는 약자를 돕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촉구했다. 그러니까 그의 주장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본주의가 부유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도 만족시키는 길을 찾아야 한다, 라는 것이다.


그 길을 가기 위해서는 기업이 기업의 이윤에만 목을 매달 게 아니라, 빈곤구제 문제에 인재들을 배치해 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국가도 그런 기업에게는 인센티브를 제공해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입술을 축인 나는 다시 한번 빌 게이츠를 바라보았다. 위대한 사람은 발상 자체가 다르다. 빌 게이츠의 위대성은 어디에 있을까. 한마디로 그의 철학에 있다. 부자가 가난한 사람에게 눈길을 돌리기란, 한국 대형교회의 대형 목사가 천당 못 가는 것  만큼 어렵다.


빌 게이츠는 세계 제 일의 부자다. 뿐만 아니라 그의 부는 그의 창조적 머리에서 나온 순도 99프로의 자산이다. 그럼 그의 천문학적 재산이 고스란히 자기 자식들에게 돌아가나? 천만에 만만에 말씀이다. 빌 게이츠는 약속했다. 자식들에게는 우리나라 돈으로 백 억 정도만 주고 나머지 돈은 사회에 다 환원한단다. 우리 한국의 재벌들과는 하늘과 땅이다. 우리 한국의 재벌들이 소유하고 있는 부는 정당하게 번 돈과는 거리가 좀 멀다. 해서 어느 의적이 쳐들어가 방망이를 휘두르면서 그의 부를 빼앗아도 크게 분할 게 없는 천하디 천한 부인 것이다.

 

 

 

  

삼성을 한번 보자. 삼성은 세계적 글로벌 회사다. 세계 구석구석 삼성의 깃발이 펄럭이지 않은 나라가 없다. 우리 모두의 자랑이고 우리나라의 자랑이다. 그런 삼성이지만 그 내부를 들여다보면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하고 있다. 삼성을 지휘하고 있는 이건희 회장은 그야말로 황제다. 그의 그림자도 밟지 않는다는 이학수 부회장과 김인주 사장은 이건희 황제를 위해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은 국가 위에 군림하고 있는 철옹성이다. 그런 삼성의 이건희 황제의 부는 어디로 갈까? 사회에 가나? 아니다. 그의 아들이다. 삼성의 진골 성골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제 일 화두가 삼성의 그 거대한 부를 황제 아들인 이재용에게 넘기는 일이다. 오늘도 그 숙제 하나에 삼성의 시스템이 줄 땀을 흘리며 돌아가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우리나라가 진정 민주주의 국가로, 아니 투명한 나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삼성이라는 골리앗이 무너져야 한다. 삼성이 무너진다고 우리나라가 무너지지는 않는다. 정경유착의 대부, 비자금의 대부, 우리나라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데 혁혁하게 공을 세운 삼성은 반드시 털고 넘어가야 하는 거대한 벽이다. 그러니까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황제가 부를 세습하고, 그리고 새끼 황제가 그 자리를 지킬 것이 아니라 전문 경영인이 그 자리에 앉아야 하는 것이다. 


생략하고, 거부는 하늘이 낸다고 한다. 물론 본인의 피땀 나는 노력이 뒤따르지 않고는 하늘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노력 플러스 하늘일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빈곤문제는 우리 인간의 힘으로 풀 수가 있다. 어떻게? 세계가 어깨동무를 하면 된다. 오대양 육대주가 어깨를 걸어 하나가 되면 반드시 풀린다. 그 공식은 이렇다.


내가 편하려면, 우리 가족이 편해야 한다.

우리 집이 편하려면, 우리 이웃집이 편해야 한다.

우리 동네가 편하려면, 옆 동네가 편해야 한다.

우리 한국이 편하려면, 삼팔 이북이 편해야 한다.

우리 아시아가 편하려면, 이웃인 중동지역이 편해야 한다.

세계가 평화롭게 살기 위해서는, 인종과 문화와 피부와 종교가 다른 그들이 모두 편해야 한다.


나는 생각한다. 나는 내 이웃이다. 내 이웃은 바로 나다. 한국도 나요, 이북도 또한 나인 것이다. 일본도 나고, 중국도 나고, 날만 새면 종교전쟁을 일으키고 있는 중동의 그 나라들도 바로 나인 것이다. 뿐만 아니라 피부색이 다르고 종교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언어가 다른 아프리카의 그들도, 나이고, 우리 이웃이고, 당신인 것이다.


나는 생각한다. 정말이지 우리 모두는 빌 게이츠와 함께해야 한다. 그의 철학을 지지하고 그의 메시지에 동의를 하고, 그리고 그의 그 혁명적 발상에 동참을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는 우리 이웃과 어깨동무를 해야 한다. 나만, 우리 집 식구만 배부르게 먹을 게 아니라, 우리 입으로 들어갈 음식을 조금 떼어 우리 이웃에게 돌리는 그 정성이 우리 마음에서 나와야 한다.


나를 구원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다. 우리를 구원할 사람 또한 우리인 것이다. 내가 네가 되고 당신이 내가 되고, 우리 모두가 세계가 될 때, 우리의 난제인 그 숙제도 풀리는 것이다. 지옥과 천국이 바로 내 앞과 뒤에 있다. 몸이 가고 있는 곳은 지옥이고, 영혼이 가려고 하는 곳은 천국이다. 지금, 여기서, 유턴해야 한다, 우리는…….



뒷이야기- 관념과 실천이 있다. 우리는 누구나 할 것 없이 관념에 강하다. 이론이 부족해 죽은 사람은 없다. 지금 우리는 넘쳐나고 있는 언어의 홍수 속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말씀이 우리를 구원하지는 않는다. 말씀을 내려놓고 빗자루를 들어야 한다. 그래서 청소를 해야 한다. 내 마음을, 우리 마음을…… 2008131북한산아래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