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리 D. 삭스
김현구 옮김
어둠이 도노강을 덮고 있다. 책상 앞에 앉은 나는 옆지기를 기다리면서 얼마 전에 읽은 ‘빈곤의 종말’ 을 여기에 옮긴다.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를 들으면서.
2025년, 지상의 모든 가난을 끝낼 밀레니엄 프로젝트
밀레니엄 프로젝트란?
2000년, 유엔이 결성한 인류의 공동 발전과 번영을 위한 협력 포럼이자 계획이다. 유엔은 전 세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아 ‘과학’ ‘기술’ ‘혁신의 테스크포스 팀’ 을 만들었는데, 제프리 삭스는 바로 이 팀의 일원이자 핵심 인물이다. 이들은 2015년까지 완성해야 할 발전도상국의 공업, 농업, 교육, 남녀평등, 건강, 수자원, 보건, 환경과 글로벌 경제에 참여하기 위한 과학기술에 관한 정책적 세부 목표를 설정해「혁신: 발전과 지식의 적용」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있는 목표는 다음과 같다.
밀레니엄 프로젝트의 목표
1. 극단적 빈곤과 기아의 퇴치
2. 보편적 초등교육의 달성
3. 남녀평등의 실현 및 여성권한 향상
4. 유아 사망률의 감소
5. 산모 보건의 향상
6. 말라리아 발병 억제와 AIDS 확산 근절
7. 공동 발전을 위한 세계적 협력의 증대
제프리 삭스는 국제금융, 거시경제정책에 대한 탁월한 연구업적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경제학자. 1954년 생으로 하버드 대학교를 최우등으로 졸업하고, 29세인 1963년에 하버드 대학교 최연소 정교수가 되었다.
제목을 본 순간 내 눈은 반짝반짝 빛이 났다. 이럴 수가! 내가 꿈꾸어 온 그 세계가 아닌가? 하! 나보다 나이가 한 살 어린 제프리 삭스가 이 세계를 가로막고 있는 경계와 벽을 허물 수 있는 가슴 벅찬 메시지를 토해 내다니? 제프리 삭스는 혁명가일까? 아니면 성자일까? 이 땅에 개혁을 꿈꾼 혁명가는 수도 없이 많다. 하지만 그들의 꿈은 비상을 해보지 못한 채 늘 추락의 고배를 마시고 말았다. 왜 추락을 거듭했을까? 어깨동무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한다. 인간으로 살면서, 아니 사람으로 살면서 가장 큰 불행은 무엇일까? 삶을 가로막고 있는 거한 생존의 벽이다.
1. 돈이 없어 밥을 굶을 때
2. 돈이 없어 치료를 받지 못할 때
3. 돈이 없어 교육을 받지 못할 때
과연 저들과 이들은 종자가 다를까? 종자가 달라서 운명이 저렇게 달라지나? 그 기막힌 극과 극을 바라보면서 느낀 절망감. 같은 동시대인으로 살면서 어느 부류는 삶을, 어느 부류는 생존과 처절한 싸움을 벌이며 살아가고 있다. 그 사실 앞에 나는 자주자주 몸을 떨곤 했다.
종자가 다를까?
옛말에 가난은 나라도 구제를 못한다고 했다. 그 말이 정설로 굳어 있다. 과연 그럴까? 나는 그 말을 들을 때마다 고개를 가로 젓곤 했다. 아니다. 틀렸다. 개인은 그렇다 쳐도 나라는 백성의 가난을 구제해야 한다. 그렇지 않은가. 나라가 백성의 가난을 구제 못하면 그럼 누가 구제한단 말인가.
지금 세계는 테러와의 전쟁에 휩싸여 있다. 전 세계인이 몸을 떨며 증오하는 테러는 왜 일어나고 있을까? 우리는 미국 뉴욕의 9,11테러를 기억할 것이다. 세계가 경악을 한 그 끔찍한 테러는 왜 일어났을까?
“테러와의 전쟁은 빈곤과의 전쟁과 단단히 결부되어 있다.”
미국의 콜린 파월 전 국무부 장관이 한 말이다. 배부르고 등 따신데 싸울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내가 설령 상대보다 힘이 세어 더 많이 때린다 하더라도 한두 대는 맞을 것이다. 맞아 안 아픈 인간은 없다. 두꺼운 살에 맞으면 좀 덜 아프지만 뼈에 정통으로 맞으면 말도 못하게 아프다. (옛날 중학교 때의 일이다. 같은 동네에 살고 있는 내 친구 학이. 덩치와 키가 나보다 컸다. 학이의 천적은 나다. 나와 가짜 싸움을 하면 백전백패다. 학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기 뼈를 강타하는 내 주먹이다. 타이슨의 핵주먹이 그런 맛일 것이다. 한 방 맞으면 그대로 땅바닥에 주저앉아 떼골떼골 뒹군다. ‘그철 아프나?’ 하고 다가가 한 방 더 때릴 모션을 취하면 싹싹 빌며 ‘아무꺼시야, 잘, 잘못했다, 때리지 마!’ 하고 죽을상을 하곤 했다.) 만약 재수에 옴이 붙듯, 힘이 약한 상대가 눈을 감고 휘두른 주먹이 어쩌다 무방비 상태의 나의 급소를 강타하면 윽! 하고 순간 골로 갈 수도 있는 것이다.
