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천안함 사태를 바라보는 보수와 진보

오주관 2010. 5. 30. 17:01

 

 

천안함 사태를 놓고 남한과 북한정부는 그 어느 때보다 강경일변도로 걷고 있다. 남과 북을 잇는 핫라인도 막혀 있다. 미국의 오바마는 한 술 더 떠 이란과 북한은 핵을 포기하던가 아니면 대화를 하던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을 하고 있다.

 

지난 27일 시청 앞 광장에서 한국의 보수단체들이 총집결하여 북한을 응징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들의 메시지는

 

‘한국은 북한보다 국력이 엄청 높다. 언제까지 그들의 비위를 맞춰가며 빌빌거릴게 아니라 이번 기회에 한번 제대로 본때를 보여주자. 그리고 천안함 사태를 놓고 시비를 거는 좌파들과 야당을 솎아내자. 정 안되면 비상사태를 선포해서라도 그들을 소제하자.’

 

그날 시청 앞에 모인 단체들은 라이트코리아, 재향군인회, 재향경우회, 고엽제전우회, 국민행동본부, 이북도민연합중앙회, 불교도총연합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뉴라이트전국연합 등 수구, 보수단체가 총출동했다.

 

 

 

 

시청 앞 광장 곳곳에 ‘김정일 정권 붕괴시켜 남북통일 이룩하자!’ ‘우리는 자유와 국익을 위해 정쟁도 불사하겠다!’ 등등의 증오 섞인 문구가 적힌 현수막들이 내결렸다.

 

연단에 오른 연세대 김동길 명예교수는 손을 높이든 채 “비상계엄령을 선포해서 까부는 놈들을 잡아넣어야 한다!” 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반도의 통일이 우리의 소원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전쟁을 통한 통일은 아니다. 아무리 한반도의 통일이 지상과제라 할지라도 그 방법이 합리적이고 평화적이어야 한다. 한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는 통일에는 세 가지가 있다.

 

1. 전쟁

2. 붕괴

3. 평화적 통일

 

한국의 보수단체들은 1번과 2번을 좋아한다. 그들은 노골적이다. 이제 남한은 북한을 무력으로 물리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김정일에게 끌려 다니는 망나니짓은 그만 두고 힘으로 통일을 시키자.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도 강경일변도다. 대화가 아닌 압박을 통해 북한을 굴복시키거나 붕괴를 유도하고 있다. 지난 10여 년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일관되게 추진시킨 평화, 화해, 상생은 온데간데없다.

 

천안함 사태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에 기름을 부은 꼴이다. 보수단체들 역시 물을 만났다. 이판에 한판 붙자. 그들은 지난 두 정부의 대북정책을 극도로 증오하고 있다.

 

1. 붕괴 직전의 김정일 정권에 돈을 주어 다시 생명을 살려내었다

2. 천문학적인 돈을 대주었더니 북한은 핵을 만들었다

 

나는 생각한다. 한반도의 통일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무력통일일까? 붕괴일까? 평화적 통일일까? 나는 한국의 보수단체들에게 독일의 통일을 들려주고 싶다. 독일은 총 한 방 쏘지 않고 평화적으로 통일이 되었다.

 

 

 

 

하지만 통독은 하루아침에 오지 않았다. 서독과 동독은 이념으로 갈려 있어도 그동안 꾸준하게 인적교류는 물론이고 물적교류가 이루어져왔다. 통독될 때까지 서독정부가 동독정부에 쏟아 부은 돈은 상상을 초월한다. 빌리 브란트 서독 총리의 ‘동방정책’ 이 통일을 다지는 씨앗이었다면 서독과 동독정부의 보이지 않은 인적, 물적교류는 통일을 키우는 거름이었다.

 

통일을 향한 필연이 어느 날 우연이라는 이름으로 그렇게 온 것이다

 

우리 인간의 이름으로 가장 어리석은 짓은 전쟁이다. 전쟁은 당사국들을 초토화시킨다. 뿐만 아니라 당사국 국민들의 인간성까지 말살시킨다. 중동국가와 이라크를 보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계속된 전쟁은 무엇을 남겼나? 씻을 수 없는 상처와 증오뿐이다. 그리고 이라크 국민들은 날만 새면 파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 하나로 죽이고 죽어나가고 있다. 이 모든 게 잘못된 전쟁 때문에 일어난 비극이다.

 

평화를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아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말이다. 얼마나 감동적인 메시지인가! 평화와 전쟁은 종이 한 장 차이다. 적을 친구로 만드는 게 지혜로운 인간이 가지고 있는 덕목이다. 친구를 적으로 만드는 건 어리석은 인간이 버려야 할 악이다.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위험에 처해 있다. 양손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 정부가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결의를 다지면 국민은 기를 쓰고라도 전쟁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이 능사만은 아니다. 문제는 주저앉아 가는 북한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 북한을 도와 북한이 스스로 일어설 수 있을 때, 그 때 통일의 문을 열어야 한다. 전쟁과 붕괴는 남과 북 모두를 파멸시킨다.

 

천안함 사태를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이 어둡다. 우리는 우리 한반도를 둘러싸고 있는 열강들을 냉철하게 바라보아야 한다. 이 세상에 영원한 우방도 적도 없다. 자국의 이익을 위해 정책은 늘 바뀔 수 있다. 오늘의 적이 내일은 친구가 될 수 있다. 변화가 정책의 동력이다. 만약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취하는 나라와 그 반대의 나라가 있다. 남북은 모두 공멸이다. 남한은 살고 북한은 사라진다! 는 이야기는 성립되지 않는다.

 

그래도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나야 한다면!

 

최전방 DMZ를 책임져야 할 무리들이 있다. 병역의 의무를 완수하지 않은 대통령, 국무총리, 비서실장, 국정원 원장, 안상수 의원,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 국무위원, 그리고 이념의 갈등이 표출될 때마다 남한의 보수단체들을 부추기는 조중동과 바람잡이들이 제일 먼저 총을 메고 용감하게 달려가 전방을 지켜야 한다. 북한의 미사일과 장사포 그리고 남한의 최첨단 무기들이 불을 뿜는 DMZ에서 전쟁이 무엇인지를 온몸으로 체험해야 한다. 하늘이 도와 그들이 전쟁터에서 살아 돌아오면 분명히 알게 될 것이다.

 

평화와 전쟁이 무엇인지를!

 

 

 

뒷이야기- 지혜로운 자와 어리석은 자를 가르는 한 방법이 있다. 미래를 바라보는 자와 한 치 앞을 바라보는 자가 있다. 어떤 목표가 있으면 지혜로운 자는 부지런히 준비를 한다. 어리석은 자는 준비 없이 즉흥적으로 움직인다. 아무런 준비 없이 통일을 바랄 수는 없다. 천안함 사태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남남갈등. 지금 몸과 정신이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 몸으로 한국의 발전을 도모한 그들과 정신으로 나라의 내적발전을 도모하고 있는 그들의 싸움이 그것이다. 문제는 분열이 아닌 화합이다. 두 갈등이 손을 잡으면 나라를 구할 수 있는 지혜가 나온다. 역지사지. 내가 네가 되고, 네 편이 내 편이 되어 보면 답이 나온다. 콧수염 김동길은 답이 아니다. 우리는 평화를 위해서라면 악마와도 손을 잡아야 한다는 그 교훈을 다시 한 번 가슴에 새겨야 한다.2010530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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