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삼성 이건희 전 회장의 복귀

오주관 2010. 3. 25. 15:30

 

 

어제 이건희 전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를 선언했다. 삼성 계열사의 한 고위 임원은 “도요타 같은 기업이 단숨에 위기에 몰리는 걸 봐라. 외부에선 어떻게 볼지 모르지만 삼성 경영진들의 고민과 위기의식은 생각보다 크다. 지금은 계열사 독립경영이 아니라 강력한 구심점이 필요한 때다”라고 말했다.

 

2008년 4월 유죄를 선고받고 삼성의 경영에서 은퇴를 한 지 3년 만에 복귀를 한 것이다. 그는 물러날 때 국민과 약속을 했다. 자신의 차명재산 4조 5천억 원을 사회에 환원해 유용하게 쓰겠다. 지주회사 전환 및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 하지만 4조 5천억 원은커녕 땡전 한 푼도 우리 사회에 환원한 흔적은 없다. 공염불에 그친 것이다.

 

이건희는 황제가 맞다. 세계는 몰라도 대한민국 안에서는 무소불위의 힘을 가진 권력자가 분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떻게 삼성내부와 국민들과의 협의도 거치지 않고 일방적으로 회장 자리에 복귀를 할 수 있단 말인가. 국민들을 얼마나 얍쟙아 보고 정부를 얼마나 핫바지로 알면 죄인 신분인 그가 안하무인격으로 화려하게 옛날의 그 자리로 돌아올 수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우리는 여기서 진지하게 따져보아야 한다. 그의 복귀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그러니까 그의 경영복귀가 우리 국민들 경제생활에 미칠 득과 실을. 먼저 득은 무엇일까? 몇 달 전 정부에서 사면을 시켜줄 때(우리나라에 원칙과 법치가 있나? 없다. 우리나라는 힘 있는 사람들의 세상이자 천국이다. 그의 사면은 짜고 치는 고스톱이다.) 표면적으로 이런 바람이 있었을 것이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강원도 평창 동계올림픽에(동계올림픽이 열리면 우리는 진정 선진국이 되나? 아니 경제적으로 이익이 있나? 잔치가 끝나고 나면 그 시설물들이 애물단지로 전락 안 할까?) 당신이 좀 나서서 힘을 한 번 써봐라. 그래서 사면되자마자 그는 비행기에 몸을 싣고 동계올림픽이 열리고 있는 캐나다의 밴쿠버로 날아갔다.

 

소득이 있었나?

없었다.

 

그렇다면 죄인의 신분이 되었을 때 약속한 그의 차명재산이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곳에 뿌려져 소용됨이 있게 쓰였나? 없었다. 그가 삼성에 복귀를 하면 우리 국민들 삶이 좀 나아지나? 아무런 영향이 없다. 나아지는 건 이건희 일가뿐이다.

 

그동안 삼성이 저지른 해악은 수도 없다. 삼성을 생각한다, 라는 책을 펴낸 김용철 변호사는 상세하게 밝히고 있다. 그가 용기를 내어 삼성을 고발한 것은 이건희 개인의 잘못보다 삼성과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고발한다고 했다. 우리 국민은 그의 진정성을 믿어야 한다.

 

 

 

 

나라 위에 군림을 한 삼성.

법 위에 군림을 한 삼성.

민주주의 근간을 헤친 삼성.

 

우리는 진지하게 생각해야 한다. 개인의 경제활동과 기업의 경제활동의 궁극이 무엇인지를. 우리의 삶은 홀로삶이 아니다. 무인도에서 혼자 자급자족하며 살아가는 로빈스 크루소의 삶이 아니다. 우리는 이웃과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 삶이다. 담장 너머에는 이웃이 있다. 담장만 제거하면 우리는 전부 하나다. 기억해보자.

 

옛날 우리는 떡을 하면 우리 가족만 먹지 않았다. 반드시 담장 너머에 있는 이웃과 떡을 나누어 먹었다. 어릴 때 우리 모두는 떡 심부름을 많이 했다.

 

“떡칠이 어무이 계시능죠?”

“누고?”

“엄마가 떡 좀 했다고 갖다 드리라고 해가요.”

“그래?”

“예.”

“오야, 잘 무거께. 엄마한테 고맙다고 전하거래이.”

“예.”

 

3, 40년 후의 21세기. 우리는 지금 어떤 꼴로 살아가고 있나. 우리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나. 우리는 지금 어디를 바라보며 살아가고 있나. 우리는 지금 어느 누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나.  

 

돈이 담장을 높게 만들었다.

경제가 이웃을 멀게 만들었다.

교육이 삶의 숨통을 조였다.

경쟁이 낮과 밤 쉬지 않고 달리는 경주마로 만들어버렸다.

우리 모두는 오늘도 숨을 헐떡이며 천천히 미쳐가고 있다.

 

 

 

 

자본주의의 끝은 우리를 향해 빨리 오라고 손짓을 하고 있다. 그 끝은 파라다이스가 아니라 멸망이다. 자본주의의 끝은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다. 우리는 생각해야 한다. 우리가 힘겹게 저어가고 있는 배가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희망을 원한다면 우리는 여기서 노를 멈추고 나와 우리 전체를 돌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물어야 한다. 우리는 도대체 어느 곳으로 가기 위해 오늘도 땀을 흘리며 노를 저어가고 있는가. 답은 항상 절망의 끝에 있다.

 

답은 무엇일까? 삼성도 살고 우리 전체가 사는 그 길이. 무장해제다. 무거운 탐욕을 내려놓고 이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정부는 정부의 자리로. 기업은 기업의 자리로. 국민은 국민의 자리로. 당신과 나는 우리의 자리로.

 

문제는 정치다.

성장과 분배는 둘이 아닌 하나라는 사실에 도장을 찍어야 한다.

깨어 있는 국민이어야 한다.

의식혁명이 일어나야 한다.

관념이 아닌 적극적인 행동이 뒤따라야 한다.

머리로 농사를 짓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농사를 지어야 한다.

 

더 이상 갑론을박하지 말자. 문제는 간단하다. 삼성을 해체시키면 된다. 어떻게? 삼성이 계속 초일류기업으로 살아남으려면 과감하게 구조를 개편시켜야 한다. 도대체 어떻게?

 

삼성전자 하나만 남겨놓고 다 내놓아야 한다. 

삼성전자 하나에 매달려야 한다.

이건희와 그의 아들 이재용은 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

전문경영인이 삼성전자를 경영해야 한다.

 

국민이 박수를 치면서 혁명의 깃발을 높이 들 때, 절망은 우리 곁을 황망히 떠날 것이다. 그 자리에 사라진 희망이 우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다가올 것이다.

 

답은 정부와 국민이다.

 

 

 

뒷이야기-지금 한국은 거센 숙청의 바람이 불고 있다. 교육, 방송, 사법부, 그리고 종교까지. 그들은 삼지창을 휘두르며 그들을 반대하는 자들의 목을 댕강댕강 잘라내고 있다. 그리고는 국민들을 향해 피 묻은 입술로 ‘좌파를 청소했습니다.’ 라고 광분을 하고 있다. 무지의 소치다. 공부가 짧은 사람이 용감하고, 무식한 놈이 미인을 차지한다. 텅 빈 자신들의 머리는 생각하지 않고 어디서 들은 풍월인지 ‘좌파’ 아니면 ‘빨갱이’ 라고 나발을 불고 있다. 지금 한국은 무지하고 무식한 자들이 춤을 추고 있다. 2010325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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