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

미네르바 박, 오마이뉴스에서 인터뷰를 하다

오주관 2009. 4. 24. 15:21

 

 

  

작년부터 다음 아고라 방을, 아니 한국을 뜨거운 용광로로 만든 사람이 있다면 바로 미네르바일 것이다. 일명 고구마 할배로도 통하는 미네르바의 글은 한국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는 아고라의 메시아였다. 그의 메시지는 우리의 인식체계를 갈아엎을 정도로 지대했다. 그도 그럴 것이 청와대는 물론이고 한국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던 강만수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경제계 인사들 모두가 사이버 경제 대통령인 고구마 할배 때문에 입술이 타 들어갔고, 그리고 밤이면 밤마다 불면의 밤을 보내며 끓어오르는 분노와 질투와 시기의 가슴을 식히기 위해 적지 않은 술과 담배로 남은 밤을 다스렸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미네르바가 며칠 전 법원에서 무죄선고를 받고 풀려 나왔다. 어쨌든 표현의 자유가 승리를 한 것이다. 물론 검찰은 법원이 내린 무죄선고에 법리해석이 잘못된 것 같다며 즉시 항소할 것을 천명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승리를 한 것이다. 검찰이 이성의 잣대로 미네르바를 구속시킨 것이 아니라 다분히 정치적 잣대를 적용해 무리한 게임을 벌린 것이다.

 

생략하고. 문제는 남는다. 과연 무죄선고를 받고 나온 박대성 씨가 미네르바인가. 한국은 물론이고 세계 언론으로부터 뜨거운 주목을 받았던 그 미네르바가 맞느냐? 이다. 그가 구속되고부터 진위여부는 계속 뜨거운 감자로 남아 있다.

 


 

  

아니다.

맞다.

 

더러는 진짜 미네르바는 익명의 섬에 있는 K다, 라고 믿고 있다. 더러는 박대성 씨가 진짜 미네르바가 맞다, 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반대와 찬성 그 어디에도 증거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있다면 설과 상상과 추리뿐이다.

 

우리는 왕왕 우리의 상상이 삼천포로 빠지는 것을 목격하곤 한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상상은 발전의 동력임은 분명하다. 순기능과 역기능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상상. 추리도 마찬가지다. 추리는 어디까지나 추리일 뿐이다. 하지만 상상과 추리는 그냥 맹탕에서 나오지 않는다. 부단한 자기 수업에서 나오는 것이다. 한마디로 내공이 쌓여 있지 않으면 상상과 추리는 강 건너 등불인 것이다.

 

그날 밤 운동을 나가기 전 오마이뉴스에서 생중계된 인터뷰를 의자에 앉아 보았다. 정치평론가 유창선 씨와 미네르바 박. 한 시간 동안 인터뷰를 지켜보면서 내가 느낀 것은 당혹감이었다. 미네르바 박의 어디에도 내공이 보이지 않았다. 쫄았나? 사실 순간적으로 쫄면 머릿속이 텅 비어 버린다. 그 많던 단어가 어디론가 휘발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의 얼굴은 달아올랐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양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려고 필사의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눈빛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사실은 그의 말이 그냥 횡설수설이었다. 하! 나이 탓일까? 30대 초반의 젊은이어서 그럴까. 아니면 텔레비전 출연 경험이 없어서 저럴까? 그럴 수도 있다. 무대 울림증이라는 게 있다. 아무리 노래 실력이 뛰어난 가창력의 소유자도 무대 울림증이 있으면 대책은 무다.

 

나도 그런 경험을 가지고 있다. 초등학교 다닐 때 음악시간과 국어시간이 제일 싫었다. 일어나 책을 읽는 일과 교단에 나가 노래를 부르는 일이 죽기보다 싫었었다. 반에서 두 번째 노래실력을 가지고 있는 실력파였지만 교단 위에서의 독창은 지옥에 들어가는 일만큼이나 어려웠고 싫었었다.

 

미네르바 박은 계속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가 말한 내용의 전부는 개똥이 소똥이도 말할 수 있는 가벼움의 극치였다. 어디에도 밤을 지키는 지혜의 신 미네르바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구어체와 문어체의 극과 극. 그가 떠올랐다. 한국 문단에서 소설을 발표해 가장 돈을 많이 번 이 모 씨. 그도 사실 눌변이다. 그의 소설은 현학적이고 사변적이고 그리고 철학과 사상이 깔려 있다. 그런 그도 방송에서 인터뷰를 할 때 보면 고개가 갸웃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너무 눌변인 것이다. 미네르바 박도 그런 병을 가지고 있나.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정말 그들의 주장처럼 시나리오가 있나? 진짜 미네르바는 지금 익명에 섬에 갇혀 있을까. 그리고 대중 앞에 나타난 미네르바 박은 만들어진 가공의 인물? 인터뷰를 끝까지 보고 났을 때의 내 개인적 소감은 가짜였다. 경제의 ABC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眞과 假는 그 경계가 없다는 사실을. 99프로의 진과 1프로의 가가 자리바꿈을 할 수 있을 확률이 0, 1프로 정도 있다면 우리는 인내하면서 끝까지 지켜보아야 한다. 우리의 인식체계가 절대불변이 아니기 때문에.

 

왕왕 1프로가 무대를 뒤엎기도 한다.

 

 

 

 

나는 생각한다. 어느 그믐, 밤하늘은 구름으로 뒤덮여 있고 건물과 아파트를 밝혀주고 있던 불빛도 하나둘 사라지고, 앎의 불면증에 걸린 사람들만 멍한 눈으로 어두운 거리를 밝혀주고 있는 가등을 바라보고 있을 때, 사라진 지혜의 신 미네르바가 조용히 나타나 자신의 존재의 방에 불을 밝힐 것이라고.

 

 

뒷이야기- 인터넷은 정보의 바다다. 바다에는 온갖 고기가 살고 있다. 세상의 고기라는 고기는 다 바다에 있다. 바다가 강과 호수와 다른 것은 다양한 종들의 고기들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고로 바다는 우리의 삶의 무대이자 정신의 영원한 쉼터이자 메카인 것이다. 그 지혜의 바다를 지식의 잣대로 재단을 해서는 안 된다. 절대. 바다는 그리고 상상과 추리가 함께 공존해야 한다. 그러니까 인문학과 상상과 추리와 자연과학이 함께 살아 숨을 쉬는 도서관인 것이다. 노터치! 그냥 두어야 한다. 2009424도노강카페에서.

'사색'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녹색뉴딜이 뭔 이름이여!  (0) 2009.05.22
파괴는 창조다  (0) 2009.05.06
당당함과 안당당함  (0) 2009.04.19
이 땅에 정신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0) 2009.03.25
내가 이명박이 똘마니냐  (0) 2009.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