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석가탄신일- 탈출

오주관 2008. 5. 12. 19:41

   

 

  우리 아지트. 그러니까 본부인 셈이다 

 

오늘은 석가탄신일. 신자들은 사찰로 갈 것이다. 가서 등에 불을 밝혀 내 미명을, 그리고 우리 가족들의 안위를 부처님에게 빌 것이다.  

 

 

 

 기차역에 서면 늘 가슴이 설렌다.  

 

우리 두 사람도 마음에 등불을 밝히기 위해 길을 나섰다. 

 

 

 

 

 평양 막국수와 강원도 찰옥수수로 만든 동동주. 안주로 나온 닭백숙 몇 조각. 찜찜했지만 몇 점 먹었다

 

 

 

 

 쑥을 뜯기 위해 내려갔다. 많았다 . 집에 가서 쑥국을 끓여 먹어야지 

 

 

 

 

돌아가야 할 시간. 그 누군가를 기다리는 시간은 행복이다. 하지만 만나고 난 다음 헤어질 때의 시간은 쓸쓸함이다   

 

 

 

 

 보신탕이 날 오라고 손짓을 했지만 통과. 보신탕 안 먹어도 사는데 지장없다

 

 

 

 

 이 유혹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 국수에는 늘 지고만다. 두 그릇 먹었더니 배가 빵빵했다 

 

 

 

 저 역에 근무를 하는 사람들은 행복할까, 쓸쓸할까

 

 

 

 

 인생의 현주소는 길 위다. 여기서 저기로 끝없이 가는 것이 인생이다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 인생들일까...

 

 

 

 

도노강에서. 이 강을 걸을 때마다 도노강에 돛배가 다닐 수 있으면 좋겠다. 돌고래가 뛰어 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불가능하지 않다. 저녁이면 한강에 고기잡이 나갔던 배가 황포돛대를 건 채 돌아오는  풍경. 돌고래가 떼를 지어 몰려 다니는 풍경. 시장이 팔을 걷어부치고 덤비면 서울 명물이 될 텐데... 그리고 또 있다. 남산타워를 헐어내고 그 자리에, 그 높이만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할배와 할매 동상을 세운다. 그러면 세계 명물이 될 텐데... 우리 종씨가 이 글을 봐야 한다.

 

 

 

 

도노강에서 찰칵. 이 강에서 돛배 하나 가지고 어부로 살면 안 될까. 노 젓는 기술은 아직 녹슬지 않았을 것이다. 포항 동빈항에서 군생활을 할 때, 송도 처녀 배사공이 아침이면 채소를 팔기 위해 노를 저어 온다. 그리고 채소를 가지고 북부시장에 가고 없으면 나와 완호는 그 뗏마를 타고 동빈항을 왔다리 갔다리 했다. 황어도 잡으면서...   

 

 

 

 

이곳에서 보면 잉어가 물을 가르며 올라가는 모습이 보인다. 퍼드득... 하고 강물을 거술러 올라가는 그 몸짓이 장엄하기까지 하다. 요즘 새벽에 눈을 뜨면 강을 내려다 본다. 보인다, 물결을 가르며 올라가고 있는 잉어들이. 혼자 보기 너무 아깝다. 돈을 받고 파는 방법이 없으려나, 봉이 김선달처럼... 한번 보는데 만 원. 덤으로 막걸리 한 잔과 녹차 한 잔. 헐타.  

 

 

뒷이야기- 배가 빵빵했다. 평양 막국수 한 그릇과 강원도 찰옥수수로 만든 동동주 한 병을 비우고 나자 세상이 내 세상이었다. 사찰도 좌동일 것이다. 일년 열 두 달이 오늘 하루만 같으면 살맛이 날 텐데. 스님들 얼굴이 보름달이다. 이런 날 개신교 목사님들이 사찰에 찾아가 같이 축하해주고, 그리고 밤이 되면 고스톱도 한번씩 치고. 오늘 같은 날은 무조건 스님이 한 잔 사는 거다. 보신탕에 소주 한 잔. 그림이 그럴 듯하다. 그래야 한다. 경계가 없는 세계가 좋은 세상이다. 어쨌든 빵빵한 배를 꺼주기 위해 개울가로 내려갔다. 가서 쑥을 뜯었다. 쑥국도 꿇여먹고, 그리고 쑥으로 전도 해 먹으리라. 세상이 내 편이 아니어도 좋다. 그냥 가는 거다. 나무아미타불간셈보살 2008512도노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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