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이야기-어제 토요일 아침. 경복궁역을 나와 자화문으로 가는 버스를 기다리다 갑자기 국립박물관으로 내뺐다. 설사는 외상이 없다. 번갯불에 콩 튀기듯 박물관을 찾은 나는 후다닥 카운트다운 일초 전 장을 빠져 나와 괄약근을 열어제친 그들을 밖으로 밀어 내보냈다. 승! 홀쭉했다. 자화문에서 내린 우리는 관리소에서 표찰을 받아 목에 걸고는 성곽을 오르기 시작했다. 처음이었다. 태조, 세종, 숙종이 쌓았다는 북악성곽. 노무현 전 대통령이 이 산을 개방한 걸로 알고 있다. 걸을만했다. 해발 3백 고지밖에 안 되지만 워낙 경사가 심해 올라가는데 애를 먹었다. 북악성곽을 오르는 여자분들은 오르기 전에 반드시 배 안의 물을 최대한 비우고 올라가야 한다. 성곽을 빠져 나올 때까지 화장실이 하나 있어 여간 복잡하지 않다. 그날 중간 지점에서 무전기가 불이 났다. 여기는 3문! 가리봉동에서 온 여자분, 설사! 방금 위로 올라갔음. 4문! 빨리 처리 바람! 오나가나 장이 나쁜 사람들은 물도 막걸리도 삼가하고 조신하게 행동해야 한다. 남자들이야 정 급하면 총을 맞더라도 청와대 뒷산에 숨어 들어가 물을 뺄 수 있지만 여자분들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북악성곽의 끝은 양평 국수역 부근의 막걸리집. 잘 구은 빈대떡에 서울막걸리 두 병. 그윽한 토요일 밤이었다. 20101016도노강카페에서
'풍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가을 그 바다에 빠지다- 창경궁 (0) | 2010.11.13 |
---|---|
창포원의 가을 (0) | 2010.10.24 |
도선사에 가다 (0) | 2010.09.25 |
가을 풍경 속으로 (0) | 2010.09.23 |
북촌한옥마을에 가다 (0) | 2010.09.18 |