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7월의 도노강

오주관 2008. 7. 21. 19:19

  

 

저 도노강을 바라볼 때마다 돛배를 생각한다. 해저무는 저녁, 돛배가 올라오는 그림을 그리면 마냥 행복해지곤 한다. 그 옛날, 병포리 앞바다에는 흰모래가 넘치도록 있었다. 그 바다에 저녁이면 돛배가 고기잡이를 마치고 돌아오곤 했다. 그 돛배가 그렇게 아름다웠다. 내가 수영을 배운 곳도 그곳 백사장에서였다. 

 

 

 

 

이곳은 우리 두 사람의 반환점이다. 저 다리 위에서 맨손체조를 한다. 집에서 3 킬로미터 지점. 그날 저 다리 위에서 큰 잉어 한 마리를 보았다. 내려갔다. 잡을 수 있었는데, 잡으면? 그냥 놓아주자. 그리고 이 다리 밑에 와 비를 피하고 있는데 자전가 한 대가 다리 위에서 조금 전에 내가 본 그쪽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저 인간이 잉어를 본 모양이다. 잡으면 안 되는데, 가가 자빠뜨려뿌까?'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 다행히도 자전거는 잠시 후 떠나갔다.  

 

 

 

 

수라가라 폭포. 얼마나 장엄한 지 가슴까지 시원해져온다. 도노강에는 폭포가 몇 개 더 있다. 북아가라 폭포, 도노가라 폭포도 있다. 

 

 

 

 

빨간색이 자전거가 다니는 길이고 초록색이 산책로다. 서울에는 자전거를 신나게 탈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다. 해서 자전거꾼들이 이 곳에만 오면 제정신들이 아니다. 얼마나 내빼는지 까딱 잘못해 자전거 도로에 침입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한다. 자전거와 사람이 만나면 사람이 우선이다. 그 사실을 저 인간들은 모르나... 뭐가 빠지게 폐달을 밟는 통에 걸을 때마다 중앙선을 침범하지 않으려고 정신에 기합을 주곤 한다. 

 

 

 

 

저 물은 흘러흘러 한강으로 내려간다. 한강에서는 잉어떼들이 올라오고... 그러나 저러나 저 불어난 물 때문에 오리들과 왜가리가 보이지 않는다. 안전한 곳으로 피난을 잘 갔을까. 섬이 물 속에 잠겼다. 혹시 새끼들과 알들이 물에 떠내려 가지는 않았을까.  어디에 피난을 가 있든 살아만 다오. 그래서 밝은 날 다시 보자.  

 

 

 

 

저 강을 건너가면 부모님이 계신다. 올해 여든이 넘으신 두 분. 해서 자주자주 저 강을 건너가곤 한다. 가면 아파트 공원에 아버님이 휠체어를 타고 계신다. 일주일에 한번씩 몸을 씻겨 드리고 한 달에 한번씩 머리를 깎아 드린다. 아버님 어머님,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십시오. 저보다 더 오래오래 사십시오.

  

 

뒷이야기- 이틀 동안 서울에는 100밀리가 넘는 비가 내렸다. 방 안에서 내려다보면 도노강이 보인다. 날이 맑은 날에는 잉어떼들이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어젯밤에도 비가 내리고 있는 도노강을 넋이 나간 듯 바라보았다. 비가 좋다. 비만 내리면 내 가슴이 좀 씻긴다. 몸이 뜨거워서 그렇다. 2008721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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