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어머니 생신

오주관 2010. 6. 23. 13:03

 

                

            중요한 건 자식들의 마음이다. 마음을 모아 어머님에게 드렸다. 어머님, 건강하게 오래 사십시오

 

 

 

 

 

어머니 생일 선물로 네 남매가 벽걸이 텔레비전을 달아드렸다. 얼마 전에는 아버님을 위해 환자용 침대도 들여놓았다

 

 

 

 

 

아버님, 텔레비전 사느라고 돈을 다 썼는데 좀 보태주소. 돈 없다. 있잖아요. 이만 원밖에 없다. 하하하. 텔레비전 마음에 드능죠? 파이다. 왜요. 리모콘이 안 좋다. 기능이 달려 있어 마음대로 조종이 잘 안 되는 걸 두고 한 말. 자꾸 연습하소

 

 

 

 

 

 가끔씩 아버님을 상대로 기억게임을 하곤 한다. 아버님, 부산에 동생 이름 뭔지 아능죠? 알지. 뭔데요? 옥이. 그럼 포항은요? 오줄 푼다. 말해보소. 포항도 옥잉죠? 하하하. 내 이름은요? 숙이. 하하하. 딱 한 프로만 보신다. 월요일 밤 10시에 하는 가요무대. 다른 프로는 안 보신다. 가요무대도 아는 가수들이 나와야 끝까지 보신다. 이미자, 김세레나, 하춘하, 현철, 송대관, 설운도, 태진아 등등이 나오면 끝까지 보신다. 그 외 젊은 가수들이 나오면 오늘은 재미가 없네, 하시면서 고개를 꺾으신다는 아버님

 

 

 

 

 

에어컨에 벽걸이 텔레비전까지. 아버님 어머님 말년이 좋으시다. 형수님 덕이다

 

 

 

 

 

어머님 마음은 한바다다. 바다보다 깊고 넓다. 그 옛날, 땡볕에 일을 할 때 게으름이라도 피울라치면 이렇게 말씀하시곤 했다. '눈아 눈아 겁내지 마라! 손이 손이 일을 한다.' 마을의 여자들을 품은 대장이요 큰 어른이셨다

 

 

 

 

 

요즘 속이 많이 상하실 거다. 내가 저것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저렇게 졸장부들일까! 졸장부 아들은 오늘도 고뇌가 많다. 어머님의 동해바다보다 넓은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뒷이야기- 오늘은 어머니 86회 생신이다. 아버님은 여든아홉이시고. 아버님은 고향에서 알아주는 전기기술자였다. 그 옛날 오천읍 용덕동에 살 때 전기 형편이 좋지 않았다. 초저녁에 전기가 들어오면 밤 9시에 전기가 가곤 했다. 전기가 고장 나면 우리집으로 오곤 한 동민들. '오상요, 우리 집에 전기 좀 고채주소.' 펜치와 드라이브 하나만 있으면 끝. 그 시절 미군부대에 다닌 아버님 덕에 우리집에는 제법 큰 전축이 있었다. 젊어서는 일본 해군에 복무를 했고 해방 후에는 고향에 돌아와 전기 일로 우리 식구를 먹여 살리신 아버님. 아버님으로부터 우리 형제들이 물려받은 재산은 정직 하나다. 어머니로부터 물러받은 재산은 세상을 넓고 깊게 바라보는 지혜를 배웠다. 그리고 역마살. 어머니는 사람들을 품는 묘한 재주를 가지고 계셨다. 아버지와는 반대였다. 어머님, 어머님이 품었을 큰 세상을 잘 압니다. 세상이 끝나는 그날까지 그 뜻을 품고 살겠습니다. 어머님, 생신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2010623도노강카페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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