급소는 누구에게나 다 있다
코끼리가 모기에 물려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그 사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해마다 8백만 이상의 사람들이 빈곤 때문에 죽어가고 있다
제프리 삭스가 참여하고 있는 이 프로젝트의 메시지는 지극히 간단하다. 죽어가고 있는 사람에게 건강하게 살려고 노력했어야 한다고 충고해봤자 아무 소용이 없는 일이다. 그것보다는 이들이 발전의 사다리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우리의 임무다. 최소한 사다리 아래쪽 계단에 발판을 놓아 스스로 올라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주어야 한다.
우리 세대의 가장 큰 비극은 우리 인류의 6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발전의 사다리에 아직 발을 올려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빈곤한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빈곤 함정에 붙잡혀 자기 힘만으로 절대적인 물질적 박탈 상태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들은 질병, 지리적 고립, 나쁜 기후 조건, 환경 악화, 극단적 빈곤 그 자체에 사로잡혀 있다. 그들의 생존 기회를 높일 수 있는 구명책들은 새로운 영농 기법의 형태, 필수 치료약, 말라리아 전염을 제한할 수 있는 모기장의 형태 등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이 가계들과 정부들은 구명책에 필요한 투자를 할 수 있는 재정적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세계의 극단적 빈곤의 인구 중 압도적 비율-2001년도 93퍼센트- 동아시아, 남아시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세 지역에 살고 있다
빈곤의 종말을 고하기 위해 어느 정도 돈이 투자되어야 하나? 엄청난 예산 때문에 세계는 뒷짐을 지고 있나? 그렇지 않다. 미국의 국민총생산 GNP의 0,7프로만 투자를 하면 극단적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다고 한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악순환은 어디서 출발해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세계 지도를 놓고 보면 이상하게 백인 나라들이 흑인 나라들보다 잘 산다. 종자와 피부색에 따라 부가 갈라지나? 아니다. 나라와 개인들 간의 격차의 근본 원인은
일부 나라의 총생산이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장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었던 반면, 다른 지역은 상대적으로 정체되었다는 점이다. 착취가 아니라(착취도 일부분 맞다) 앞선 기술이 부유한 세계의 소득을 장기적으로 증가시킨 주된 배후 요인이었다.
꽤돌이 나라들과 꽤돌이들이 소유하고 있는 앞선 기술을 나누어 가지지 않고 독점하고 있기 때문에 부와 가난이 갈라지고 있는 것이다
제프리 삭스는 그 기술과 자본을 제공해서 극단적 빈곤을 물리치자는 것이다. 이 얼마나 낭만적이고 멋진 프로젝트인가
21세기 우리 인류가 추구해야 할 목표는, 지난 세기에서 찾아볼 수 없는 열정과 낭만과 사랑이 하나가 되어 세계인들이 어깨동무를 할 수 있는 그 꿈을 건설하는 것이다.
테러와 전쟁이 일어나는 출발점은 빈곤에 있다. 미국이 일 년에 쏟아 붓는 자국의 국방예산의 일부를, 극단적 빈곤을 물리치는데 도와주면 그거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식이다. 최소한 0,7퍼센트만 제공을 하면 된다고 한다.
21세기 우리 인류의 화두는 ‘말’ 이 아닌 ‘실천’ 이어야 한다. 일부 부자 나라들은 늘 도와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지금도 그런 약속은 수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세계는 여전히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에 대한 반작용이 테러와 전쟁이다.
우리 인간이 가지고 있는 양면성. 진보와 퇴보가 그것이다. 한편으로 우리 인류는 지난 2세기 반 동안 엄청난 부를 이루었다. 그 부를 가난한 이웃 나라들에게 제공을 하면 우리 인류는 극단적 빈곤과 질병의 죽음으로부터 해방이 될 것이다. 부자 나라의 GNP의 0,7퍼센트만 제공을 하면.
나는 생각한다. ‘이 세계의 부는 이 세계의 것이다. 우리나라 삼성공화국의 이건희 회장의 부는 그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것이다.’ (2012년 대선 때는 삼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이 대통령이 되어야 한다.) 못이 박히도록 주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이 주장에 선뜻 동의를 하지 않고 있다. 그 반대다.
말도 안 되는 이론이요 궤변이다
경계와 울타리를 치우고 조금만 궁구해보면 궤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만약 우리 인류가 빈곤 때문에 일어난 핵전쟁으로 멸망하고, 몇몇 나라의 종이 겨우 목숨을 부지해 있다 몇 백 년 뒤 이 메시지를 발견하면 그때서야 무릎을 탁 치며 박수를 보낼 것이다. 인간만큼 꽤가 많으면서 진보가 더딘 종도 없을 것이다.
무지와 탐욕 때문이다
진실로 우리 인간이 가장 경계해야 할 적은, 무지와 탐욕이다
빈곤의 종말의 끝은 이렇게 맺고 있다.
“미래가 우리 세대에게 이렇게 말하자. 우리가 희망이라는 강력한 물결을 일으켜 세계를 치유하기 위해 뜻을 모아 함께 일했다고 말이다.”
뒷이야기-중요한 것은 말이 아닌 실천이다. 그 다음은 실천의 바람이다. 누가 앞장을 설 것인가. 누군가가 서야 한다. 광야에서 깃발을 높이 든 채 이 세계를 향해 목이 터지도록 외쳐야 한다. 세계는 하나다. 세계인도 하나다. 하나가 하나일 수 있는 것은 떨어진 손을 꽉 잡았을 때다. 우리는 손을 잡아야 한다. 우리는 어깨동무를 해야 한다. 세계를 위해! 우리 전체를 위해! 201054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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